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오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태풍이 오기 전 방울토마토를 수확하세요

by 엄지언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뉴스도 안 보는 나는 잘 모르겠는데, 그렇단다. 지금 이곳은 마치 태풍의 눈에 있는 것처럼, 아주 고요하다.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매미만 기운차게 울어댄다. 별다른 일 없다.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서로를 멀리하는 것만 빼면.



심지어 아파트 방송이 나온다. 태풍이 오고 있으니 창틀에 있는 화분 들여놓으세요. 참 친절도 하지. 네네. 화분 들여놓을게요. 베란다 문을 열어 화분을 들여놓으려 보니,


아! 수확해야겠다.


이렇게나 주렁주렁

방울토마토가 줄줄이 열려있다. 그 옆에 고추도 몇 개 보인다. 거둘 때가 되었구나.


얘들아~~ 우리 방울토마토 수확하자~~

와아아!!!!!!!


아이들이 벌떼처럼 몰려온다. 나는 아이를 둘 키우지만 이럴 땐 아이가 제곱으로 늘어난 것 같다. 두 명의 네 명 효과. 두 명의 여덟 효과. 아이 키운 엄마라면 다들 알겠지.


신나서 쉴 새 없이 종알종알. 빨간 열매 딸 거야? 녹색 열매 딸 거야? 주황색? 이건 뭐,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공포의 화장실을 베란다로 옮겨놓은 버전인 것 같다.


응응~ 빨간 열매 딸 거야. 그리고 주황색 열매도 따자. 태풍이 오니까 그냥 미리 따쟈. 그런데 녹색은 아직 안 따는 게 좋을 것 같아. 화분을 들여놓을 거니까. 더 익길 기다리자.


앉은뱅이 방울토마토가 처음으로 꽤 많이 열렸다.


토마토를 다 따고 그다음에는 고추를 딴다. 당뇨병에 좋다는 당조고추, 이런 예쁜 초록색이 있을까? 햇빛을 머금은 듯 황금빛이 도는 녹색. 왠지 먹으면 모든 병이 나을 것 같은 싱그러운 느낌이다. 개를 땄다. 둘째가 계속 나에게 먹으라고 입에 집어넣으려 한다.

하나는 이미 둘째 손아귀에


토마토를 씻어 가져왔다. 아이들과 맛본다. 음~ 맛있다. 아이들은 한 입씩 먹고 도망간다. 그래도 한입씩 먹어보았으니 됐다며, 내가 실컷 먹는다. 남은 걸 다시 예쁘게 담아 올려놓았다.


오늘 저녁은 토마토 스파게티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스파게티 소스를 꺼낸다. 마늘과 토마토에 야채를 넣고 올리브유로 볶는다. 이후 소스를 부으니 홈그로운 토마토를 넣은 수제 비스름한 스파게티 소스 완성. 면을 넣어 아이들과 맛있게 먹었다. 남편은 큰 접시로 두 그릇 먹었다.


태풍이 오기 전. 우리 집은 이렇게 즐거운 한 평 베란다 수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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