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다

채근담

by 새나

시골의 농부나 산간의 노인들은 맛 좋은 닭고기와 시원한 탁주 얘기를 하면 기꺼이 즐거워하되, 고급 요리를 물으면 알지 못한다. 또한 무명옷과 짧은 베옷을 얘기하면 유유히 즐거워하되, 화려하고 귀한 옷에 관해 물으면 알지 못한다. 그들의 본성이 온전한 까닭에 그 욕망 또한 따라 담박하니, 이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높은 경지이다. - 채근담 후집 102


맥라렌, 페라리, 람보르기니, 아반떼, 카니발 차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다들 똑같은 차이다. 이동의 편리함을 주는 그냥 자동차. 우연히 뉴스에서 외제차를 타고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 자동차는 우리 집 자동차 말고는 딱히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 사건이 왜 운전자의 몰상식한 행동에 집중되는 것보다 자동차의 가격에 더 시선이 집중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 눈에는 지방 도시의 아파트 집 한 채 값보다 비싼 차. 한 번쯤 타보고 싶은 차. 욕망의 대상인 차의 자태에 시선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운전자의 몰상식한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도로 위를 달리는 모양이 다른 자동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트럭을 타고 가던 한 남자가 횡단보도에서 리어카에 실린 폐지가 바닥으로 떨어져 당황해하는 할아버지를 도와주는 뉴스 영상을 보았다. 이 영상은 맞은편에서 도와 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는 사람에 의해서 찍힌 영상이었다. 나 역시 영상을 찍은 사람의 마음처럼 선뜻 달려 나가지 못하고 고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트럭 운전자는 망설임 없이 할아버지를 도우려 차량에서 내려 뛰어갔다. 땅에 떨어진 폐지의 양이 많지 않아 금방 리어카 위에 다시 실을 수 있었고 안전하게 길가로 할아버지를 모셔다 드리고 차를 타고 사라졌다. 이 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했다. 아직 세상의 따뜻함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중 제일 멋진 차였다.


나에게는 가격표가 달린 자동차가 시선을 뺏는 것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자동차가 나의 시선을 뺏는다.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은 자동차의 이름표가 아닌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었다.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와 정이 아닐까. 비싼 가격 표을 온몸으로 휘감는 다고 누군가의 부러움의 대상도.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없다.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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