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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Apr 27. 2022

라이자 미넬리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주디 갈란드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

영화 "카바레"속의 "라이자 미넬리" (iPad air 4, Adobe Fresco)

요즘 라이자 미넬리의 영상과 음악을 우연히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라이자 미넬리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나라 미국에서는 이야기가 다르죠. 미국의 수도 보다도 더 유명한 도시, 뉴욕의 주제가나 다름없는 “뉴욕 뉴욕”이란 노래를 부른 가수이죠. 이것이 제가 아는 그녀에 대한 거의 전부입니다.


그녀의 푸릇푸릇한 젊었던 전성기 때의 영상을 보면서 “아! 정말 대단했구나.. ”라는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모습을 보였었죠. 그러나 그때의 라이자 미넬리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거동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

라이자 미넬리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주디 갈란드


라이자 미넬리의 최고 전성기는 놀랍게도 어리다고 할 수 있는 20대 때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 그녀의 대표작 “카바레”에 출연하고 뮤지컬계에 스타로 우뚝 서죠. 영화 카바레는 그녀에게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까지 안겨 줍니다. 그러나 그 후 그녀의 커리어는 데뷔 초창기 때를 넘어서지 못하죠. 개인 사생활의 문제 등등으로 어려운 나날을 보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누군가가 오버랩되면서 떠오릅니다. 그녀의 어머니 “주디 갈란드”입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속의 "주디 갈란드" (iPad air 4, Adobe Fresco)

그렇습니다. 라이자 미넬리는 전설적인 아역 배우, 오즈의 마법사의 영원한 도로시 “주디 갈란드”의 딸입니다.


주디 갈란드의 불행한 어린 시절과 굴곡진 인생 여정은 익히 들어왔던 터라 라이자 미넬리의 인생이 어머니와 닮아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게 여겨졌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주디 갈란드의 인생을 다룬 영화 “주디”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영화로 인해 주디 갈란드의 인생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는 라이자 미넬리와의 관계는 거의 다루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주디 갈란드는 학대와 고문 같았던 어린 배우 시절을 견뎌야 했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라는 평생의 캐리터와 돈줄을 얻었지만 제대로 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한 그녀는 평생 동안 후유증을 겪으며 불행한 인생을 보내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그녀가 겪은 고통 중 가장 끔찍한 하나를 꼽으라면 “불면증”일 겁니다.


젊다 못해 어리다고 볼 수 있는 옛날 영상들 속의 라이자 미넬리 역시 너무도 빨리 쇼 비즈니스계의 정점에 우뚝 섭니다. 아마도 뮤지컬 배우로서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다 누리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정상에 일찍 오르면 남은 길은 내리막뿐이죠. 젊었던 자기 자신의 성과를 뛰어넘지 못한 채 커리어를 이어갑니다. 물론 그녀의 커리어는 이미 최고의 수준이니 유지만 한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성과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자 미넬리의 인생 후반이 어머니 주디 갈란드와 겹쳐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주디 갈란드"와 "라이자 미넬리" (iPad air 4, Adobe Fresco)


주디 갈란드는 47세에 생을 마감합니다. 라이자 미넬리는 현재 76세 (1946년생)입니다. 거동은 불편해 보이지만 대외 활동도 하고 있고요. 세상에는 스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가족들이 가끔 등장합니다. 하지만 성공한 스타의 2세 3세들은 유전자만으로 스타가 된 것은 아닙니다. 주디 갈란드의 자녀는 3명이었는데 나머지 자녀들에게는 유전자가 안 갔을까요? 결국 라이자 미넬리는 어머니 주디 갈란드의 유전자가 아닌 자신이 하는 노력의 힘을 더 믿었던 것이죠.


좋아하는 스타의 부고 소식도 마음이 아프지만, 2세 스타들마저 인생의 후반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에 내가 지나온 세월의 무게가 새삼 무겁게 느껴집니다. 정말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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