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경력단절인 나보다 불안한 당신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남편이 최근 많이 힘들어한다. 코로나로 사업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원래도 경제적 안정에 민감한 그이다. 그런데 요즘 생각이 많은지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새벽에 자주 깨고 두통을 호소한다.
남편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났다. 흔히 말하는 흙수저다. 남편은 부유한 집에서 자라난 도련님이다. 나는 돈이 없어도 흙 파먹고 살 수 있는 정신력을 가졌다. 안 해본 알바가 없다. 없으면 어떻게든 줄이고 버티면 돼 라는 마인드도 있다. 하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이미지 관리와 처신이 중요한 사람이다. 나쁜 뜻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야 인맥이 유지되고 사업에 도움이 된다. 나는 정 안되면 빵집 알바라도 하면 되지만, 남편은 죽었다 깨어나도 편의점 알바는 못하겠다 말한다. 우리는 다르다.
다른 우리이기에 바닥을 칠 때 받치는 건 나다. 정신력과 생활력으로 무장해 정신적 지주가 된다. 아이를 낳고서는 더 그렇다. 남편뿐 아닌 아이들의 바닥까지 받쳐준다. 그런데 바닥을 하도 받치다 보니 내가 바닥이다. 정신적 지주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내가 힘들 때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 내가 흔들리면 우리 집이 다 흔들린다. 나는 내 정신을 일기 쓰기에 의지해 버텨왔다. 내 일기장은 나의 토해냄이자, 일어남이자, 편히 쉼이다. 진짜 정신적 지주는 내 일기장 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상류층 삶을 알기에 누릴 수 있게 끌어주는 사람은 남편이다. 혹시나 위의 글이 남편 비방으로 보일까 봐 급히 장점을 나열해본다. 나에게 좋은 사람들을 연결해준다. 나는 기념일도 간략하게, 생일도 소소하게, 선물은 크리스마스 때를 활용하는 극 검소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를 만나고부터는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좀 더 배웠다.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렇게 적고 보니 참 우리는 너무 다르다. 그게 좋아서 결혼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중요한 건 지금이 힘들 때라는 것이다. 힘들 때 나의 역할은 강해진다.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생활력으로 지탱해야한다. 밑바닥부터 일하더라도 일으켜 세워야 한다. 남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내가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데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볼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작은 알바라도 할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지금 진행하는 일들은 어쩌나. 자격증도 따고 글도 쓰고 있는데. 득과 실을 잘 따져야 할 때다. 이런 상황이지만 남편을 도울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함께 사시겠습니까?
경력단절을 딛고 일어나는 시간,
나보다 불안해하는 남편의 힘듦을 덜어주기
남편에게 내 작업의 결과물을 보고한다. 남편도 내가 뭘 하는지 알아야 관심을 가질 것이다. 덜 힘들 것이다. 무엇이 됐든 간에 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건 불안을 덜어줄 테다. 내가 노는 것이 아니라는 상기도 필요하다. 중간중간 목표와 어떻게 할 것인지 내 생각도 나눈다. 나에게도 동기부여가 되고 남편의 불안도도 낮아진다.
남편과 성취감을 나눈다. 중간중간 성취감 드는 일들이 생긴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는 얼마 전 자격증을 취득한 것. 또한 브런치 글이 종종 메인에 올라가는 것이다. 투자하는 증권 가격이 많이 올랐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를 빠짐없이 남편에게 공유한다. 나 자신에게도 성취감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나뿐 아닌 남편에게도 희망을 주는 것이다. 나는 브런치 글이 메인에 올라간 걸 스샷 해 카톡으로 보낸다. 그러면 남편이 나에게 항상 묻는다. "그럼 무슨 일이 생기는 거야?" 내 대답은 항상 허탈한 "아니." 다. 공중으로 붕 떠있다가 정말 허탈해진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계속하다 보면 무슨 일이 생길 거야. 아니면 내가 무슨 일을 만들면 돼.
남편에게 공간을 내어주기. 우리 집은 하루 종일 두 아이들이 노느라 정신이 없다. 단정 깔끔한 남편은 이를 못 견뎌한다. 정말 힘들 땐 강박적으로 계속 치워 나랑 많이 부딪혔었다. 그런 남편에게 방 하나를 내어줬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니까 꼭 방을 따로 쓸 필요는 없지 않나. 내 아이디어가 괜찮았는지 그 후부터 자주 싸우지 않게 되었다. 남편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게임하고 뉴스도 본다. 아이들과 있다가도 지치고 힘들 때면 그 공간에서 충전하고 나온다. 지금도 그 공간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남편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있으니까. 그래야 나도 산다.
각자에 맞는 더 많이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부부는 운명공동체다. 둘이 뭉쳐야 이 힘든 시기를 더 굳건히 이겨낼 수 있다. 우리 부부는 뭉치지 못하고 그동안 많이 다퉜다. 그러다 내가 정신적으로 일어나자 남편도 따라 일어났다. 어쩌면 정말 힘들었던 건 남편인지도 모른다. 육아도 경력단절도 이 모든 상황 다. 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난 육아하며 성장이라도 하지 않았는가. 꿈 운운하며 좇지 않는가. 안아주자, 그를.
<전업맘 7년 경력단절 극복하기> 1부 내용을 여기서 마치려 합니다. 어쩜 이렇게 상황이 글감 딱딱 나오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운명(?) 같은 것을 느낍니다. 하하. 앞으로 2부에서는 더욱 실전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쭈욱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