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고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던 건 호텔 근무 때 일본어능력험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시작의 설렘은 존재하는 듯하다
아직 책 주문을 하기 전인데도 벌써 어떤 결과를 얻은 것처럼 당당해진 나의 어깨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책을 주문하기 위해서 남편에게 카드를 달라고 했는데 남편은 카드 대신 받고 싶지 않은 잔소리와 충고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애만 보기도 힘들어하면서 무슨 자격증 공부야
"애나 잘 봐"
말이 독학이지 필기는 어떻게 집에서 혼자 한다고 해도 실기는 어떻게 할래?
포토샵, 일러스터, cs, 웹코딩 , 인디자인 등 필요한 프로그램들도 우리 집 컴퓨터에 없는데 어떻게 집에서 독학을 한다는지 이해가 할 수없다며 차라리 다른 공부를 하라는 의욕상실 이야기들만 늘어놓았다
현실적으로 보면 남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에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 정도는 감수할 각오도 하고 있었다
다른 프로그램은 잘 몰라도 포토샵은 사진 편집과 기본적인 메뉴 틀 사용들을 알고 있었기에 도전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다면 그만큼 성취감 또한 두배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남편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 보냈다
결국에는 잔 소만 받고 카드는 받지 못했다
"치사하게 정말"
나는 인터넷 중고사이트에 웹디자인 필기책과 실기 책을 검색해 보았다
다행히 책만 구매하고 시험을 포기했던 사람이 판매하는 새것 같은 중고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도 정가보다 반값에 판매하고 있었고 필기책은 서비스로 그냥 주기로 해서 실기 책 값만 지불하고 필기, 실기 2권의 책을 구입했다
웹디자인 필기책은 반 정도 답을 연필로 체크한 부분들이 있으니 참고하라는 말도 해주었다
'뭐 지우개로 지우고 사용하면 되니깐 상관없어'
중고로 구매한 웹디자인 책이 도착했고 나는 타이트한 공부계획표를 짜기 시작했다
오전 8시~10시까지 아침식사 준비와 집안 청소
오전 11시~오후 1시까지 딸아이 시간 보내기
오후 2시~5시까지 웹디자인 필기 공부
오후 6시~10시까지 저녁식사, 가족들과 시간
오후 11시~새벽 6시까지 웹디자인 실기 공부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딸아이가 자는 쉬간에 틈틈이 낮잠을 자면서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로 했다
3개월 만에 웹디자인 기능사 자격증 시험 합격을 목표로 계획표대로 생활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계획표는 계획표이고 우리 딸의 수면시간에 맞추어 계획들이 변경되었고 2시간도 잠을 잘 수 없는 날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기하기 싫었고 이대로 포기한다면 다시 외롭고 우울한 세상 속에 살아야 된다는 생각에 나를 더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중고시장에서 구매한 웹디자인 필기책을 3번 정도 돌려 보았을 때 알게 된 사실
필기시험은 기출문제만 몇 번 풀어보면 합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리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더 많이 보았기에 필기시험 준비는 거의 완료된 상태이다
필기시험 당일날 남편에게 시험장까지 픽업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런 곳도 스스로 다닐 수 있어야 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내가 우울증 극복을 위한 웹디자인 공부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 하나는 절대 상대방에게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말 기대만큼 쓸모없는 생각은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사라지니 한결 마음도 편해졌다
해주면 좋은 거고, 안 해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기대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날 나의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 듯했다
그렇게 혼자 택시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해서 무사히 웹디자인 필기시험을 쳤다
결과는 한 달 뒤 고득점 합격이었다
책과 기출문제를 병행해서 보았더니 1개인가 2개인가 틀렸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모든 에너지를 실기시험에 쏟아야 한다
딸아이가 잠든 시간에는 무조건 실기 연습을 했고 아이를 아기띠에 업고 실기 동영상 강의를 시청했고, 새벽잠을 아껴 가면서 정말 열심히 실기시험 준비를 했다
막히는 부분은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했고, 도저히 안 되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서 실기 공부를 이어갔다
웹디자인실기시험은 4시간 동안 웹페이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로고 작업, 표, 디자인, 링크 연결 등 많은 작업이 필요한 작업이라 4시간도 모자란 경우가 많았다
웹디자인 실기시험 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 장안으로 들어갔다
실기는 필기와는 전혀 다른 긴장감이 있었다
실수만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떨리는 마음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실기시험 과제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내가 집에서 사용한 프로그램과 시험장 프로그램이 달라서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4시간 동안의 웹디자인 실기시험이 끝이 났고 나는 제일 마지막으로 시험장에서 나왔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동생의 전화였다
"시험 잘 쳤어? 붙었냐?"
"아직 몰라, 너무 어렵더라 한 달 뒤 발표 나면 말해줄게"
그렇게 나는 3개월의 시간 동안 독학으로 3살짜리 딸아이를 키우면서 웹디자인 기능사 시험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시험 결과 발표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