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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Oct 18. 2024

여행의 다정함

여행지에서 만나는 다정함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다행히도 아직 난 여행지에서 무례함을 만난 적이 없다. 민이 얼굴이 다정하다. 택시를 타고 이즈하라항까지 가기에는 다소 금액이 비쌌다. 30,000만 엔이라는 택시 경비를 지불해야 한다. 버스를 이용을 권하는 현지인의 다정함에 감사했다. 우리는 다시 히타카츠항으로 향했다. 관광안내소에서 버스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다.

관광안내소 앞에는 버스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다정한 안내 표지판이 있다. 한국인들을 위한 한글이다. 버스와 택스를 함께 이용하는 여행코스부터 버스와 도보를 이용하는 여행코스를 알려 준다. 우리는 히타카츠항에서 이즈하라까지 가기 위해 원데이 버스 패스권을 구매했다.

성인 - 1,040엔

소아 - 520엔

6세 미만은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날짜가 적힌 원데이 버스 패스권으로 대마도 버스를 자유롭게 탈 수 있다. 히타카츠항에서 이즈하라까지 가는 버스노선은 하루 다섯 번이다.

[오우라(슈퍼), 사스나, 공항, 이즈하라]-A

1. 6:26

2. 8:31

3. 11:51

4. 12:51

5. 16:36


[미우다 해변, 한국전망대, 오우라]-C

1. 11:04

2. 12:34

3. 17:44


늦지 않게 도착해 다행이다. 12:51분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는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릴 때 버스 운전기사분에게 승차권을 보여주면 된다. 버스에는 여행객들과 일본인들이 함께였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다양했다. 택시를 탔더라면 만나 지 못했을 풍경이다. 버스를 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팔월의 여름날이었다. 창밖에 펼쳐지는 대마도의 풍경은 지루함을 지웠다. 푸르게 펼쳐지는 바다가 한동안 이어졌다. 푸름을 품은 산들이 울창한 숲들이 지나갔다. 소박한 일본 전통가옥들이 있다. 버스에서 즐기는 또 다른 여행 추억이다.


좁고 좁은 도로를 아슬하게 건너는 버스에 가슴이 덜컹하기도 했다. 이 좁은 도로를 달리는 운전기사의 운전 능력이 놀라웠다. 급 커브길에서 자동차 한 대가 멈추어 선다. 버스에게 순서를 양보한다. 보이지 않는 다정함이다. 이즈하라까지 가는 2시간 30분 동안 단 한 번도 버스 정적을 울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느리게 흐르는 대마도의 시간이 좋다.


민이 얼굴이 일그러진다. 구불한 산길에 속이 울렁 대고 있다. 잠잠했던 멀미가 또다시 민이를 괴롭히고 있는 듯했다. 두 눈을 꼭 감는다. 멀미와 함께 잠들기를 원하는 민이 얼굴이 안쓰럽다. 이렇게 멋진 풍경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민이의 멀미가 이제 그만 멈추었으면 했다. 그 멀미 내가 대신해주고 싶었다.


이즈하라에 도착했다. 우리의 숙소가 있는 곳은 이곳 이즈하라 시내와 떨어진 곳이다. 곳곳에 관광버스들이 보인다. 단체 여행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골목길로 들어선다. 그들을 따라 우리도 천천히 걸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목마름을 수시로 불러 댔다. 버스에서 멀미로 고생한 민이가 잠시 쉬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건물이 만들어 낸 그늘에 서서 잠시 쉬었다. 자판기가 보인다. 시원한 물과 음료를 들고 민이에게 건넸다. 민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잠깐의 쉼이 주는 다정함이 좋다. 덥고 더운 여름날씨에 그늘을 찾는다.


건물 안은 시원했다. 곳곳에 기념품들이 늘어섰다. 지금 당장 기념품을 살 생각은 아니었다. 더위를 피하고자 잠깐 건물 안으로 들어왔을 뿐이다. 건물 안에는 거리에서는 마주치지 못했던 일본 사람들이 있다. 밖으로 나오면 한국 관광객들을 자주 마주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일본인을 만날 수 있다. 아기자기한 일본스러운 기념품들이다. 민이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민이의 힘없는 표정으로 무언가를 선택했고, 그것에 대한 돈의 지불을 요청 했다면 난 얼마든지 사줄 의향이 있었다. 그것으로 민이의 기분이 좋아진다면 기꺼이 그러하겠다. 민이는 아무 런 관심이 없었다. 백엔샵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백엔샵 매장이 눈앞에 있다. 민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다. 민이 눈이 빛났다. 빠르게 움직이는 발걸음이 생기를 되살렸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손은 장바구니를 금세 가득 채웠다. 바구니 하나를 더 들었다. 아직 허기진 구매 욕구를 채우지 못한 민이다. 뭐든 채우고 나면 힘이 나는 민이다. 이번 멀미는 백엔샵에서 만난 다정한 캐릭터 덕분에 민이 멀미가 사라진 듯했다. 담고 싶은 만큼 충분히 담아도 좋다. 여행이라서 가능하다. 우리의 여행은 한계를 두지 않는다. 선이 그어지면 서로의 마음에 벽이 생기니깐. 여행만큼은 자유롭게 먹고 즐기기로 했다.


일본 식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아기자한 식기들을 담았다. 일본 전통 젓가락도 담았다. 라멘집에서 만난 물컵 비슷한 것들이 있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때의 다정함을 기억하고 싶었다. 물컵을 담았다. 몇 개의 식기들을 더 담았다. 민이의 움직이 느려졌다. 이제 담을 만큼 담은 듯하다. 민이 표정이 다정하다. 미소가 보였다. 빙그레 웃는 민이 얼굴이 반갑다. 식기들이 깨지지 않게 신문지로 꼼꼼히 포장을 해주는 직원의 다정함이 좋았다. 텍스프리를 묻는 우리의 답변에 아쉽게도 안된다며 함께 아쉬워해주는 그녀의 말이 다정했다.


쓰시마의 다정함에 포근했다. 무더운 여름날씨에 포근함을 느끼다니. 여행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조금만 더 둘려 보기로 했다. 우리는 이제 막 이즈하라에 도착했고, 우리가 본 것은 티아라몰 사람들의 다정함 뿐이었다. 아직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것이 많이 남아 있다. 쓰시마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다음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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