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감탄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어쩜 이리도 예쁠까. 히타카츠항을 품고 있는 바다의 빛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감탄사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나다. 이쁘다고 감탄사를 말하는 나 자신이 어색했다.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나를 만났다. 이곳 히타카츠 항에서.
줄을 서 기다렸다. 여행객들의 방문을 반기는 직원들의 인사가 다정했다. 양손을 위로 올려 살짝살짝 흔드는 그들의 인사법에 미소로, 목례로, 손으로 답했다. 입국심사 줄이 길게 늘어섰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마도를 찾고 있다니. 우리가 아직 모르는 이곳 만의 매력이 더 궁금해 졌다. 작고 작은 시골마을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를 우리도 곧 알게 되겠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기다림의 지루함을 대신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여행일지를 펼쳤다. 라멘을 먹으러, 렌터카를 찾으러, 히타카츠항 주변을 걸어보기로, 자전거 여행을 위해, 등산을 위해등등 저마다의 여행일지가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도 우리의 여행일지를 펼쳤다. 일단 버스를 타고 이즈하라까지 가기로 했다. 택시도 괜찮다. 멀미로 고생한 민이 생각을 우선 선택 사항으로 하기로 했다. 우리가 묵을 숙소가 이즈하라에 있다. 짐부터 풀어야 했다. 열 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다. 밥을 먹기도 애매했다. 히타카츠항 주변 관광을 하기에는 민이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울렁거리는 속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민이는 대마도 가면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야?"
"일본 라멘 먹고 싶어. 맛있는 우동도 먹고 싶고"
여행을 떠나기 전 대마도에 가면 꼭 하고 싶은 것들 하나씩을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 싶은 거 하나는 꼭 하기로.
일그러진 민이의 얼굴을 보니 제일 먼저 민이가 하고 싶은 것부터 해보기로 했다. 히타카츠항 근처 라멘집을 찾기 시작했다. 맛집이면 좋겠지만 제일 일본 스러운 식당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마루후쿠 라멘'은 히타카츠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가끔 여행은 우리가 적어 내려간 여행일지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라멘집 앞에는 몇몇 여행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오픈 전이다. 11시쯤 영업을 시작해서 2시 30분쯤 영업을 종료한다. 저녁 영업에 대해서는 묻지 못했다. 밤까지 이곳에서 머물 계획이 없었기에.
주인장이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우리가 있는 곳이 일본이구나'하고 느끼게 해주는 일본 전통 라멘집 풍경이다. 작게 난 창문 앞 테이블에는 이미 먼저 온 여행객이 앉아 있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한국 여행객들이 대부분인 이곳에는 한글 메뉴판이 있다. 민이가 먹고 싶어 했던 돈코츠 라멘을 주문했다. 돼지 뼈를 우려낸 육수에 간장 조림한 돼지고기 차슈를 넣은 라면이다. 테이블 위에는 컵과 아기자기한 양념통이 있다. 민이가 라멘 국물을 한 모금 먹더니 입에 맞는지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다행이다. 울렁대던 속이 잔잔해진 듯했다. 챠슈를 입속에 넣고 오물대는 민이 얼굴이 귀엽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깐. 내 입맛에는 무난한 맛이었다. 감탄을 부를 정도로 맛있는 맛도 아니었고, 젓가락을 놓을 정도의 맛도 아니었다. 민이가 좋으니 그걸로 만족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모르겠다. 읽을 수가 없었다.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식당을 나와 풍경 속으로 걸었다. 일본 전통 가옥들이 곳곳에 보였다. 일본 간판의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있다.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 풍경이다. 거리에 사람이 없다. 간혹 만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한국인 관광객이다. 현지인을 만난 건 상점 안으로 들어가서였다.
걷다가 만나는 붉은색 도리이와 계단. 이곳에는 해상 교통의 수호신을 모신 곤피라구와 칠복신의 하나로 어업과 상업 번창의 신을 모신 에비스구가 있다. 이곳은 88개의 지장보살을 볼 수 있는 히타카츠 88개소 순례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일본 여행 중 만나는 도리이는 신을 모시는 신사를 가리킨다. 절과 신사를 구분하는 것도 입구로 들어가는 문의 모양 으로 알 수 있다. 도리이가 세워진 곳은 신사라 한다.
날씨가 좋다. 민이 얼굴도 생기를 찾아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