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한장이야기 Feb 16. 2022

스타일로 세계를 홀리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한 장면 (iPad7, AdobeFresco)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프리티 우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참 독특하고 특이한 영화입니다. 혹시 이 영화의 스토리를 기억하는 분 있나요? 그러면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아시는 분은? 그렇습니다. 의외로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영화의 스토리나 결말을 알면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영화를 명작이라고 착각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오드리 헵번” 때문입니다.


영화의 작품성만 따지자면 헵번의 대표작은 단연 “로마의 휴일”일 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쩌면 그녀의 대표작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한마디로 헵번의, 헵번을 위한, 헵번에 의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영화의 첫 오프닝에서 우리는 헵번의 매력에 마법처럼 걸려서 더 이상 영화의 작품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 뉴욕의 아침, 보석상 티파니의 쇼윈도로 걸어가는 오드리 헵번. 매력적인 드레스와 손에는 커피와 빵을 들고 머리를 갸웃한 채 보석을 쳐다보는 그녀. -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스타일로 세계를 홀리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헵번의 스타일 하나로 모든 것이 기억되는 영화입니다. 그런 영화들이 몇 편 떠오르는군요.


영화 "프리티 우먼"의 한 장면 (iPad7, AdobeFresco)

1990년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여인이 한 명 있었습니다. 프리티 우먼으로 불렸던 “줄리아 로버츠”입니다. 영화 “프리티 우먼”역시 줄리아 로버츠의 매력과 스타일로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를 가렸죠. 영화를 보고 기억나는 것은 호탕하게 웃는 그녀의 큰 입과 패션들, 그리고 음악뿐입니다.


그리고 스타일 자체가 영화의 정체성인 작품이 나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제목에서부터 명품 브랜드가 나오는 파격적인 제목이죠. “앤 해서웨이”의 훤칠한 키와 함께 화려한 의상과 스타일은 영화를 하나의 큰 패션쇼로 만듭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 (iPad7, AdobeFresco)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품성”이란 절대적인 평가로 한 영화를 제단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스타일이나 이미지 하나로 우리는 그 영화를 기억하고 좋은 영화였다고 스스로 최면을 겁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시골의 유부녀가 화려한 삶을 동경해서 도시로 도망쳐와 파티를 전전하다 결국 가난한 젊은 작가와 눈이 맞는 이야기이죠. “프리티 우먼”은 거리의 여자가 운 좋게 매너 좋은 부자를 만나게 되어서 신세가 펴는 이야기입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지랄 같은 상사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자본주의 예찬 영화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단점들은 여배우들의 엄청난 매력과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일로 가려집니다. 영화의 내용은 중요한 게 아니죠.  


영화는 결국 시각적 자극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시각적 화려함의 정점을 찍은 영화들이 우리의 뇌리에 강력하게 남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