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

쉬어가며 하는 본인 이야기

by 캄프카

안녕하세요. 설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평상시와는 다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제목에서처럼 제가 왜 이런 글을 쓰느냐에 대한 것인데 사실은 연재글의 머리말에 쓰려고 했던 이야기들입니다. 연휴에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후술 할 이유로 이쯤 이 이야기를 한 번 털고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의 한 연재글에서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저는 어린 시절 스스로가 글을 꽤나 잘 쓴다고 생각했고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글로 돈을 벌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다른 이들의 글, 특히 소위 '팔리는 글'들을 읽으며 저는 스스로가 저런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깜냥이 부족했지요. 이 플랫폼의 다른 작가분들 글을 간간히 보는데 그럴 때마다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여하튼 글로 밥벌이는 못하겠구나 깨닫게 된 것이 공교롭게도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한동안 먹고사는데 집중하며 살았고, 글이라고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형태의 것들은 SNS에다 끄적이며 이곳은 점점 방치되었지요. 그러다 '내가 제대로 글이라는 걸 써본 적이 있나?'라고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됐습니다. 글쓰기에 최선을 다해봤냐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제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모처럼 다시 방문한 이 플랫폼에 여러 기능들이 생겼더군요. 그중 연재 시스템을 보고는 딱 10주 정도, 매주 한편씩 글을 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원래는 경수필의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역량을 테스트해 보는 김에 내가 잘 못하는 장르의 글을 꾸준히 써 볼 수 있을지도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의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열개 정도의 제목을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제목들을 선정해 놓고 보니 큰 틀에서 세 가지 정도의 카테고리로 정리될 거 같았고 이를 카테고리별로 쓸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이건 또 이 글을 쓰기로 한 근원적 이유 '경수필을 써보자'에 배치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그러한 정리 없이 쓰자고 생각했고 그 결과로 제목을 '삶의 스케치'라고 잡았습니다. 이 제목은 제가 경수필에 도전해 보겠다는 나름의 다짐 같은 것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에 와서 보면 이 목적과 계획은 모두 어그러져 버렸습니다. 글들은 중수필이 되어버렸고 이럴 바에는 카테고리를 나눠서 진행했으면 훨씬 깔끔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렇게 진행했으면 아마도 주간 연재일을 맞추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뭐 어쨌든 이래저래 10주를 채우게 됐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100일을 채워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중간에 갑자기 쓰고 싶은 주제들이 튀어나와 이들을 먼저 쓰고 하다 보니 주제도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글이 15번째 글, 즉 100일을 넘기고 쓰는 글이 됐습니다. 앞서 말한 '후술 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렇게 100일을 넘기고 나니 훨씬 더 오래도록 글을 연재하고 계시고 주에도 몇 개씩 글을 쓰시는 분들의 열정과 부지런함에 경외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는 제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십여 편의 글을 일정 간격으로 쓰다 보니 제 사유의 깊이가 드러나더군요. 간단히 이야기하면 자기 복제, 인용이 벌어지더라는 것이죠. 학자나 사상가, 작가가 아니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유야 어떻든 스스로의 한계를 목도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더군요.


또 다른 한계점은 확실히 경수필을 쓸 수 없을 거 같다는 점입니다. 일상을 자기 고백적 성격으로 풀어내는 글이 경수필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확실히 겁쟁이입니다. 예술적 글쓰기를 할 수 없는 사람이죠.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글본새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저에게 글이라는 것은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쓰는 도구이고 제 사유를 여러 이론과 치밀하게 엮기 위한 장치입니다. 저에게 저를 드러낸다는 것은 이제 저의 사유나 이론을 드러내는 것과 동치가 되었기에 더더욱 경수필은 앞으로도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앞서 말한 형태의 글쓰기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인 퀄리티는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지만 그냥 저렇게 작업을 해 결과물이 나오면 그 자체가 만족스럽거든요. 자기만족적 결과물에 많은 분들이 좋아요도 눌러주시니 더 바랄 게 없지요. 100일간의 글쓰기라는 소박한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 새로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밝히지는 않으려 합니다. 저는 겁쟁이이기도 할뿐더러 스스로 한 약속을 어기는 부끄러움은 저 혼자만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남은 주제들이 있으니, 그리고 연재 중에 새로운 글감이 생기기도 하니 당분간 글은 이어질 거 같습니다. 다만 어느 순간 제목만 갈았을 뿐 내용상 새로움이 없다고 판단되면 아마 이번 연재는 종료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모쪼록 그날까지 제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들의 삶에 평안함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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