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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맘 Dec 18. 2023

'나 부자 됐어'라는 뉴스 무시하기

배당 수입만 월 1,500만 원을 받는다는 A 씨, 2차전지주의 멈추지 않는 상한가 행진으로 하루에 몇십억을 벌었다는 B 씨, 15억에 산 아파트를 45억에 매매해 30억의 매매 차익을 낸 C 씨, 그리고 연예인들의 빌딩 매매소식들. 모두 다 나 부자 됐어 뉴스다. 아니 이미 부자 인 사람들이 더 부자가 된 뉴스이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도 진작에 저 주식을 사 모았더라면. 나도 진작에 2차 전지 주주였더라면, 나도 진작에 저 아파트를 샀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밀려올 때쯤 정신이 바짝 드는 질문이 던져진다. '그때로 돌아가면 너 정말 살 수 있겠어?' 대답은 '아니'이다. 그때로 돌아간다고 한들 나는 사지 못한다. 지금도 어디선가는 미래의 배당수익이 1,500만 원이 되는 주식이 있을 거고, 2차 전지와 같은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주식도 존재할 것이다. 15억 아파트가 35억이 되는 그런 집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그것을 살 용기도 그런 물건들을 분별할 수 있는 눈도 부족한 나다. 그런 내가 '나 부자 됐어' 뉴스에 멈춰 서서 일상을 허무하게 만들 필요까지야. 부러운 건 사실이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과 실패가 있었을 것이다. 세상일이 그냥 되는 건 없다는 건 정도는 알고 있으니. 아마 그곳에 머물기 위해 무수한 벽들을 뛰어넘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일은 부러워하거나. 나 자신을 질책하거나, 조급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 부자 됐어' 뉴스를 무시하는 거다. 나는 나대로 나답게 소소한 재테크를 하며 잘 버터 오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밥그릇만 잘 챙겨도 중간은 간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이너스인 주식이 있었다. 있었다의 과거형은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천만다행이다. 꽤나 유명한 투자자의 종목 선정 방송을 본 적이 있다. 그곳에서 추천해 준 여러 종목 중 하나였다. 즐겨보는 드라마 제작사이기도 했고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매수했던 주식이다. 오르락내리락 주가 변동이 요동 쳤지만 목표금액이 오기 전까지는 줄곧 버티고 버텼다. 유명 투자자가 한 말이니 분명 오를 것이고 드라마도 인기 있는데. 떨어질 이유는 몇 안되고 오를 이유는 수십 가지였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주가가 오랜 시간 동안 보합상태를 유지했다. 지치고 지친 나는 본전만을 목표로 잡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본전보다 조금 높은 수익을 보고 매도했다. 아닌 건 아니었다. 주가가 요동칠수록 마음도 함께 요동치니 이건 뭐 일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수익률에 눈이 멀어 잘 알지도 못하는 주식을 추천으로 덜컥 매수한 나의 조급함에 대한 대가가 무척이나 컸다.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지만 그 노력과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시간을 모두 동등하게 하려고 하기에 실수를 하고 조급해지는 거다. '나 부자 됐어' 뉴스는 이미 오랜 시간 험난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종착지다. 내가 가는 길과 그들의 길이 다를지도 모른다. 그들만큼 수억 대의 부자는 되고 싶지만 그들이 겪었을 고통의 시간은 겪고 싶지 않은 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은 그들처럼 살 용기가 부족한 나일지도 모른다. 마음 편안 인생을 최고의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나다. 소소하게 재테크를 하는 나의 성향도 어쩌면 커다란 폭풍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천석꾼은 천 가지의 걱정을, 만석꾼은 만 가지의 걱정을 안고 산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걱정을 안고 살 용기가 있다면 '도전'하고 외치고 싶지만 난 그리 살고 싶지는 않다. 소소한 일상에 소소한 재테크를 하며 티클을 모아 동산에서 태산 되는 날까지 살아가보련다. '나 부자 됐어' 뉴스는 무시하며 살아가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적어도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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