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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Oct 02. 2024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책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를 읽고

2020년 이수인 대표의 인터뷰를 우연히 접했다. 영상 인터뷰로 접한 그의 이야기에는 자신의 사업이 가진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느껴졌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분명히 닿고,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사업으로서 가치가 있다 “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2020년은 내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기도 했다. 코로나로 급변하는 세상 속 변화하지 않기로 선택한 조직을 보며 이 곳에서 내가 얻어갈 가치는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그것이 내가 속한 조직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결국 나의 문제였다. 변화를 갈망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혼자 끙끙 앓으며, 과연 내가 하는 일은 누구에게 닿으며,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답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 조직을 나오는 것이었다. 나름의 논리와 계획을 가지고 회사를 그만두며, ’내 삶의 보물섬 지도‘를 그렸다. 향후 5년간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10가지를 결정하고 그것을 담은 삶의 이정표였다. 삶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불안할 때마다 꺼내보기 위해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지금까지 설정해두고 있는데, 그 안에 에누마를 넣었다. 그 정도로 나에게는 이수인대표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 지표에 따라 두 번째 직장으로 재단을 선택했다. 여전히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는 커리어의 여정이나 적어도 지금은 내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닿고 있는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는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휴대폰 배경으로 설정된 이미지이지만, 익숙함이 더 커서인지 몇 년간은 크게 에누마나 이수인대표에 대해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몇 달 AI를 활용한 교육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볼 여지가 생기며, 에누마에 대한 이야기를 각각 다른 사람에게 3번이나 들었다. 무엇보다 마스터 JK가 이수인 대표의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를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금 큰 위안과 동기부여를 얻었다.

내 삶의 보물섬지도. 신기하게도 지난 4년간 꽤 많은게 이루어졌다.


회사를 키우며 확장되는 회사의 미션


이 책은 이수인대표가 회사를 키워오며 경험한 큰 사건과 에피소드를 엮어서 만든 책이다. 올해 12년이 된 에누마이니 지난 12년의 변화가 담긴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점차 변해가는 회사의 미션과 그에 따른 선택의 변화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에누마를 목적을 가진 회사(a mission-driven company)라고 이야기한 그는 회사의 목적이 크게 두 번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혼자서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학습도구를 만듭니다."

"우리는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도 혼자서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학습도구를 만듭니다."

"우리는 모든 아이들, 장애가 있는 아이들까지도 혼자서 사용할 수 있는 학습 도구를 만듭니다."


몇몇 에피소드로 요약되어 있지만 이 단어의 변화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논의가 있었을지는 충분히 예상된다. 부스트캠프를 운영하면서도 연초 우리의 미션과 올해의 액션 아이템을 도출하는데 결과물만 보면 ‘작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하나 혹은 두 단어 차이지만, 그 차이를 결정하기까지 우리는 정말 치열하게 논의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목적은 앞으로 그 조직이 어떻게 일할 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에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변치 않아야 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작년 말 지금의 미션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모두 포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다행히 나 혼자의 의문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료들이 있었고 덕분에 올해 초 부스트캠프의 미션에 대한 재정의, 교육 대상자의 확장을 논의할 수 있었다.


올해 초 기억해두고 싶던 바나프레소 운세


이수인 대표는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에누마의 서비스 대상이 점차 변화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 받아들이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 결정 지연을 사업을 하며 가장 잘못한 순간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우리 팀이 작년 연말 느꼈던 감정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회고와 고백, 그리고 그 깨달음 이후의 행보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고 앞으로의 나침판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보다 앞서 이런 고민을 하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확장되어 온 에누마의 스토리는 우리도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또 한 가지 조직의 관점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가진 의문점에 대해서도 조금은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개별화, 맞춤형 교육에 대한 힌트였는데, 모두가 동일한 종착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목표를 유지한 채 개별화교육이라는 방법을 선택하면 그것이 진정한 개별화 교육일까?라는 그의 질문은 내가 최근 업무를 하며 느꼈던 근본적 한계와 맞닿아 있었다. 캠퍼에 대한 관찰과 피드백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해질 수 있었다.


학교의 경험이 아이가 스스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목표로 하듯 부스트캠프도 캠퍼들이 자신의 개발자 여정을 스스로 꾸려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이를 도울 수 있는 개별화된 관찰과 피드백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며 확장되는 삶의 이정표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이나, 결혼을 한 후 자연스레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 대한 고민을 한다. 아이는 참 좋아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일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더 크다. 나 하나 먹고 입히는 것도 힘겨운데, 내가 아이를? 무엇보다 양육과 일의 병행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가장 많았다. 지금 우리 삶의 루틴을 본다면 도저히 둘이서 아이를 키울 수는 없다고 느껴져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하면 우리 모두 커리어에 대한 욕심은 조금 내려놓아야 한다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째 아이를 키우며 했던 이수인대표의 고민과 간절함이 어떻게 에누마라는 회사로 이어졌는지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이것은 “아이는 삶의 가장 큰 행복이다. 일이 주지 않는 또 다른 기쁨이 있다. “라는 말과는 또 다른 희망이었다. ‘삶과 일을 분리하지 말라’는 추상적 조언을 자신의 삶에서 실현한 누군가의 구체적 경험을 보며 두려움이나 걱정보다는 행복함으로 받아들여 볼 마음의 준비가 되었달까? 특히 교육을 업을 삼고 있는 나로서는 아이를 키우며 내가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고 즐거울지 그리고 그것이 다시 내가 일하는데 얼마나 큰 확장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주었다.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한 지나친 걱정보다는 나의 고민을 함께 나눌 파트너, 부모님, 친구와 동료가 있다는 믿음으로 자연스러운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더욱 확장될 새로운 가치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아 그렇다고 당장 뭐 애를 낳겠다는 건 아니다 ^^;;)



책 말미에 마이크로소프트 에듀케이션 팀의 디렉터 맷 주빌리어와 이수인 대표의 대화가 나온다. 문맹문제 해결, 교육의 디지털 전환과 같이 하나의 국가 혹은 공교육에서 해결할 어려운 문제를 하나의 기업이 도전하고 고민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그의 질문에 대한 맷 주빌리어의 대답이다. 어차피 그 누구도 짧은 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가며 너희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재밌게 하면 되지 않냐는 명쾌한 해답이다. 이 소중한 대화를 모두에게 나눠준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할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과 그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자는 친절하고 사려 깊은 책이다.


어렵지만 꼭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모두가 있기에 세상은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으니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들과 재밌게 일해야겠다.


작년 연말 기록해둔 서귀포 할머니의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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