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옆며, 엄친아보다 무서운 시어머니 옆집 며느리

강한 부정에 숨겨진 강한 긍정

by 엄지언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라. 옆집 알지? 수출업 하는 옆집 아들 말이야. 그 집 며느리가 스튜어디스 하다 공부해서 지금은 공인중개사 한다더라. 사무실 냈는데 괜찮은가 봐”


기분 나쁘지 말라는 말로 시작된 기분 나쁜 이야기. 이야기인즉슨, 나도 뭔가를 좀 제대로 특히 돈 되는 걸 하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척 화가 났다. 나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터였다. 내 꿈을 좇아 글 쓰고 포스팅하는 것 외에도 이런저런 대비를 하고 있었다. 밤에 아동학 공부를 했다. 한두 과목씩 듣는 수준이었지만 훗날 자격증과 학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이 가르치며 영어 공부도 했다. 무엇보다 예민한 아이 둘을 잘 키워냈다. 아이 잘 키우는 게 최고의 투자라지 않는가.


그런데 사소한 비교로 나의 현재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 뭔가 더 가져야만 행복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어떻게든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마저도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초라한 내 현실이 기정사실로 인정받는 것 같았다. 애써 다독여놓았던 내 화려한 과거가 떠올랐다. 지금 내 모습 나도 어색한데. 원래 이런 내가 아닌데. 허나 진짜 아픈 건 나의 강한 부정에 숨겨진 강한 긍정이었다. 그 말이 사실상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시어머니는 평소 좋은 분이시다. 진정으로 나를 위해서 하는 말씀 인지도 모른다. 꿈이 다 뭐람. 책 읽고 글 써서 뭐하나. 돈 되는 걸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반응해주는 걸 해야 하는데. 학교 졸업하고 하던 고민을 지금도 하는구나. 아이들은 자랐고 나는 성장했다. 그런데 이 세상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이런 생각들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무치게 외롭던 옛날에는 아무리 가져도 불행했더랬다. 그래서 나는 육아가 즐거웠다. 누군가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 모든 걸 가진 듯했다.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나는 행복했고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반짝이는 아이들이 그 증거처럼 느껴졌다. 육아를 계기로 꿈을 좇게 되어 이 또한 감사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행복한데 세상은 그게 아니라 한다. 먹고살려면,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다면, 좀 더 성취하고 좀 더 바래야 한단다. 무엇이 옳은 걸까.



20200210010129.jpg 출처: 디즈니 겨울왕국

옆의 첫째 아이가 보는 영상에서 마침 이런 말이 들린다. Heaven knows i’ve tried. 정말 옳은 건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말 노력해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 어느 순간에는 나도 현실과 타협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기에. 그리고 꿈을 꾸며 내가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꼈기에. 그렇기에 용기 내어 조금만 더 걸어보련다. 하늘만은 이런 내 노력을 알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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