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의 진짜 선한 영향력, 기부 릴레이
회사에서 카톡을 끼고 살고, 유튜브를 보는 것을 마음껏 하면서 월급을 받아가는 일을 하고 있다. 사실 평소에 유튜브를 미친 듯이 보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아날로그한 감성을 좋아한다고 자청하며 텔레비전 채널을 잽핑하며 돌려보는 것을 좋아한다. 영 재미난 것이 없으면 유튜브 대신 넷플릭스를 본다. 회사에서 유튜브를 봐야만 하는 직업이지만 업무에 밀려 하루에 30분도 유튜브를 못 보고 이메일만 잔뜩 보내고 하루를 마감하거나 미팅에 전화기만 붙잡고 하루를 마칠 때가 대부분이다. 나는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마케터이자, 탤런트 매니저, 그리고 탤런트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모든 것을 100% 안 봐도, 썸네일만 보거나 처음 30초나 1분만 봐도 채널의 방향성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채널은 영상당 시청시간이 길어서 그다음 내용이 궁금한 비디오 시리즈다.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면서 서론이 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는 게 제일 시간 아깝다.
인정한다.
인스타그램은 늘 잘 살고 있고, 자랑하고 싶고, 가장 행복한 순간만 올린다. 그리고 예쁘고 비주얼적으로 늘 뛰어난 사람들은 좋아요도 쉽게 받는다. 그런 현실보다 더 적나라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 인스타그램의 세계라서 계정을 없앤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여전히 인스타그램은 유효하다.
사실 나도 이 소셜 미디어 업계에서 하루 종일 푹 빠져서 일을 하고, 화장실 오갈 때도 늘 인스타그램을 체크한다. 내 스스로 정한나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럭셔리한 허세스타그램에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큰 질투가 난 적도 없다. 그냥 광고성이 너무 자주 짙은 채널일수록 언팔로우를 하다 보니 내 취향에 맞는 채널들이 걸러졌다. 자신의 철학이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그들만의 스토리텔링을 엿볼 수 있어 즐겁지만 공구 형태의 제품이나 어디서 떼다 파는 옷을 판매하는 채널은 크게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펀드매니저의 마음가짐으로 인스타그램 수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다 보면 보다 더 객관적인 자세를 요구하게 된다.
최근 들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삶을 브랜드화시켜 브랜딩하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연달아 구설수에 올랐다. 팬들과 안티팬들끼리 싸우고, 해명에 해명을 거듭하다 보면 마녀사냥이 되었다. 처음엔 정당한 비판이었다가 나중엔 감정이 너무 섞여 타깃을 정한다. 나보다 갑자기 잘 살아져서 배아팠던 마음이 커져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 하던 인간의 욕망도 캐치할 수 있었다. 잘못이 있으면 죄는 달게 받아야 하지만, 이를 역이용해서 공격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끈질김을 우리 정치인들에게,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요구와 판례들에 쏟아부었으면 했다.
보통은 늘 공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은 문제가 생기면 그에 대한 책임도 어떤 기업보다 깔끔하게 지는 편이고, 최대한 투명하게 일하는 편이다. 내 마인드는 누군가를 편드는 걸 떠나서 인플루언서와 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욕심내지 않고, 자기편을 위협하는 이들을 타깃으로 저격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편으로 만들어 감정에 호소하며 대신 싸워주길 바라는 편협한 행동들을 가까이서 보아왔다. 양쪽 다 어른이란 이름으로 참 지저분하게 행동한다라는 생각에 인스타그램 자체가 지긋지긋 해졌다.
우리나라는 기부가 미국,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참여도와 의식이 많이 낮은 편이다. 개인의 참여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기업의 참여도가 형편없을 만큼 낮다. 부끄러운 일이다. 미우나 고우나 인스타그램을 여느 때와 같이 켰는데 이번 주말 내내 인플루언서들의 강원도 산불 기부 퍼레이드는 연달아 이어졌다. 금액이 중요치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허세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너도나도 유행이 된 기부처럼 산불피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래서 쇼잉용으로 기부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쇼잉이라 한들 이렇게 좋은 일에 쓰인다면 두 팔 벌려 반길일이다.
