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조그마한 우울감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우울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외면하느냐에 따라서 보통사람, 아픈 사람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그래 이렇게 우울한 날도 있어야지
행복한 날의 행복감이 두배가 될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서 우울감 자체를 나의 일부분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
나도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통해서 우울증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과 이별을 하려고 한다
우리 딸이 3살이 되던 해 2013년 5월
나는 먼저 나 자신에 대해서 정확히 알 필요가 있었다
33년을 살아오면서 정말 내가 누구인지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부터 알아야 우울증의 원인도 치료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달라지겠다고 생각했던 그 시점부터 나는 스스로 나를 치료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결혼은 내가 원해서 했어
남편을 내가 선택한 남자야
아이는 내가 간절히 원했고, 축복이야
나의 직업은 가정주부야
나는 아이를 사랑으로 키울 의무가 있어
남편이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일
가족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하는 일
이 모든 선택은 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
나는 나의 일에 충실하기를 노력했고 누구의 잘못이 아닌 나의 선택이었고 내가 함께 살아갈 나의 인생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정확한 우울감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보았다
출처 네이버 <우울증자가진단테스트> 없음-0점, 가끔-1점, 자주-2점, 항상-3점
[결과]
0~15점:정상 , 16~30:우울증 초기
31~45 : 심한 우울증, 50점 이상: 전문가 상담 필요
인터넷 검색으로 미리 나의 우울감 정도를 체크한 결과 심한 우울증이 나왔다
아마도 스스로 우울증을 치료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던 당시에 우울증 테스트를 했다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러 가야 했을 것이다
모든 테스트의 항목들이 그 당시 나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심한 우울증이란 결과가 나왔지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최악을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기에 나는 좀 더 집중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가 갑자기 우울감을 느끼게 된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니 한없이 작아져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이런 걸 할 수 있겠어?'
'내 주제에 이런 대접받는 것도 감사한 거야'
.........
못난 내 모습을 누군가 쳐다볼까 봐 마스크를 하고 집 밖을 나갔고, 누군가 나를 쳐다보면 내 모습이 우스꽝 스러워서 쳐다본다는 생각에 서둘러 자리를 피하고 집안으로 들어오던 나의 모습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기어 다닐 정도로 낮아져 있었다
나의 가치도 상승시키고, 좋은 결과로 성취감까지 얻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방법을 찾고 있던 중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3개월 뒤에 옷가게를 오픈할 생각인데 혹시 쇼핑몰 만들어 줄 수 있어?"
"포토샵으로 사진 편집만 조금 할 줄 알지 쇼핑몰은 만들지 못하는데..."
"집에서 놀면 뭐해? 3개월 동안 웹디자인 공부해서 쇼핑몰 만들어줘"
"일단 알았어, 생각해보고 말해 줄게"
전화를 끊고 여동생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리저리 구상을 해보니 뭔가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설레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당장 웹디자인 공부를 위한 자료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국비 무료 교육으로 웹디자인 강좌도 있었고, 많은 학원에서 웹디자인 수료과정이 있었다
나는 목표를 정하고 도달점에 도착하기 위한 여정의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서 웹디자인 자격증반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이란 벽은 호락호락 나에게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일반 가정주부가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무엇을 배우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주위의 도움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남편과 상의를 해보고 시간을 조율해 보아도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오랜만에 가슴 설레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벅차 있었는데 여러 상황들이 그 길을 막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져 왔다
정말 이대로 아무런 방법이 없는 건가?
아니야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분명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더더
생각하면 분명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독학"
그래 독학으로 해보자
빨리 갈 필요는 없잖아
천천히 꾸준히 열심히 한다면 독학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내가 우울한 세상 속에서 나오고자 했던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혼자 바닥에 떨어진 이유식을 먹고 있었던 딸아이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대로 살아간다면 사랑스러운 내 딸아이도 나와 같은 인생을 살아갈 것 말 같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기에 나는 지금 저 밑바닥의 힘까지 끌어당겨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독학으로 시작된 우울증 극복 첫 웹디자인 자격증 도전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