모순

이상한 형벌과 거짓말쟁이

배에서는 이상한 형벌이 있다.


‘상륙 금지’


몇 달을 바다 위 배에 둥둥 떠있는데. 어차피 나갈 수도 없는 사람에게 배에서 내리지 못하는 형벌을 준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그렇다면 배에 있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형벌이 되는 것인데

선원들은 자동으로 형을 살고 있는 것일까?

배에는 거짓말쟁이가 없다.

거짓말이 가장 잘 통하는 곳이면서. 거짓이 없는 곳이다.


배에서는 바깥의 삶을 알 수가 없으니 거짓말이 용이하다.

'아는 척'. '맞는 척'을 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인터넷이 되질 않기에 검색을 해서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참고할 책도 없고, 전화로 물어볼 수도 없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거짓말에 그런가 보다 수긍할 수밖에...

"나는 배 타기 전에 싸움짱이었어", "나는 배 타기 전에 큰 부자였어"는 ,

"우리 집에 황금송아지가 있어!!" 하는 것처럼 들린다.


보이지도, 증명할 것도 없는데 알게 뭔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는 거짓이 없기도 하다.


누군가의 방에 도둑이 들었거나, 음식이 사라진다면 범인은 이 안에 있다.

망망대해 바다 위에 침입자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렇기에 용의자가 좁혀져 있는 곳에서는 거짓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거짓을 말해도 거짓을 알 수 없고

속이려 해도 속일 수 없는 모순 속에서 산다.

나는 지구가 바다 같은 우주에 떠 있는 인류의 배라고 생각한다


배에서 벗어 날 수 없는 선원처럼 지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은 어떤 거짓말로 서로를 속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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