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 베란다에는 풍뎅이도 올챙이도 살아요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다

by 엄지언

얼마 전 창틀 화분을 정리하다 발견한 풍뎅이 유충. 그 화분 흙을 뒤엎다 보니 더 많이 나왔다. 헉. 총 8마리! 그 풍뎅이 애벌레를 키워보았다. 실은 내가 아니고 남편이 주도한 거지만, 이런들 저런들 어떠리. 아이들이 좋아하니 되었다.


흙에서 발견한 유충


애벌레 키우는 통과 톱밥을 사서 담고 그 안에 넣었다. 쏙~~ 안으로 들어가던 애벌레들. 반투명한 겉에서 보니 각자들의 작은 방을 만들어 잘 살고 있었다. 한참 지나 뚜껑을 열어보니... 풍뎅이들이 있었다! 엄마야 진짜 되네. 이 애벌레는 무슨 애벌레일까 혹시 이상한 게 튀어나오는 거 아닌가 엄청 걱정하고 넣었었다. 귀여운(??) 풍뎅이여서 다행이다.

이 풍뎅이의 이름은 뭘까요


남편이 꺼내 통에 담았다. 풍뎅이들이 신났는지 날개를 활짝 열고 윙윙. 아이들이 꺆꺆 난리가 났다. 밖에 가서 함께 풀어주었다. 흙 속의 벗은 허물을 관찰했다. 잘살아~ 행복해~ 즐거웠어.


또 있다. 올챙이. 알로 데리고 와서 여태껏 잘 살아있는 올챙이. 물고기 밥을 준다. 물도 몇 번 갈아주었다. 점점 커지고 있다. 뭔가 튀어나오는 것이... 뒷다리가 나오는 듯하다. 앞다리가 나오면 돌려보내 주자고 아이들과 약속했다.

자세히 보면 올챙이가 꼬물꼬물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베란다 텃밭을 할 때 통통한 녹색 애벌레가 이파리를 꾸물꾸물 기어 다니는 것이다. 어찌나 놀랐는지… 줄기채 뜯어 베란다 바깥으로 던져버렸다. 그런데 얼마 후, 우리 집 베란다에 하얀 나비가 한 마리 날아다니는 것이었다. 헉... 혹시 그 애벌레는 배추흰나비 애벌레였던 걸까? 내가 한 마리 놓쳤나? 베란다 방충망을 열자 그 나비는 훨훨 날아갔다. 애벌레를 던질 때는 고문당하는 느낌이었는데, 나비를 날려 보낼 때는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생김새에 이리 좌지우지되다니. 사실 생각해보면 애벌레야말로 놀랐을텐데. 나도 어쩔 수 없는 도시 엄마인가 보다.



유정란 부화하기


이 도시 엄마는 다양한 경험을 모색 중이다. 작년에는 아이들과 병아리 부화 실험을 했다. 자연 체험 박물관에 갔다가 그날 낳은 따끈따끈 유정란을 받아왔다. 인터넷을 뒤져 부화 박스를 만들었다. 스티로폼 박스를 뚫어 전구를 연결했다. 습도를 맞추기 위해 컵에 물을 담고 젖은 수건을 놓았다.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 꺼지는 기계를 연결했다. 그렇게 2주 스티로폼 박스에는 열을 유지하기 위한 불이 들어와 있었다. 중간중간 확인하니 계란에 핏줄이 생겨있었다. 까만 덩어리도 보였다. 병아리가 자라는 듯했다. 빛으로 비추면 뭔가 움직였다. 하지만 부화까지는 가지 못했다. 부화 박스가 뭔가 부실했던 듯하다. 또다시 도전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렸다.



얼마 전 둘째가 개미를 마구 밟았다. 개미들은 한방에 꼬꾸라졌다. 개미를 죽이지 마라고 이야기하는데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동네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개미를 밟는다.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치 나쁜 적을 만난 듯 개미를 죽인다. 내가 말려도 말을 듣지 않는다. 그 아이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개미가 된 꿈을 꾸었다. 나는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였다. 그런데 사람이 내 머리 위에 나타났다. 수많은 개미 중 하나였던 나는 이유 없이 타깃이 되었다. 죽을까 봐 두려웠다. 생명이 이렇게 하찮다니. 뉴스나 기사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아무 죄 없이 생명을 잃는다. 개죽음... 이 아닌 개미 죽음이라 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다시 둘째가 개미를 밟는 상황으로 돌아간다. 개미를 죽이지 마라고 말하다 많은 생각이 난 이유는 두 가지 갈등이 내 마음에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공존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있는 아이들이 다 개미를 죽이며 논다면? 내가 아이에게 절대 하지 마!라고 강력히 얘기했을 때,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반응해 대중의 미움을 사게 될까? 나는 대세에 맞추어 살아왔다. 그것에 신물이 났다. 가끔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그게 지혜로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어려운 숙제다.


답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르칠 뿐이다. 사실 나도 배우는 중이다. 한평 베란다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종종 등장한다. 내가 데려온 손님들도 잠시 머물다간다. 나와 아이들은 자연과 공존하는 법,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지켜내는 법을 배운다. 더 이상 이런 고민을 해도 되지 않도록 이 세상 보다 많은 아이들이 부디 생명의 윤리를 지각했으면 좋겠다. 그 시작이 한평 베란다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이전 06화둘 다를 얻을 방법이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