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재테크 플랜. 육아 5년 동안 내가 한 것은?
못먹어도 Go
육아기간 동안 나는 무얼 했을까. 물론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놀고, 재우고, 매일 하루 종일 정신없이 보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를 위해 꾸준히 한 것은 육아일기 쓰기다. 원래 어떤 의도가 있어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하루 있었던 일을 기록하기 위해. 사람들과 SNS로나마 소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며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교류하고 싶었다.
처음엔 가볍게 쓰기로 시작했다. 그런데 육아일기를 쓰는 날과 안 쓴날 다음날의 컨디션이 너무 달랐다. 육아일기는 나의 정신력 지킴이였다. 육아일기에서 그날그날 아이에 대한 구체적 관찰을 썼다. 새로운 발달에 대한 나의 감동을 적었다. 후회되는 일을 적어 참회하고 나 자신을 위로하기도 했다. 항상 마무리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시금 상기되는 것이었다. 미안해, 사랑해, 내일도 잘 보내야지, 뭐 이런 식. 처음에는 간단히 쓰다가 점점 구구절절 디테일해졌다. 이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SNS에 올리기는 너무 진중했던 것이다. 허나 몇몇 이웃들과의 깊은 대화가 좋아 포기하지 않았다. 처음엔 서너 줄로 시작했는데 일 년 지나니 길어졌다. 워드로 옮겨보니 하루 내가 쓰는 분량이 A4용지 한 장 정도. 삼 년을 쓰다 보니 20분 안에 거뜬히 써졌다. 하루 연달아 세 개를 올리기도 했다. 한 시간에 3000자를 쉬지 않고 쓰는 셈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글쓰기 하드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아무 목적 없이, 이렇게 글쓰기에 실력과 속도가 붙었다. 내가 5년 동안 한 것은 따라서 글쓰기.
나의 경우는 이렇게 글쓰기를 꾸준히 했지만 각각 엄마의 기호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아이를 재우고 엄마표 영어 놀이를 준비하는 엄마들도 있다. 미술 놀이할 것을 챙겨놓는 사람들도 있다. 밤마다 틱톡에 춤추는 영상을 올리는 한 엄마는 팔로워가 수만 명이다. 이토록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하다 보면 어느 경지에 오르게 된다. 내가 보았을 때 중요한 것은, 무얼 하던 기록에 남겨놓는 것이다. 그리고 나 혼자만 간직하지 않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교류한다고 생각해도 좋고, 돕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무언 일이 생긴다고 <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 저자 김지혜는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영어 실력이 월등히 향상되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의 저자 남수진은 이렇게 말한다. 육아기간 우울할 것인가 발전할 것인가 선택하라고. 엄마표 영어 10년이면 미국에서 살다왔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으며, 땀나게 경력 단절된 상태로 10년 지나면 흐리멍덩했던 꿈까지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로잉맘 대표 이다랑은 <육아 말고 뭐라도>에서 경력단절은 엄마로서 성장 중인 기간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사람을 보는 마음이 커졌고, 인내할 수 있게 되었고, 멀티플레이어가 되었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얼 좋아하고 해야 하는 사람인지 깨달음을 얻었다 한다.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엄마들, <육아 말고 뭐라도>의 원혜성, 김미애, 김혜송, 이다랑, 양효진. 출처: 이코노미조선 김소희기자
이런 성장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타임 컨수머(time consumer) 활동이다. 대표적인 것은 TV 시청과 핸드폰 삼매경. 벌써 아우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안다. 그거라도 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걸. 하지만 하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간다. 남는 것도 없고 사실 편히 쉬지도 못한다. 타협 불가능할 정도로 이게 정말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냥 보는 걸 넘어 내가 무얼 보았는지 간단하게라도 기록에 남기자. 그러면 오히려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냥 읽기만 하지 말고 뭔가 뱉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변화가 일어난다.
