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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 Jan 03. 2020

검찰청의 아무개들

저물어가는 조선에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아무개다

그 아무개들 모두의 이름이,

의병이다

원컨대 조선이 훗날까지 살아남아 유구히 흐른다면,

역사에 그 이름 한 줄이면 된다.     


얼마 전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메인 포스터에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저는 메인포스터까지는 보지 못했으나 드라마를 본적은 몇 번 있습니다. 여주인공의 미모와 매력적인 허스키 톤의 대사가 귀와 시선을 끌었습니다. 이 메인포스터 문구는 최근 출간된 역사 강사 최태성 선생의 <역사의 쓸모>라는 책에서 보고 인용한 것입니다. 이름을 남기지 못한 의병들을 아무개라고 표현한 문구가 문득 마음에 들어 왔습니다. 저는 검찰수사관입니다. 20대 후반에 검찰에 입문하여 지금은 50대 중반이니 검찰청 밥 좀 먹었습니다. 그 만큼 나이도 먹었지요.


전 검찰에 속해 있으나 우리 집 진돗개인 대박이를 우선 더 챙기고, 남보다 특출 난 애국심과 의기를 가진 인물도 아닙니다. 이번 달 아들 학원비와 원룸 값을 걱정하고, 아들놈들 취직 걱정을 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공무원입니다. 검찰수사관들을 감히 의병에 비유하는 것이 송구 하지만 숭고한 의기와 처절했던 애국심을 비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무개>의 사전 상 의미만 빌리고자 합니다.       


<검찰>은 검사들의 영역 세계 입니다. <검찰>하면 검찰수사관이 떠오르는 사람 손!. 아마 아내 외에는 없을 겁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검찰하면 검사를 떠올립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동의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모 검찰청 검사장이 쓴 연수원 교재에서도 검사는 장수, 수사관은 병사로 언급 하더군요. 저의 역사 지식 내에서 장수이름은 알아도 아는 병사의 이름은 없습니다. 라이언 일병 빼고는요. 검찰수사관은 흘러갈 검찰의 역사 속에서 이름 없는 병사 그리고 아무개로 존재할 뿐 일 겁니다.      


본인 외엔 아무도 관심 갖진 않겠지만 누군가에게 가려진 삶은 생각보다 가끔은 서글픕니다. 민주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가 강요한 삶도 아니요, 능력이 있으면, 고까우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이지만 산다는 게 꼭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니, 그게 더 좀 우울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적당한 우울감은, 차갑지만 그리운 겨울바다를, 그리고 해질녘의 노을을 보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살아갑니다.       


제 주변 이야기를 이 글의 소재로 삼은 것도, 누군가의 불편이 그 안에 회자되는 것도, 저에게는 부끄럽고, 누군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렇게 밀어붙이는 용기를 내는 것은 저도 <아무개>이기 때문입니다.  <아무개>의 열등감이 주를 이루는 이야기지만 그래야만 쏟아 질 말들이기에 고스란히 이렇게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아무개>를 강조하는 기저의 심리는 아무래도 <아무개>이기 싫다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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