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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Jan 24. 2020

독학으로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준비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더 이상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집착해 가는 내 모습이 보였고, 남편의 퇴근시간만 바라보면서 점점 나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나를 보았기에 이제는 그 시간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결혼초 우울증 극복으로 시작했던 웹디자인 자격증 공부를 하던 때가 떠올랐고, 지금 나는 또다시 나를 위한 엄마의 공부를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이제는 돈 되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웹디자인 자격증 공부는 동생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소소하게 수익이 발생해 주었고, 지금도 1년에 한두 번 정도 작업을 해주고 있다.

이렇게 공부가 돈으로 연결되는 그런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공부가 뭐가 있을지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생각해 보았다.



"이번 우리 아파트 가격이 1억이 올랐데"

"나 이번 분양권 당첨돼서 5천만 원 벌어잖아"

"월세가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데 통장 볼 때마다 흐뭇하더라"


인터넷 맘 카페에서 친구가, 아는 엄마가, 지인이 부동산으로 하루아침에 몇천에서 몇억의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이다.


정말 가능한 일인가?

갑자기 아파트 가격이 1억이 오른다고?


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부'자도 모르는 부린 이(부동산 어린이)였기에 쉽게 믿지 못했다.

퇴근을 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인터넷 카페에서 보았다고 얘기를 하니 남편 주변에도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몇몇 있다고 한다.


그래?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지?


일단 부동산 관련 자격증을 검색해 보았다.

주택관리사, 주택 감정사, 공인중개사 등등... 부동산 관련 자격증이 쭈욱 검색해서 나왔다.

나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오픈할 수 있기도 했고, 노후대비 자격증으로 많이 취득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해서 나는 공인중개사를 준비해 보기로 했다.


이제는 어떻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조사해 보기로 했다.


1. 직접 공인중개사 학원에 다닌다

2. 학원의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

3. 무료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

4. 책만 주문해서 본다


1번은 금액과 시간적인 면에서 지금 나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이었고,

2번은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금액적인 면에서 부담이 되었고,

나는 3번을 선택했고, 집에서 독학으로 공인중개사시험을 준비해 보기로 했다.

4번은 매달 지출되는 금액이 정해져 있던 외벌이 가정에서는 책값 역시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중고사이트에서 2012년도의 공인중개사 1차 책을 무료 나눔으로 받았고, 공인중개사 학원 사이트에서 무료로 배포해주는 기초입문서를 신청해서 받아 책값을 절약할 수 있었다.

공인중개사 시험1차을 응시하던 해는 2017년도였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1차와 2차가 있고 한해 함께 시험을 응시해도 되고, 1차만 응시도 가능하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만 나의 시간이 주어져 있었기에 그 시간 동안 독학으로 1,2차 동차를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공인중개사 시험 1차 과목은 부동산학개론과 민법 2과목이다.

과목은 2과목이지만 범위는 어마어마했다.

특히 민법은 확실한 판례의 이해가 되지 않으면 실전 시험에서 많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2차 과목은 중개사법, 공법, 공시법, 세법 4과목이다.

2차는 1차와는 난이도 차이가 많이 난다.

과목도 2배로 늘어나고,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목이 없었다.

2차의 합격전략은 중개사법을 무조건 80점 이상으로 고득점을 해야 한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없었던 나는 돈 되는 공부를 위해서 중고서적을 구매하거나 무료 나눔으로 받아서 공부를 했고, 공인중개사 무료 동영상 강의를 해주는 '인강드림'이라는 사이트에서 공인중개사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강의를 듣다 보면 교수님들이 개정된 법과 그날 배운 단락의 실전문제를 프린터 해서 볼 수 있게 pdf파일로 올려 주신다.

나는 그 파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프린터 해서 개정된 법들은 책에 붙여 놓았고, 실전문제는 그날그날 풀었다.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위해 레이저 프린터를 5만 원에 구매했다.

생각보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프린터 할 내용들이 많았고, 기출문제나 무료로 배포해 주는 모의고사 같은 경우도 프린터를 해야 했기에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가성비 좋은 프린터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토너는 재생토너가 가능한 프린터를 선택했고, 남편회사의 버려지는 이면지와 시댁과 친척분들이 아이들 낙서장으로 사용하라고 주신 a4이면지들을 내가 거의 사용했다.


순간순간 내가 이렇게 까지 하면서 공부를 해야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현실이 그렇고 남편과 돈문제로 싸우는 에너지 소비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나의 방식대로 꿋꿋이 공부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9시에 가고, 남편은 11시에 출근, 12시까지 설거지 집안 청소를 대충 해놓고 12시부터 나는 공인중개사 1차 강의를 듣는다.

1차는 2과목이었기에 일주일에 2개의 동영상만 보면 된다.

부동산학개론과 민법 강의를 듣고 복습하고, 문제 풀이를 반복하면서 금요일까지 공부를 한다.

토요일 일요일은 아이들과 남편이 집에 있기에 나의 시간은 가족들과 보내게 된다.


남편의 도움은 눈곱만큼도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냥 잔소리하지 않는 것만이라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의 감기로 어린이집을 며칠 빠진 날은 동영상을 볼 수 없었고 그날은 시험공부를 거의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밀린 동영상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시 가게 되면 몰아서 봐야 했고, 그럴 때면 설거지나 집안 청소가 밀리거나 깨끗하지 않은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남편의 잔소리는 시작된다.


"너의 본업이 뭔지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싱크대 개수대에서 이상한 냄새난다"

"화장실 청소는 언제 한 거야"

"집안일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공부도 좋지만 할 일은 하고 했으면 좋겠어"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그냥 애들만 보고 집안일만 하면서 살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독학으로 시험을 준비하면서 책값 하나 들이지 않고 이리저리 자료 찾아가면서 공부하는 나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 걸까?

이해해 줄 수는 없는 걸까?

며칠 정도 냄새나는 화장실 좀 쓰면 안 되나?

설거지 한 번쯤 해주면 안 될까?


서운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한 나의 공인중개사 1차 준비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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