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아이는 난초입니다
키우기 어렵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우리 아이는 태어난 날부터 조금 달랐다. 태어나자마자 가슴 냄새를 맡게 간호사들이 아이를 내 몸 위에 올려놔주었다. 보통 가슴 냄새를 맡으면 젖을 먹으려 아이 스스로 조금씩 움직인다. 그게 태어나자마자 나타나는 인간의 본능적 행동이란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그냥 내리 울기만 했다. 울음에 매몰되어 뭘 해야 하는지 잊은 듯했다. 나는 그 아이를 안아 내 가슴팍 바로 옆에 데려다주었다. 내심 기대했다. 가까이 있으면 그래도 입을 오물오물 찾아먹겠지. 그런데 아이는 더 대성통곡했다.
안달이 나는 걸까. 왜 보통의 케이스대로 엄마 젖을 찾아먹지 않지.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멘붕이었다. 마치 아이가 나와의 첫 만남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무슨 상관. 갓 태어난 아기일 뿐인데. 내가 먹이면 되지. 직접 아이 입을 젖에 갖다 대었다. 그제야 아이는 조금씩 빨았다. 하지만 우느라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듯했다. 진정될 때까지 한참 걸렸다. 이내 간호사는 아이를 다시 데려갔다. 그게 나와 내 아이의 첫 만남이었다.
내가 아이를 낳은 병원은 모두 모자동실이었다. 각 병실마다 아기들이 있었다. 그런데 울음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출산은 축복받은 듯했다. 그런데 밤이고 낮이고 찢어져라 우는 아기가 바로 우리 병실에 있었다. 내가 낳은 아이가 바로 그 아기. 그나마 울지 않을 땐 내가 안고 있을 때, 젖을 줄 때. 아기는 첫 만남부터 나랑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간호사들은 우리 방에 수시로 들락날락거렸다. 자꾸 우는 아기에게 무슨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 간호사들이 아이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체온 재고 기저귀 체크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 게 싫은 듯했다. 간호사들도 땀을 흘렸다. 겨우 평온을 찾았는데 왔다만 가면 한참을 달래야 했다. 몸조리고 뭐고 첫날부터 필승 육아였다.
너무 힘들어 아기를 돌보는 사람을 몇 번 고용했다.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어머 어쩜 이런 아기가 있지~. 젖을 좀 더 줘봐요. 푹 먹으면 괜찮아져요. 졸려서 그런가. 밖에 나가고 싶은가. 밖에 나가 아이를 재워 들어오셨다. 그런데 십 분 만에 깼다. 눕히면 바로 눈을 번쩍 떴다. 목욕을 시키는 내내 대성통곡했다. 옷을 갈아입힐 때마다 전쟁. 이런 애는 처음 본다며 결국 몇 명이 그만뒀다.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 안정할 때는 오로지 엄마 옆에 찰싹 붙어 젖을 먹을 때뿐이었다.
원래도 알았지만 아이를 키우며 더욱 내 아이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기질 권위자인 제롬 케이건의 말로는 이 아이는 '고반응성' 아이였다. 자극에 반응이 크다는 것이다. 위의 내 경험이 다른 이들보다는 좀 쎌(?) 수도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아이의 경우는 상위 몇 프로 안에 드는 까다로움이었다. 하지만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분들이 내가 경험한 많은 일에 공감할 것이다.
케이건과 그의 팀은 4개월 된 아기들을 녹음한 목소리와 풍선 터지는 소리, 색색의 모빌이 눈앞에서 춤추는 모습, 알코올을 묻힌 면봉의 냄새 등의 자극에 노출했다. 이런 자극에 아기들은 극도로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약 20퍼센트는 기운차게 울며 팔다리를 휘저었다. 케이건은 이 그룹을 '고 반응'으로 불렀다. <콰이어트> 수전 케인.
흔히 알려진 방법은 아이에게 먹히지 않았다. 순한 아이들을 기준으로 많은 육아서와 양육법이 나와있다. 많은 민감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맞지 않는 육아법을 적용하며 멘붕을 겪곤 한다. 나도 거기에 포함되었음이다. 그래서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지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다 '난초 가설'이라는 것을 찾아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민들레이다. 태양 같은 생김새와 노란빛을 띈 민들레. 그들은 강하다. 자신의 종자를 쉽게 멀리 전파한다. 그늘이든, 마른 흙이든, 습한 곳이든, 어떤 환경에서도 꽃을 피워낸다. 밟아도 잘 죽지 않는다. 추운 겨울이 지나도 이내 싹이 올라온다. 그들의 뿌리는 땅 속 깊이 뻗어, 위의 잎이 망가져도 다시 잎을 틔워내고, 꽃을 피워 씨앗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난초이다. 약하다는 뜻이 아니다. 이들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저 환경에 더 민감하다. 좋은 환경에서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 번성하고,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다 펼치지 못하고 고립된다. 키우기 어렵다. 섬세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 걸맞게 누구보다 고고하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낸다.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내 상황을 이해해 주는 것이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좀 그만 내버려 두라고. 내가 아이에게 맞추어주어 더 그렇다고 말했다. 엄마에게 붙으려 안달 난 아이를 나에게서 억지로 떼어놓으려고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 아이는 나에게 더 붙었다. 더 불안해했으며 이 세상과의 소통을 닫으려 했다.
그런데 꼭 내 아이나 이론 뿐 아닌, 나의 성장과정을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충분히 이해 가능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쉬이 건강을 잃곤 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던 스무살의 나. 두번의 수술을 했고 한쪽 난소를 잃었다. 진작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나 자신을 아이 키우며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을까. 좋은 환경에서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 번성한다 하지 않나. 그 좋은 환경이란 어떤 것을 말하며 내가 무얼 해야 할까. 내 진정한 공부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공부한 것을 sns를 통해 알렸다.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많은 것을 알아냈다. 긍정적인 양육환경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고유한 색을 잃지 않고 개성 있게 자란다. 부모의 인내와 노력으로 아이는 평생을 스스로 버틸 자생력을 얻는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와 부모를 먼저 알고, 아이의 바닥을 받쳐내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도록 반발짝씩 앞으로 뒤로 함께 걸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엄마 스스로를 챙기고 엄마가 먼저 살아야 했다. 부모가 속해있는 환경도 중요했다. 환경의 도움을 받음으로 어려움이 반절은 줄었다.
이와 비슷한 결과는 붉은 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도 나타났다. 특별히 보살핌을 받은 어미들이 키운 고반응성 새끼들은 스트레스에 반응해 최고의 회복력을 보여주었고, 집단의 지배 계층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이 두뇌 백과> 샌드라 아모트, 샘왕
이 모든 과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는 잘 자랐다. 물론 아직도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칭찬할 부분은 칭찬하고 싶다. 무섭게 뒤집어지는 아이였는데, 스스로를 달래고 방법을 판단해 행동하는 아이가 되었다. 엄청난 놀이 에너지로 아이들 사이에서 자체 발광하는 아이가 되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원하는 걸 찾아 공부하는 아이가 되었다. 둘째 아이는 이런 첫째의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내 육아 전우들의 아이들도 단단하게 자랐다. 나는 난초 가설이 맞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맞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이제 세상에 풀어놓을 때가 되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 생각 든다. 보다 쉽게 전달할 것이다. 보다 새롭고 알찬 정보를 담을 것이다. 난초라는 말처럼 아름답게 될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읽을 수 있도록 가치에 중점을 둘 것이다.
당신의 아이는 난초입니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요. 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따라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