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

헬렌 크리스 파더의 한 마디

by 엄지언

"이혼하자."

남편이 던진 한마디. 아무 감정도 없고 어떤 분노도 없어 더 식겁했던 말. 화도 나지만... 이해도 됐다. 남편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습관성 유산으로 병원 다니며 임신에 매진했던 게 2년,

오매불망 애를 낳았다. 그런데 너무 예민한 아이였다. 헬렌 돌 즈음 손목 허리 다 다치고 얼굴 마비가 왔던 나. 보다 못한 남편은 일까지 그만두고 헬렌을 같이 돌보았다. 아무것도 못하고 같이 돌본 게 3년,

조금 나아질 때쯤 생긴 둘째. 둘째 낳고 우리 집은 핵폭탄을 맞았다. 둘째도 예민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 유전자로 더 대를 이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 내렸다. 매일 쓰러져 우는 나,
새로 시작한 일까지 힘들어진 남편, 둘 다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그렇게 2년,

우리는 7년을 고생했다.



그 전의 나와 차이가 난다는 것도 남편에게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남편과 결혼했을 때 연매출 10억짜리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내노라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날씬하고 이쁘고 똑똑하고 나는 정말 창창했다. 우린 죽고 못 사는 사이였다.

그런데 나는 지금... 다 정리하고 그만두었다. 셋째를 임신한 듯한 배와 10킬로 찐 살. 애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매일 후줄근한 차림. 애들 재우고 컵라면 끓여먹는, 그나마 남는 시간엔 뭐라도 해보겠다고 핸드폰만 붙들고 있는, 그저 그런 처절한 아줌마다.


고민하다 남편에게 말했다. 1년 안에 결정을 보겠다고. 아무것도 답이 안 나오면 나는 지금 하는 모든 걸 다 정리하겠다- 공장에 다니던 회사를 다니던 당신을 도와 생업에 뛰어들던지, 아니면 애들 데리고 친정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 거기서 일을 찾아보겠다고.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시 일 년을 오픈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모든 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열심히 하면 꼭 몸에 탈이 난다. 신경 쓰면 꼭 애들한테 화를 내게 된다. 이런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나는 꿈을 좇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가 이길까 세상이 이길까.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나는 최선을 다하고 하늘에 맡긴다.


이 길의 끝에 뭐가 나올까



앞으로 저의 처절한 몸부림, 경력단절을 이겨내려는 일 년 동안의 행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 생각하고... 기록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