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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렁 Jul 18. 2022

최적의 구조 설계하기 (UX)

우리의 동선에 맞춘 집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곳은 주방이었습니다. 집에 있는 동안 집과 가장 많은 상호작용을 하며 목적에 따라 다양한 동선이 만들어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같이 동시에 요리를 할 수 있는 넓은 조리공간을 원했지만 기존 조리공간은 너무 좁았고, 작게나마 식탁 둘 곳을 남겨두다 보니 수납공간마저 적은 애매한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공간 활용을 용도에 맞게 극대화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요리' 목적인 주방과 ‘식사' 목적인 다이닝룸을 분리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주방은 발코니를 터서 확장했고, 조리공간을 주방에서 가장 긴 길이가 나오는 반대쪽 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렇게 싱크대와 인덕션, 냉장고가 정삼각형을 이루는 조리에 최적화된 동선이 만들어졌고, 한쪽 벽은 전부 수납공간으로 사용하여 이전보다 수납력을 3배 이상 늘렸습니다.


공사 전/후 주방의 모습과 정삼각형을 이루는 주방 동선 설계



또 한쪽 방을 다이닝룸으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우리가 원했던 큰 식탁을 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주방과 다이닝룸 간의 동선이 멀어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방문은 막아버리고 주방 쪽 벽을 허물어 왔다 갔다 하기 좋은 넓은 문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방 하나를 온전히 ‘테이블'로 가득 채우는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생활패턴을 적어봤을 때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테이블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책상, 밥을 먹는 식탁, 커피를 마시는 테이블을 모두 따로 두어 공간을 나누기보다는 하나의 큰 테이블에서 모두 가능하게 만들어 동선을 최소화했습니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3개의 가구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만으로도 집이 많이 넓어지고 깔끔해졌습니다.


벽을 뚫어 새로 만든 슬라이딩 도어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테이블



주방과 다이닝룸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곳은 화장실이었습니다. 기존에는 거실 화장실에 욕조가 있고, 안방 화장실에 샤워부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침에 일어나 주방에서 물을 마신 후 샤워를 하러 가고, 자기 전에 목욕을 하고 침대로 갑니다. 이러한 동선을 고려했을 때 샤워부스는 거실에 있고, 욕조는 안방 화장실로 가는 게 적절해 보였습니다. 또 욕조는 최대한 크게 만들고 싶었지만 안방 화장실은 그러기엔 너무 좁았어서 세면대를 밖으로 꺼내게 되었고, 습한 걸 싫어하는 저희는 두 화장실을 모두 건식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집의 킬러 피처(?)인 조적 욕조가 탄생했고, 자기 전 세수와 양치를 할 수 있는 파우더룸도 만들어졌습니다.


안방 파우더룸과 조적 욕조, 거실 샤워부스



집은 앱과 다르게 3차원이라서 x, y 축에 해당하는 ‘동선’ 뿐 아니라 z 축(높이)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사용성을 위해 각자의 키에 맞는 높이도 고려해야 하는데요, 저희는 우선 집안의 모든 스위치 높이를 하나로 통일했습니다. 또 싱크대, 세면대, 작업대 등의 높이도 모두 통일하여 최적의 사용성과 일관성을 챙겼습니다. 아내와 저는 키가 다르기 때문에 둘 다 만족할 만한 높이를 찾기 위해 가구 쇼룸을 방문하여 다양한 높이의 싱크대를 체험해 봤고, 허리가 아프지 않을 적절한 중간 높이를 같이 찾아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선반, 옷걸이, 콘센트 등 매일 사용하는 기능들의 높이까지 우리에게 맞춰 설계하다 보니 우리 집이 더 편해지고, 곳곳에서 일관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위치와 콘센트, 원하는 높이로 제작한 조리공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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