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다육이
통통하고 반짝이는 치유의 식물
내 주변의 생명들이 죽어간다. 5년간 까다로운 아이 둘 육아하며 많은 것이 무너졌다. 아무의 도움도 없이, 혹은 있다 해도 도망가고, 남편과 나 둘 다 매달렸다. 첫 번째로 나의 건강이 무너졌다. 남편의 경제력도 무너졌다. 시댁과의 사이가 멀어졌다. 친정과는 반 인연을 끊었다. 대체 이게 무슨 핵폭탄을 맞은 건가. 누굴 원망해야 하나.
나는 출산 전 강아지 세 마리를 키웠다. 첫째를 낳고 가장 몸이 약한 한 마리가 하늘로 갔다. 둘째를 낳고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가 하늘로 갔다. 둘 다 내가 제대로 케어해주지 못한 것에 마음이 아프다.
내 식물들도 마찬가지. 식물들을 몽땅 다 정리했다. 그런데 딱 하나 끝까지 버텨준 나의 다육이. 다육이들마저 말라가고 있었다. 나는 출산 후 다육이에게 물을 제대로 준 적이 없다. 한 달에 한번 줬을까 말까. 그런데 다육이는 그래도 버텨줬다. 베란다 실내에 덩그러니 자기들끼리 모여서 주인의 아무런 손길 없이. 물도 주지 않고 환기도 시키지 않고. 그래도 그렇게 그냥 다육이는 버텼다.
아이들은 잘 자랐다. 폭풍이 지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게 남은 건 몇 가지 없었다. 그나마 남은 건 성숙해진 나와 남편. 그리고 내 다육이들. 다육이를 들여다본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도 너는 참 윤이 나는구나. 햇빛을 받으면 이내 생명력을 뿜어내는구나. 좀 쪼그라들어도 물을 주면 금방 통통해지는구나. 나는 이전에 너를 참 등한시했었다. 그냥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던 너. 그다지 재미없던 너. 그런데 네가 진짜였구나. 내가 힘들 때 내 옆에 그대로 있어준 너. 그나마 이거라도 살아있다며 나를 안도하게 만든 너. 내가 그리 못난 사람은 아닐 거라고 나에게 매일같이 지지를 보내준 너. 고맙다, 정말로.
나는 이 고마움을 담아 얼마 전 새 보금자리를 내주었다. 내 베란다에서 항상 등한시되던 다육이는 지금 가장 좋은 자리에서 햇빛을 밭는다. 내 인생에서도 진짜인 사람들을 등한시하게 되지 않길. 항상 내 옆에 있어주는 그들. 어쩌면 내가 놓쳐버렸을지도 모르는 그 사람들. 가장 좋은 자리를 내어줄 테다. 폭풍 같은 시기 내 옆에서 나를 말없이 지켜봐 준 고마운 내 가족 친구 이웃들.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
다육이는 조금 느리고 모자라게 키워도 죽지 않는다. 게으르고 부족하다면, 그리고 바쁘고 힘든 상황이라면 당신에게 다육이를 추천한다.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면 좋지만 혹시 정 안되면 생각날 때마다 주어도 된다. 그렇다고 매일같이 물을 줄 필요는 없다. 다육이는 과습을 싫어한다. 보통 다육이를 죽이는 사람들은 관심이 과한 사람들이다. 최영애의 <작은 생명이 건넨 위대한 위로>에서는 과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어쩌면 식물을 키우는 것이란, 각 개인에 맞는 '정도'를 지켜냄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식물을 정도에 맞게 키우는 당신, 양육에서도 대인관계에서도 그리할 것임을 믿는다. 어렵다면 다육이부터 시작하자.
알코올 의존증 환자였던 40대 초반의 L. 몇 번이나 술을 끊으려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의지는 강했으나 행동은 받쳐주지 못했다. 생활은 엉망이 되었고 직장도 그만두었다. 아내까지 들고일어났다. 이제는 정말 술을 끊지 않으면 아이들과 떠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그나마 정신이 맑은 날 그는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그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그는 더 나빠져있었다. 이제 의사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마지막 조건을 걸었다. 2주 후 가져오라며 다육 식물을 그에에 건네주었다. 어떻게 키우는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는 창가에 다육 식물을 올려놓고 매일같이 물을 주었다. 좀 모자란다 싶으면 한번 더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물의 잎이 누렇게 바랬다. 그는 자신이 물을 덜 준 건가 싶어 더 자주 주었다. 결국 그의 다육 식물은 누렇고 쭈글쭈글한 채 죽고 말았다. 그 다육식물은 마치 앞으로의 자신 같았다.
이후 그는 의사를 다시 찾아갔다. 스스로 입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의사의 치료에 성심껏 임했다. 3개월 후 그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는 이후 열심히 정원을 가꾸었고, 조경 사업 봉사자가 되었다. 건강을 회복하고 직장에 복귀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아빠이자 남편으로 다시 돌아갔다.
힘들 때 함께하는 따뜻한 너. 모자라도 기다려주는 다육이. 과하지 않도록 알려주는 다육이. 너와 함께여서 정말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