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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Jan 29. 2020

아이들은 엄마가 필요했고 엄마는 꿈이 필요했다

바쁘게 달려온 나의 2년 동안의 공부는 합격이라는 기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면서 끝이 났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지점에 도착하고 나면  나도 모르는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내가 설정한 목표에 도착하면 뭔가가 달라져 있을 것만 같았다


노력의 결과는 합격이라는 결과를 주었지만 나의 생활은 달라진 게 없었다

나의 이력에 자격증 하나가 추가되었다는 사실 말고는 나의 일상은 그저 평범한 주부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결말이 아닌데...'


시험 준비를 할 때는 주위에 부동산 사무실에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소소한 수익도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웹디자인 자격증을 취득하고 바로 수익이 발생했기에 이번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 후에는 더 많은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 순진한 생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이미 공인중개사란 직업은 포화상태이고 자격증 보유자는 몇 배로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시도해보지도 않은 채 3개월이라는 시간을 흘러 보내고 있었다


2년 동안 목표를 향해 달려온 나의 일상들이 어느새 나의 일부분이 되어 있었다

나의 성장을 위해 노력했던 1분 1초의 시간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기에 3개월 동안의 무의미한 시간은 나를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어렵게 취득한 자격증이 장롱면허가 되는 것은 싫었다

나는 뭐라도 시도해보기로 했다


몇 년 전 알고 지냈던 지인이 부동산중개소를 하고 있어서 그곳의 문부터 두드려 보기로 했다


지인에게 전화를 하고 약속을 잡은 뒤 지인의 부동산중개소를 방문했다

서로의 안부로 시작된 이야기는 나의 시험 합격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애들 보면서 언제 또 시험을 준비했어? 대단해 "

"2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어요"

"바로 일은 시작하려고?"

"기회만 있다면 당장 시작하고 싶어요"


여러 대화가 오가면서 지인은 나에게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배워 보라는 제안을 했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웠는데 지인이 먼저 나에게 제안을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나는 지인의 부동산중개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들 등원 시간과 하원 시간을 맞추어 10시부터 3시까지 사무실에서 일을 해보기로 했다


전화응대부터 방문 손님 응대, 물건 관리, 임대차계약서 작성방법, 매매계약서 작성방법 등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을 배우고 직접 경험해 보면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일을 배우는 단계라서 식사비와 차비 정도의 금액을 받고 일을 시작했다

자격증이 있다고 바로 계약을 하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론은 이론이고 실전은 별개의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공인중개사로서의 자격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운전면허 자격증이 없었기에 부동산중개소 앞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위주로 선배 공인중개사를 따라다니면서 물권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을 주로 했다


지인의 배려로 나는 불리한 조건으로도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이 아파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게 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지인의 사무실에서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주부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일을 하기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있었고 어느 정도의 배려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 배려를 무기 삼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며칠 동안은 내 꿈이 많은 장애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불편한 감정의 시간보냈다


아이에게는 엄마가 필요했고 엄마에겐 꿈이 필요했다


매번 원치 않는 장애물이 나타나면서  나의 마음속에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불쑥 손을 내밀고 있을 때면 어느 날은 그 손을 잡고 한없이 우울 감속에 빠져 있는 날들이 많았다

엄마의 공부를 시작하면서 완전히 사라 졌다고 생각한 우울감은 나도 모르게 찾아와 있었다


'또 다른 자격증 공부를 해볼까?'

'자격증만 따면 뭐하겠어!'


나는 뭐라도 해야 했다

5년 전에도 2년 전에도 우울감 극복 처방전은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 자격증 취득으로 수익이 발생하면서 나는 돈 되는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기에 이번에도 돈 되는 공부 찾고 있었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나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자격증만 많으면 뭐해? 사용도 못하는데...'


능력 있는 엄마로서 살고 싶었다

인정받는 아내이자 며느리도 되고 싶었다

나도 능력 있는 재능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독학으로 힘들게 준비했던 자격증으로 결과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아 넘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5년 동안의 시간과 노력이 분명 나에게 좋은 길을 안내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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