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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Nov 06. 2021

사랑이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

LEAVE or STAY


사랑은 변한다. 연애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언제나 참이 되는 항등식임을 알 것이다. 변하기까지의 기간에는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사랑이 변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평생 깨볶으면서 사는 부부의 사랑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 묻는다면, 사랑이 변한 결과가 늘 이별일 것이라 한정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랑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흔히 생각하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명대사 속의 사랑은 마음이 식어 헤어짐을 앞둔, 공기가 빠져 쪼그라든 풍선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을철 무르익은 벼처럼 농익은 모습으로 사랑이 변할 때도 있다. 조선향미처럼 밥만 먹어도 맛있는, 서로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풍미가 더해지는 관계도 사랑이 변하는 하나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서로 옆에 있는 게 당연해진 '익숙함'이라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의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먼저 서로가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함께 있는 시간이 지루하거나 싫증 날 수도 있다. 이런 시기를 권태기로 인식하고 이별을 하는 커플들이 많다. 사랑이 이별로 변한 경우다.


혹은 편안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사람이  팀이 되어 다음 스텝을 깨러 함께 이동할 수도 있다. 연인 간의 사랑에 인생의 동반자로서 가족애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사람을 오래 만나다 보면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 연인에 대한 사랑 하나가 전부가 아니게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고민을 나누는 친구 같을 때도 있고, 때로는 나를 살뜰하게 챙겨주는 아빠 같기도 하며, 귀엽게 애교를 부리며 행복을 주는 우리  일인자인 강아지 같을 때도 있다. 서로에게  많은 역할을 소화해낼수록 상대방의 매력은 더욱 높아진다. 그만큼  인생에서 상대방이 차지하는 자리도 커지게 된다.


애석하게도 사랑은 변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단계에서 출발해 사랑을 '하는' 단계를 지나 사랑에 '머무르는' 단계에 도달하는 하나의 여행과 같다. 사랑에 빠지기는 쉬워도 사랑에 머무르기는 정말 쉽지 않다. '사랑에 머무르는 단계'는 현실 속에서 서로의 삶을 나누며 따뜻함과 부드러움 속에 사는 것이다. 또한 행복하고 편안한 가운데 서로의 존재를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에 머물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기꺼이 나를 열어 보일 수 있어야 하고,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외로움을 견딜 수 있어야만 한다.

- 김혜남,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사랑에 빠지기는 쉬워도 머무르기는 어렵다는 말이 뇌리에 박혔다. 길거리만 나가봐도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없는 세상에서 한 사람에게 진득하게 머무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그 결과로 얻은 관계는 달다. 일방적인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사이이기에, 두 사람이 함께 하고자 노력한 결과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번 글을 통해 진솔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일 수 있게 언제나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 준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오랜 기간 한 사람에게 머물며 사랑의 좋은 변화를 알게 해준 나 자신에게도 칭찬의 박수를 보내본다. 더불어 아름다운 사랑의 변화를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존경의 마음을, 머무르는 사랑을 찾기 위해 언제나 자신을 잃지 않으며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응원의 마음을 표하며 글을 마친다.





사랑에 머문다는 것은 남자와 여자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사랑의 형태로, 라쉬 교수는 이를 '차가운 세상에 있는 천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김혜남,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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