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저장하는 철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다,
폐선을 위해 육지에 올라와 있는 배를 본다.
아니 육지에 올라와 찌그러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저것을 더 이상 배로 부를 수 있기나 한 걸까?
저 찌그러져 가는 철을 보며 생각한다.
한때는 배의 일부였던 저 철을. 저 철로 둘러싼 배안에서의 나의 시간들을...
선원들에게는 나이가 없다.
23 학교를 졸업하고 배를 타면 나의 시간은 나이가 아닌 배에 머무르게 된다.
26살에 뭐했더라? ooo호 탔었지.
27에 살는 뭐 했더라? ㅁㅁㅁ호 탔었지.
한배를 타면 거의 1년이 가버리기에 나의 1년은 전부 배에 묶여 있다.
배에 내 추억과 나이를 묶어 놓는다.
그런 철 쪼가리가 찌그러져 간다. 나의 의미였던 시간이 쪼그라져간다
누군가의 시간이 쪼그라져 간다
유한 한 삶을 살아가는 모두의 시간은 그렇게 쪼그라들지만
비틀린 저 철꼬가리에 투명되어 보이는 내 지난 시간은 나 역시 비틀려버린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배를 타면 추억을 잃어버리는 선원에게 그 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저 철마저 찌그러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