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뜻밖의 일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운하 두 군데를 꼽는다면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다.

수에즈 운하가 생기기 전 유럽에서 인도를 가는 방법은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약 16,000km 거리를 돌아가야만 인도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 길은 우리에게 유일한 길이었다.

운하가 생긴 후 16,000km에 달하던 길은 10,000km로 줄었다. 세계가 가까워진 것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면 된다는 간단한 이치를 이 운하를 통과할 때마다 떠올린다.

사람이 살아가는 길도 마찬가지일 텐데, 당연히 지나는 길이 익숙해지면 자신과 다른 세계 간의 거리를 좁힐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배를 타며 파도치는 내 마음을 읽습니다 中-


뉴스에 수에즈 선박 사고로 운하가 폐쇄되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된다.

보도 내용에는 배가 운하를 막아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선박들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운하를 이용 못하면 바닷길이 얼마나 늘어나고 운임비가 증가하고, 국제 유가가 올라가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운하를 하루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발생되는 손실이 10조라니... 가늠이 알 될 정도의 피해다


그런데 문득 운하가 없었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옛날부터 운하가 자연스레 그 자리에 있던 것은 아니니까

운하가 없던 시절에는 모두가 희망봉으로만 다니고 그것이 당연한 길이었는데, 이제는 짧아진 운하가 익숙해진 길이고 그 길이 당연한 길이 되었다

우리는 항상 지름길을 찾아 헤맨다. 비단 배뿐만이 아니다

출퇴근을 할 때도, 학교를 등교할 때도 빠른 길을 찾는다

그런데 지름길은 대게 일반적인 보행길과는 조금 다르다. 골목은 골목이라던가, 사람의 발길이 적은 외진 곳이라던가. 약간의 위험을 동반한다


약간의 위험은 매우 위험하다고 하기엔 그렇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위험이 이번에 터져 버린 걸까? 우리가 당연하게 여긴 지름길이 막혀 버렸다.


선원으로 배를 타고 수에즈를 여러 번 지났지만 이번 일을 내가 보아도 참 뜻 밖이었다. 배가 저렇게 박힐 수가 있나 싶기도 하고... 세상에는 정말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일어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 주말 비가 쏟아지던 저녁. 교통사고가 났다.

내가 교통사고가 나다니... 꽤 뜻밖의 일이었다.


배를 타던 20대에는 교통사고가 날일이 없었다. 당연하다

배를 타는 평상시에는 차를 볼일이 없으니까. 휴가 한두 달 동안은 그저 걸어 다녔으니 차사고가 날 리가 없었다. 그런데 배를 내리고 운전을 하여 예측할 수 없는 사고를 당했다. 참으로 세상에 당연한 건 없구나. 절대라는 것은 없구나 느끼게 된다.


우리는 항상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없어.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라고.

당연한 운하의 길도 우리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나는 절대 사고 안나" 말하는 운전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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