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세사 자연녀가 전하는 식물 교감법

식물과 함께인 이상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by 엄지언

나는 가끔 사람들이 너무 힘들다. 대화 하나하나 그 사람의 감정이 느껴진다. 사소한 것도 놓쳐지지 않으니 그걸 배려하다 내가 죽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핀트가 나가면 엄청나게 많은 위험요소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걸 다 고려해 이야기하다 보면 머리에 모락모락 열이 나기 시작한다. 높은 공감능력은 득이지만 독이기도 하다. 학대받는 동물들을 볼 때 나는 내가 학대받는 듯 아프다. 공감은 내가 그 대상과 동일하게 느끼는 거울 감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가장 맞는 건 식물과의 교감이다. 비로소 숨이 쉬어진다. 식물과 함께 있을 때 내 감각의 균형이 맞는다. 과부하가 걸리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다. 적정 감각 자극 수준을 말한다는 감각의 스위트 스팟(sweet spot)은 바로 이런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식물과 함께 있을 땐 그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여러 식물들을 키우면서는 내가 식물들의 합주를 리드하는 지휘자가 된 느낌이다. 식물뿐 아닌 동물과의 교감도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동물들은 다 나를 좋아할까? 남편은 이런 나를 '엄이디'라 부른다. 옛날 동물농장에서 동물들과 대화해 유명했던 '하이디'와 내 이름을 합친 것이다.


이런 성향을 타고난 나는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사람들을 피하는 것이 답일까? 학대받는 동물들을 모른척하면 되는 걸까? 혼자 개키우며 농사나 짓고 살아야 하나? 내 능력은 재능일까 저주일까? 나는 절대로 학대받는 동물들을 구조하러 다니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인터넷으로 보는 것만으로 고통이 심해서, 두통과 방광염으로 일주일을 앓아누운 적이 있다. 어쩌다 접하면 그 날 하루는 아픈 날이다. 그 후론 애써 보지 않는다. 알면서도 외면하는 건 결코 즐겁지 않은 일이다. 또한 나는 아무리 자연을 사랑해도 절대 선동하는 연설가는 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의 뜻을 입어 앞장서기엔 나는 위험에 대한 지각이 너무 강하다.


고민하다 예전 보았던 만화책 생각이 났다. 거기엔 노래를 하면 자연이 살아나는 능력을 가진 어떤 여자가 나온다. 그래, 그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뛰어들어 싸우고 전쟁을 치르지는 못할 것이다. 하나 자연과 교감하며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내가 세상을 돕는다면 그것일 것이다. 내가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본격적으로 이를 위한 행보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기부하고, 숲 놀이하고, 자연놀이 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어떤 ‘소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내 이런 남다른 성향과 관련된 것이 아닐지. 이를 생각하니 내가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길이 그려졌다. 이 그림의 완성을 위해 내가 좀 더 건강히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능력은 저주와 재능을 넘어 축복이 될 것이다. 이런 내가 알려드리고픈, 당신의 자연 라이프를 업그레이드 할 식물 교감법은 다음과 같다.



식물을 손으로 훑는다


식물들은 환기를 좋아한다. 살랑살랑 잎을 간질이는 바람을 좋아한다. 그런데 실내에만 있는 식물들은 그 걸 느낄 수 없다. 자주 환기를 해주지만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식물을 가만히 바라본다. 답답하다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말 식물이 나에게 말하는 것일까? 나는 오래전 식물이 주는 메시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었다. 내가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식물과 대화를...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의심에 의심을 갖게 되었다.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키우자 식물들이 더 잘 자랐기 때문이었다. 순전히 내 생각인 줄 알았는데, 식물의 텔레파시였던 걸까. 생각이 달라진 후로 나는 종종 식물들을 손으로 훑는다. 내 손이 바람이 되어주는 것이다. 입으로 바람을 불다가는 어지러워 쓰러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아이들이 식물을 만질 때 저지하지 말고, 좋은 기회이니 잘 가르치자. 손에 닿는 식물들이 에너지를 발산한다. 아이 좋아. 고마워. 시원해.



식물에게 물을 뿌린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들이 있다. 스킨답서스, 아이비, 테이블야자 등 수경재배도 많이 하는 식물들이다. 아무 식물에나 물을 뿌리지 말자. 건조한 걸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 욱이 올라올 때, 물뿌리개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가자. 물 뿌리개만 들어도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니 함께하면 더욱 좋은 놀이가 된다. 잎에 촉촉촉 물을 뿌린다. 골고루 뿌려지도록 한 번씩 손으로 훑어주기도 한다. 잎에 뿌리고 흙에도 조금 뿌린다. 흙냄새가 살짝 올라오며 내 머리가 진정된다. 아, 세로토닌은 위대해. 잎도 바로 싱싱하게 살아난다. 겉모습으로는 큰 변화가 없으나,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 살 것 같아. 고마워. 갈증이 풀려.



식물을 눈으로 바라본다


눈으로 바라본다. 그냥. 바라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그 녹색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꼭 녹색의 치유효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쳐다보는 것 만으로 식물과 교감이 시작된다. 시선을 느낀 식물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내 뇌는 식물에 반응하여 생각을 진정시키고 새로운 주파수를 받는다. 시선의 힘은 얼마나 놀라운가. <엄마 심리 수업>의 윤우상 박사는 예쁜 아이와 미운 아이의 비밀은 엄마의 시선이라 말한다. 엄마가 긍정적으로 보면 아이는 예뻐지고, 엄마가 부정적으로 보면 아이는 미워진다. 내 눈빛에는 에너지가 있고 내 시선을 받는 모든 생명은 이에 반응한다. 육아에 서툴다면 식물을 보며 연습하자. 식물은 다 받아주는 엄마와 같은 존재니까.


식물의 냄새를 맡는다


에 대고 킁킁 맡을 필요는 없다. 그저 가까이 서서 숨을 쉬자. 우리에게 보이지 않지만 식물은 숨을 쉬고 있다. 잎으로 빛을 받고 수분을 내보낸다.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뿜는다. 옆에서 숨을 쉬면 식물과 함께 숨 쉬게 된다. 깊게 쉬면 물의 산소와 수분이 뇌와 배꼽까지 스미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이 때 사람은 인지하지 못하는 자연의 냄새를 뇌는 맡는다. 그 순간만큼은 당신, 혼자가 아니다. 식물과 '같이' 살아가자.


화분을 돌려놔준다


식물에 대한 작지만 큰 배려, 정기적으로 화분을 돌려놓아주기다.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면 한쪽으로 기운다. 실내라서 부족한 햇빛를 따라가느라 그렇다. 햇빛을 잘 받는 부분만 잘 자라나게 된다. 아이 뿐 아닌 식물도 불균형 성장을 살펴주자. 그저 간단히 화분을 종종 돌려놓기만 해도 된다. 빙글 돌려 당분간 다른 면이 햇빛을 더 받게 해주자. 식물이 노래를 부를 것이다. 이런 배려라니, 고마워!


포스팅 쓰는 중 나온 방송 :)





오랜 시간 자연은 인간의 삶이었다. 그 자연이 우리의 삶과 너무 멀어졌다. 세상은 많이 변했으나 사람들은 많이 변하지 않았다.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 듯, 자연을 가까이하는 것 만으로 사람들은 치유된다. 아이는 문제행동이 줄고 정서가 자란다. 비로소 전두엽에 피가 돌기 시작한다. 여러모로 힘든 요즘, 저 식물 하나를 들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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