그러고보면 이번 기부에서만큼은 인스타그램이 가지는 '자랑'에서 오는 피로도가 제로에 가까웠다.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의 인플루언서들의 그 영향력 자체가 가장 바람직하게 쓰이는 예가 되었다. 사실 포스팅 하나당 가격을 알고 있기에 그 포스팅의 가격을 돈으로 환산하면 탑스타를 사용한 광고금액보다 맞먹을 수도 있다. 인플루언서의 자금 사정에 맞게, 그리고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담아 기부를 하는 다양한 형태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기부문화는 형편없지만, 우리나라 인플루언서들의 기부문화는 전 세계 어디를 내어놓아도 자랑스러울 만큼 의식이 선진화되어있음을 느꼈다.
이번 주말 십만 원 단위에서부터 백만 원 많게는 천만 원도 아주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했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들도 있지만, 기부를 안 한 사람을 탓하고 싶진 않다. 기부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플루언서로 많은 광고수익과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천만 원을 선뜻 기부에 내어놓는 게 쉽지 않다.
비글 부부는 평소에도 기부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들과 대화 중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기부를 어디에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이다. 어쩔 땐 콘텐츠 고민보다 더 자주 한다. 돈을 많이 벌었지만 늘 함께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그들에게 많은 영감을 얻는다. 언젠가는 비글 부부에게 물었다. 아무리 돈을 번다고 해도 기부를 자주 선뜻한다는 것이 큰 결정일 텐데 그 이유가 뭐냐고.
어차피 돈 많이 벌어봐야 사람이 쓰는데
필요한 돈은 적당히만 있으면 되잖아요.
기부할 때 제일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번에도 주말 내내 기부처를 함께 고민하면서 나를 감동시켰던 한마디였다. 남들이 쉽게 사는 에어팟은 몇 개월째 사고 싶은 위시리스트에 올려두면서, 기부는 생활화되어있는 그들은 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게 했다.
내가 늘 언행에서 많은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는 율이 어머니도 평소에 율이의 매력을 잘 뽑아내는 개성을 기부에도 율이 어머님 스타일대로 진행하셨다. 직접 고성군청에 전화하셔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리스트로 뽑아서 수량만큼 보내는 센스, 그리고 율이의 팔로워들과 함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밴쯔는 결혼식을 마치고 바로 기부 인증을 하면서 이제는 부부가 된 신랑과 신부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모습이 개념 밴쯔라는 말은 다른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알게 했다. 방송에서도 확실한 캐릭터와 연애에 대한 가치관으로 옳은 말로 뼈 때리는 오마르의 삶 오마르님도 구독자수에 맞게 기부를 했다. 신발로 많은 사랑을 받는 꺌랑도 특정 제품을 할인해주고, 그 제품의 할인된 가격만큼 기부를 참여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런 참여형 기부로 빠르게 기부의 뜻을 헤아릴 수 있는 현명하고 통 큰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모처럼 서로를 헐뜯기 바쁘고 마녀사냥에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는 전쟁통 같던 인스타그램의 기싸움의 현장에서 진짜 인스타그램의 선순환 구조이자, 의미 있는 유행이었다. 늘 비난과 비판만 하던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시선을 이번만큼은 접어두고 이들을 크게 한번 박수 쳐주고 싶다. 산불현장을 보고 마음 아파하고, 이를 기부라는 신사적이고 성숙한 태도로 인스타그램 기부 유행에 참여한 모든 이 대한민국의 인플루언서들이 자랑스러운 주말 저녁이다. 다시 한번 산불로 피해를 본 가정들에 조금이나마 빠른 복구가 진행되고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다친 마음을 하루빨리 치유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