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집 밤의 독백을 읽고
세상은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하루가 북적거린다. 그 삶 속에는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어둠의 삶들이 존재한다. 불공평하고 편견 가득한 시선을 받아내야 하는 사람들. #서경희 #밤의 독백 8편의 단편소설은 그들의 이야기다. 가난이란 굴레는 쳇바퀴 돌듯 돌아간다. 그곳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달의 마중' 주인공. 시나리오를 쓰며 연출가의 꿈을 꾸지만 먹고살아야 함에 꿈을 팔 수밖에 없는 현실. '레몬 워터' '가시 여인' 주인공은 일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그들을 품어주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밤의 독백은 오래된 문방구에 살고 있는 모녀의 이야기다. 신비롭다고 해야 할까. 모녀의 이야기에서는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했다. 그들이 지나온 아픔의 시간들 그리고 지나가야 할 시간들이 희망의 시간이기를 소설 끝자락에 두어본다. 8편의 단편에는 어떤 결말을 두지 않는다. 삶이 그렇듯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통해 보는 명동의 뒷골목은 필름누아르의 한 장면 같았다. 핸드폰 케이스를 파는 노점상의 청년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 청년은 등에 문신을 한 킬러일지도 모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스마트폰을 돌렸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음식물 쓰레기를 헤집고 있었다. 고양이한테 천천히 다가갔다. 고양이가 점점 커지더니 어느 순간 마술처럼 화면에서 사라졌다.
-달의 마중-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시나리오를 쓰는 주인공 까뜨린느. 그녀 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모든 것이 이야기다. 영화가 세상의 전부가 된 그녀이지만 사막여우에게 시나리오를 팔 수밖에 없는 현실. '달의 마중'은 꿈을 좇기에는 무거운 현실 앞에 주저앉는 수많은 까뜨린느다.
미루나무는 불에 타서 시커먼 재만 남은 것 같았다. 태양이 있던 자리에 달이 떠 있었다. 보름달이었다. 한낮의 태양은 눈이 부셔 쳐다보기도 힘든데 달은 은은한 게 참 예뻤다. 엄마도 저 달을 보고 있겠지. 달에 하고 싶은 말을 적을 수 있다면, 그래서 엄마가 그 편지를 읽을 수 있다면 돌아올까? 엄마는 글을 읽지 못하니까 그림으로 그려야겠다. 태양이 아닌 달에서 이름을 따왔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이 남았다.
-미루나무 등대-
8편의 단편소설 중 '미루나무 등대'의 이야기가 마음에 오랫동안 남았다. 연민 일수도. 엄마를 기다리는 선희의 마음을 응원하는 마음일 지도 모른다. 태양이 아닌 달에서 이름 따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희의 말이 이 소설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화를 끊고 참았던 숨을 편하게 쉬었다. 전화를 걸기 전보다 더 멀어진 느낌이었다. 어떤 핑계를 대든 친구들은 만나지 않을 것이다. 그 편이 친구들도 편할 듯했다. 인연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법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괴롭다.
-길가에 서서-
'길가에 서서'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지만 평범함을 거부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투쟁은 불공정한 무언가를 바꾸기 위함이지만 그 길은 많은 것을 잃게 만든다. 가족도, 친구도, 평범한 일상도. 하지만 주인공은 그 시간을 꿋꿋이 걸어 나간다. 누군가 해야 할 일. 그 누군가가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인연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많은 인연들을 정리하며 살아가고 있다. 일부러 정리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정리되는 인연들이다. #밤의 독백 #단편소설집을 읽으며 어두운 시간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만났다. 어느 이야기에는 작은 희망을 보기도 했다. 모든 결말이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는 나다. 그랬으면 좋겠다. 소설도. 현실의 삶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