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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Jan 26. 2020

동상이몽

공인중개사  1차 시험후기


새벽에 일어나 남편과 아이들 아침을 준비하고 나는 오늘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수험표와 필기도구 컴퓨터용 사이 펜 신분증과 1년 가까이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알짜배기 요약 공책을 챙겨서 가방에 넣었다.

어제저녁에 슈퍼에서 구매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abc초콜릿을 하나씩 먹으면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잠에서 막 깬 첫째 딸이 나에게 와서 안겨주었다.


"엄마 시험 잘 쳐! 파이팅!"

아직 서툰 발음으로 나를 응원해주는 딸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시험장 입실은 9시까지 이지만 혹시나 늦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1시간 일찍 시험장에 가기로 했다.

카카오 택시를 예약해두고 기다리는데 둘째도 일어나서 나를 꼭 안아 주었다.

우리 아이들의 긍정 에너지를 받고 꼭 엄마 합격하고 올게!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아이들을 다시 한번 꼭 안아 주었다.


남편은 아직 일어날 생각이 없는지...

딸아이한테 아빠 깨워서 아침 챙겨 먹고 동생이랑 잘 놀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나는 택시를 타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8시쯤 시험장에 도착했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학원가에서 나온 사람들이 따뜻한 커피와 학원 판촉 몰을 나눠주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커피를 마시고 탈이 날수 도 있다는 생각에 커피는 받지 않았고 각종 학원판촉물을 받았다.


나의 수험번호를 확인하고 배정된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를 포함 10명 정도의 사람이 책을 보면서 마지막 에너지를 쏟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도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아 내가 정리한 요약 공책을 펴고 전체적으로 한번 읽어 보았고, 헷갈렸던 부분은 한두 번 더 보았다.


나는 학원가에서 나눠주는 요약집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학원에서는 어떤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지 보고 싶어 학원가 요약집을 펼쳐보았는데 그 잠깐 보았던 내용들과 그동안 내가 공부한 내용들이 머릿속을 뒤죽박죽 하게 만들어 시험 칠 때 아리송한 답들로 곤욕을 치렀다.

나의 공부방법을 믿고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다


각자 수험표대로 자리에 앉고 핸드폰을 반납하고 드디어 공인중개서 1차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시간 100분내내 얼마나 떨리던지 사람들이 왜 청심환을 먹고 가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1년 동안의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여정이 끝이 났다.



부동산학개론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고, 민법은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올 듯했다.

그렇게 조금은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시험장을 나오는데 바로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시험 끝났어?"

"응"

"부모님이 애들 데리고 놀려가자고 하시네 집으로 빨리 와!"

".........."


시험은 잘 쳤는지

어렵지 않았는지

수고했다

고생했다


듣고 싶은 말은 여전히 나에게 해주지 않는다.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고 그동안 바쁘게 달려온 나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게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걷기로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있던 작은 커피숍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 사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1년 동안의 나의 공인중개사 시험 여정이 영화의 필름처럼 지나갔다.

가족들에게 서운했던 일, 공부하면서 힘들었던 일, 불안해했던 모습들, 합격한 후를 상상하던 내 모습들이 생각이 났다.


이렇게 나는 또 다른 도전으로 나를 성장시키고 있었다.

시험의 합격여부를 떠나 지금 이 순간이 너무 내가 대견스러웠고 행복했다.

이런 나의 시간을 방해하는 한 남자의 전화 남편의 전화였다.


"왜 이렇게 안 와? 애들 울고 난리야 빨리 와! 부모님 기다리시잖아!"

"어휴................."


나는 한숨이 나왔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거의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아이들의 얼굴은 눈물과 코로 범벅이 된 상태이고, 많고 많은 옷 중에 왜 이 옷을 입혔을까 하는 옷을 입혀 놓았다.

아이들 얼굴을 씻기고, 새 옷으로 갈아 입힌다음 시부모님을 만나러 시댁으로 출발했다.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왜 이렇게 늦었어?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를 주던지.... 기다리다가 지치신 시부모님들께서도 조금은 짜증이 나신 듯했다


"집에서 애들이나 보지 무슨 공부고 시험을 친다고..."

시부모님은 오늘의 이런 짜증 나는 일이 생긴 것이 내가 시험을 치러 간 것 때문이고, 집에서 애들이나 보고 살림만 잘하면 되지 무슨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려 가서 이런 일이 생기게 만드냐는 것이었다


미리 약속이 되어 있던 것도 아니고... 내가 시험을 치러 간다는 사실도 알고 계셨고...

이게 정말 나 때문인 거야?


그렇게 조금은 껄끄러운 상태에서 모두들 차를 타고 출발했다.

마땅히 장소가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아이들과 드라이브하면서 배고프면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는 것이 나들이 일정이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차를 오랫동안 타지 못했고 30분만 지나도 칭얼대기 시작하는 아이들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기 전까지는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다니고 있을 때였다.


아이들을 위한 나들이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나들이였다.

나도 사람인지라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칭얼거림은 심해졌고, 결국에 둘째는 토하기까지 했다.


아이들도 답답해하고 휴게소라도 들르자는 나의 말에 남편은 동의했고 잠시 뒤 휴게소에 도착했다.

토한 둘째를 데리고 화장실로 데리고 가 얼굴과 손을 씻기고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휴게소 옆쪽에 마련해 놓은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았다.

첫째는 아빠와 어린이놀이터에서 뛰어놀고 나는 둘째의 메슥거리는 속을 진정시켜 줄라고 노력하고 있었다.


나의 핸드폰으로는 가답안 신청을 해놓은 온라인 학원에서 문자들이 오고 있었다.

공인중개사 1차 가답안이 나왔다고 채첨을 해보라는 문자였다

지금 당장 시험지를 펼쳐놓고 채첨을 해보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불가능했다

 

가답안이 나왔다는 문자 본 후부터는 온통 내 머릿속은 채첨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밥을 먹고 있어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도 온통 나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채첨을 하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공인중개사 답들만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날 우리는 아마도 각자 다른 하루를 생각하고 꿈꾸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남편은 가족과 즐거운 주말 나들이

시부모님은 경치를 즐기는 드라이브

아이들은 동물들을 볼 수 있는 동물원

나는 1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나에게 휴식을


이렇게 우리는 같은 장소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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