이런 변화들이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는 나에게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육아 전에는 글 하나 쓰지 않던 내가 지금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이 이와 관련한 하나의 성과다. 확실한 건 난 지금 매일 글 하나 써 올리는 게 어렵지 않다. 쓰면 쓸수록 소재가 더 생각나고 손이 춤추듯 글이 술술 써진다. 5년 전 커뮤니티에 글 하나 올리는 것도 어려웠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개인 사정으로 현실과 타협하기도 하지만 이 경험마저도 모두 글로 남겨둘 생각이다.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알 것이다. 혹시 아나? 어떤 탐스러운 열매를 맺을지. 이것이 나를 성공의 길로 이끌어 줄 것이라 먼저 앞서간 엄마들은 말하니까. 하여튼 그래서 못 먹어도 일단 Go.
이러한 경험과 조언들로 미루어, 육아기간 나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일을 도모해줄 플랜을 정리해 소개해본다.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육아 재테크 플랜
1.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한다
육아는 내가 원하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좋은 기회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일정기간 어쩔 수 없이 외부와 단절된다. 자연스레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무언가? 애들 재우고 황금 같은 시간에 내가 하는 것은? 매일 해도 지겹지 않고 아무런 목적 없이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은? 답이 나왔다면 그걸 하면 된다.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과거를 더듬어 힌트를 찾아보기, 그리고 이것저것 해보기다.
2. 타임 컨수머들을 조심한다
만약 그 활동들이 티비 보기와 핸드폰 삼매경이라면 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하듯이 시간을 정하는 등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줄이기 어렵다면 차라리 이를 활용하자. 시청한 티비 내용과 검색한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해 나누는 거다. 힘들면 스샷 한 장 올려도 괜찮다. 글 한두 줄 쓰면 더 좋다. 시간 된다면 태그도 붙이고 교류도 하자. 그럼 중독이 몰입으로, 선한 영향력으로 바뀐다.
3. 뭐가 됐던 기록에 남긴다
기록에 남겼기에 인류는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 공식은 육아 재테크 플랜에도 대입된다. 기록으로 나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하는 것. 또한 내가 하는 활동에 지속적인 관심이 유지되니 동기부여가 된다. 이뿐 아니다. 기록에 남기면 내가 무얼 했는지 증거가 남는다. 또한 이 것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게 된다.
4. 사람들과 교류하고 나누며 돕는다
육아기간 제대로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SNS는 중요한 창구다. 요즘은 육아를 공유할 좋은 플랫폼이 너무나 많다. 하다 보면 친한 사람도 생기고 마음을 터놓는 사람도 생기게 된다. 만나기까지 했다면 엄지척이다. 내가 기록하는 내용을 이에 관심 있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나누자. 내가 가진 정보로 자연스레 사람들을 돕게 된다. 나아가 사회에도 이바지하는 것이다. 거창한 듯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경력 단절은 생산성 단절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쓸모 있는 사람이며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5. 이를 꾸준히 한다
꾸준히 한다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시간과 노력이 축적되는 것이다. 열심히 하고 노력하고 다 좋다. 그런데 매번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힘들이지 않으려면 '습관'이 되어야 한다. 습관이 되려면 약 60일의 반복이 필요하다. 그다음부터는 관성이 생겨 숨 쉬듯 쉽게 된다. 앱을 사용해도 좋고 다이어리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필자는 습관 밴드를 운영 중이다. 어렵지 않게 꾸준히 무언가가 축적되면 도약이 일어난다. 내 능력의 도약.
6. 무슨 일이 생기는가 본다
가장 중요한 건 이건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들도 자랐고 나는 성장했고 좋은 일도 많이 했고 그다음엔? 나도 그 답을 찾는 중이다. 많은 이들은 말한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근데 난 결과도 중요하다는 거. 앞서 간 엄마들은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 나는 어찌 될지 모르겠다. 난 최선을 다하지만 하늘이 도와주어야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들 결과를 말하지만 그 과정을 보여주는 임무가 나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하련다. 잘 되면 좋은 거고 안되면? 그 역시 나는 대비해놓을 거니까. 뭐가 됐던 설마 육아보다 어렵기야 하겠어. 역시 못 먹어도 Go다!
참고 문헌 :
<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 by 김지혜, 길벗
<육아 말고 뭐라도> by 김혜송 외 5, 세종서적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 by 남수진, 청림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