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배안에서 선원이 생활하는 거주구역을 유지 보수를 하는 것은 기관사의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방에 전구가 나가거나, 변기, 세면대가 고장이 나면 기관사는 재빠르게 수리를 한다.
때론 더러운 똥을 만지기도 하고 오물에 온몸을 뒤집어쓰지만, 기관사는 그 일을 당연하게 할 수밖에 없다
선내에서 방에 화장실이 안되거나,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선원법에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슨 그게 법까지야?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비되지 않는 공간에서 생활하여 컨디션이 떨어지게 되면
일을 하면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에, 그러한 일은 안전이라는 범주에 들어가 꼭 지켜야 하는 법이 된다.
배라는 공간은, 모두 함께 생활하기에 한 사람의 실수로도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한 항해사가 배를 몰다가 큰 사고를 내면
결국 배안의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되니까 말이다
배라는 사회는 그렇게 모두가 하나 하는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배보다 더 넓은 공동체인 우리 사회는 그런 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걸까?
육지에서 방을 구해 사는데, 고장 난 창문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음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창문을 조금 고쳐 줄 수 없겠냐고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오래된 창문을 새창 문으로 고치면 달그락 소리는 줄어들 것이었다. 배였다면 기관사가 당장에 고쳐줄 일이지만 집주인의 대답은 '그냥 좀 참고 사시면 안 될까요? 어차피 그 집 팔 거라서요'였다
배안에서는 '그냥'이 없다. '그냥'이라는 결과는 없다.
그냥 살다 축적된 누군가의 피로가 결국엔 나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배라는 바다 위의 작은 사회도 그러한데, 과연 이 사회에 그냥 그렇게 지나치는 일들이 결국 자신과 상관없는 아무 일일까?
공동체의 안녕을 생각하지 않는 일은
결국은 우리가 디디고 있는 곳을 위험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곳이 배이든 우리가 서있는 이곳이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