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직업병

19살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 그 일기가 내 책이 되고, 내 삶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일기장에 적는 일기 말고 또 다른 일기를 적는다. 그것은 바로 내 몸이다.


손에 사마귀가 생겨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의 왈 "혹시 철 만지시는 직업을 하세요?"

작은 철가루 때문에 사마귀가 생긴다고 한다. 손만을 보여 주었을 뿐인데. 의사는 단번에 내 직업을 맞춘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청력을 검진받았다. "혹시 시끄러운대서 일하시나요? 나이 때에 비해 청력이 약하시네요"

기관실이라는 시끄러운 곳에서 일하는 것이 청력에 무리가 가지 않았을 리 없다.


정형외과에 어깨뼈를 x-ray 찍으니 의사 선생님이 몸을 쓰는 직업을 하냐고 묻는다.

힘들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이는 마모 현상이 보인다고 한다. 배에서 무거운 것을 들고 연장을 들고 하는 내 어깨가 아무렇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겠지. 그렇게 몸은 내 20대의 배에서의 기억들을 여기저기에 적어 두었다.


나는 고작 20대의 일부를 배에서 보낸 것일 뿐인데, 평생을 무거움을 지고 힘을 쓰시는 우리 부모님에게는 얼마나 많은 기록들이 몸에 새겨져 있을까? 항상 내게 '몸 쓰는 일하지 마라'며 나중에 골병 난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그런데 과연 몸만 이렇게 상처 입고 기록을 만들까? 일은 머리에는 상처를 남기지 않을까?

인간은 언제나 상처 입는 존재가 아닐까?


몸에 어떤 일기들이 더 새겨지게 될까? 더 이상 채워 넣을 일기가 수 없을 만큼 많은 상처가 나지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