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시험 준비가 힘들지만 몰랐던 내용들을 알아 간다는 생각에 흥미롭기도 했다.
특히 민법은 우리 생활에서 겪을 수 있을 법한 내용의 판례들이 많았기에 배워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이들과 남편이 나가고 난 뒤 나의 공부가 시작되는 일상은 6개월 동안 반복되고 있었다.
어느 정도 부동산학개론과 민법이란 과목에 대해서 알 것 같은 시기가 되니 각 학원에서 실전 모의고사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미리 모의고사 신청을 하고, 시험 당일처럼 같은 시간에 같은 조건으로 학원에서 마련한 시험장에서 실전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실전 모의고사는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다.
실전 모의고사를 치기 위해서는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다.
토요일에 3시간 정도 아이들을 봐주면 되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른 건 몰라도 실전 모의고사는 한 번쯤 쳐보고 싶다고 아이들 좀 토요일에 봐달라고 했다.
"나도 쉬어야지... 일주일 동안 일하고 쉬지도 못하는 나는?"
"토요일 3시간 정도만 봐주면 되는데, 그 정도는 볼 수 있잖아?"
남편은 이런저런 핑계를 되면서 결론은 아이들을 봐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은걸 간신히 참고 알겠다고 대답하고 자리를 피했다.
나는 쉽사리 기분이 풀리지 않았고, 그날 하루 종일 뚱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나의 방식대로 시위를 하고 있었다.
아마 남편은 관심도 없었던 것 같다.
'기대를 하지 말자 기대를 하지 말자'
수없이 마음속으로 외치는 말이지만 어느 순간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해주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역시나다
그렇게 나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원서비 이외의 비용을 지불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인터넷에서 무료로 배포해주는 실전 모의고사 시험지를 프린터 해서 아이들과 남편이 모두 나간 조용한 시간에 타이머를 맞추고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모의고사를 쳤다.
모의고사 점수는 들쑥날쑥 이였다.
어느 때는 평균 60점을 넘는 날도 있고, 어느 때는 평균 50점 대도 안 되는 날도 있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혹시 떨어지는 건 아닐까?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공인중개사 원서접수를 몇 주 안 남기고 점점 더 시험 합격여부에 대한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모의고사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은 날은 시험을 포기할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 불안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학원을 다니면 학원의 동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로 위로가 될 텐데 집에서 독학으로 준비를 하다 보니 얘기할 곳도 없고 혼잣말로 이야기하고 혼자 대답하는 나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남편이 이럴 때 힘이 돼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또 쓸데없는 기대를 하고 상상하고 있었다.
공인중개사 원서접수 전날까지 고민하고 고민했다.
'이왕 시작한 거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시험은 쳐보자, 열심히 했기에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의기소침해 있는 나에게 내가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라고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접수를 마쳤다.
무료 100선 문제들을 프린터 해서 풀고, 기출문제, 모의고사들을 반복해서 풀었고, 기본서는 5번 정도 정독해서 보았다.
주부는 집안에 행사들이 많다 보니 주위에 도움 없이는 오랜 시간 준비하는 시험은 쉽지 않다.
명절, 집안 행사,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은 수시로 아프기 때문에 집에서 쉬는 날이 더 많은 달도 있다.
나는 모든 집안 행사는 다 참석해야 했고, 명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여름휴가, 각종 집안모임...
추석만이라도 나에 대한 배려를 생각했지만 나에게 그런 배려는 허락되지 않았다.
남편은 명절인데 가족들과 즐겁게 보내야지 무슨 공부냐면서 내가 더 비정상적인 사람인 것처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매일 안 되는 것을 알면서 기대를 하고 실망하고 나도 참.....
나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의 역할을 모두 소화해 가면서 가까스로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시험 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