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키우기 쉽다 쉽다 하는 로즈마리. 유독 우리 집에선 안됐다. 로즈마리를 들여 한 달 이상 가본 적이 없다. 살아있어도 비실비실. 잎이 떨어지며 목질화 되다, 허무하게 시들고 만다. 물을 아무리 신경 써도 안돼, 햇빛을 잘 관리해도 안돼, 환기를 잘해도 안돼. 대체 뭐가 문제야? 고민하다 그냥 마음 한 구석에서 흥미를 잃어버린 로즈마리. 무작정 그래도 또 들인다. 사람들 다 쉽다니 언젠간 알겠지 라며.
말라 목질화되어가던 로즈마리
그런데 그 언젠가가 지금이 되려나보다. 우리 집 로즈마리가, 그럼에도 또 들인 로즈마리가 여태 살아있다. 싱싱하게! 새 잎을 틔워내며! 다 죽어가더니 다시 소생한 로즈마리. 대체 이번에 내가 무얼 했길래 이리된 걸까?
한증막 찜통 같은 날씨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하늘은 뿌옇고 햇빛이 많이 들지 않았다. 집이 눅눅했다. 다 죽어가는 베란다 로즈마리가 내 눈에 띄었다. 마침 흙이 바짝 말라있었다. 그래, 빗물 좀 적셔라. 비를 맞으면 식물들이 갑자기 훅 자라나곤 한다. 이번에도 또 잘 안되나 보다, 하지만 그래도 신경 쓰려 밖 창틀 선반에 내놓았더랬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본 로즈마리. 다시 보니 잘 있었다. 유독 싱그러워 보였다. 향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음, 뭔가 이상한데? 살아나는 기분인데? 그럼 이렇게 좀 더 있어봐. 라며 그대로 두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도, 비가 무지하게 많이 와도 그냥 두었다. 더워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날에도 그냥 그렇게 그 자리에 로즈마리는 있었다.
비실이가 제법 풍성해졌다!
한참이 지나 다시 들여다본 로즈마리. 어머나! 새 잎을 내었네! 제법 풍성해졌어! 시들어서 다 떨어졌던 부분에 새 줄기가 나와있었다. 키와 크기가 커졌다. 죽어가던 로즈마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나 로즈마리예요~ 라며 손이 스칠 때마다 진한 향기를 뿜어냈다.
아, 알겠다. 드디어 알 것 같았다. 그렇구나. 내가 생각하던 햇빛도 물도 환기도 온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로즈마리는 향이 진한 만큼 자리가 다르구나. 안에 있으며 향이 갇히면 자기도 괴로워지는구나. 환기를 자주 시켜주는 것만으로는 안되는구나. 바람이 직접 닿는 노지에서 키우면 이리 잘 자라는구나. 항상 베란다 큰 문이 열려있고 늘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 한쪽만 열어 환기시키는, 그나마 밤엔 그마저도 종종 닫아야 하는 우리 집 베란다는 로즈마리에게 답답했을지 모른다. 생각해보니 당연하다. 향이 강한 식물은 응당 환기가 더욱 잘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 민트류도 베란다에서 잘 안되었는데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다 높은 수준의 환기, 바람, 로즈마리는 이것이 맞춰지면 좀 물을 덜 주고 더 줘도, 좀 더워도 잘 살아있다. 음~ 우리 아이들 같은데? 집에 있으면 답답하다고 노래를 부르는 내 아이들. 아침저녁으로 산책 놀이터 자연놀이 자주 나간다. 그럴수록 더욱 무럭무럭 자라는 듯하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 집에만 있으면 가끔 숨이 안 쉬어진다. 잠시라도 나가 환기가 되어야 살 것 같다. 트인 '공기'의 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 어쩌면 내게도 향기가 나는지 맡아보아야겠다.
그리하여 요즘 매일 로즈마리 향과 성장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예 7년 차에 이걸 알다니 참. 좀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포기 않으면 결국,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