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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orable Oct 31. 2020

대안학교 이야기#4

따뜻한 군고구마

바야흐로 가을이 완연히 다가왔다.

아침저녁으로 꽤나 쌀쌀해 겨울인가 싶다가도 붉게 물든 단풍과 대낮의 따스한 햇살을 보면 가을이다.

먹거리 풍부한 가을의 계절, 고구마가 빠질 수 없지!


텃밭을 사랑하는 아이는 남은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고구마 밭을 만들고 애지중지 키웠다.

방학 때도 나와서 물 주고, 어쩌다 보니 그곳에 거름이 한가득 들어가 수확의 계절에 빛을 보았다!

꽤나 굵고 많이 나온 고구마! 올해 농사 성공^^


오늘은 다 같이 하루 종일 텃밭에서 일하는 날.

일이라 부르고 놀고먹고 잠시나마 소풍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


사실 지금쯤이면 긴 가을 여행을 즐기고 있을 시간이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여행도 못 가고... 매일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학교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일상의 루틴이 너무 길게 반복되는 것도 좋지 않기에 관계나 경험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행만큼 큰 변화를 주지는 못하지만 오늘만큼은 밖에서 맛있는 점심 먹고 불 피워서 고구마도 구워 먹기로!


텃밭에 있는 화덕! 어쩌다 보니 올해 처음으로 불을 피우게 되었다. 작년에 불 좀 피워본 친구들이 나서서 제대로 불을 활활 만들었다.

고구마 들어가서 구워지는 동안 다른 친구들이 또 와서 서로 불 봐주며 바람 불고 땔감 넣고 불이 꺼질까 계속 지키고 있었다.

어른들도 요즘 불멍이라 하는데, 아이들한테도 역시 불장난은 재미있지! 옆에서는 나뭇가지 모아 와서 칼싸움하고ㅎ


아주 맛있게 구워진 고구마!

(안 먹겠다던 아이는 구워진 고구마를 보자 제일 큰 거 하나 골라 엄청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 이 아이만 잘 구워지고 나머지는 너무 오래 뒀더니 타버렸다. 다음부터는 좀 일찍 꺼내야겠다는 교훈을 얻고 탄 고구마로 서로 장난치며 하루 종일 깔깔깔.


불 피우고 맛있는 거 먹으니 아이들도 굳이 애쓰지 않아도 분위기가 절로 좋아진다. 마무리하다 보니 시간이 꽤나 지나서 평소보다 늦게 끝났는데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우리가 만든 의자, 집 깨끗이 정리하고 집으로 고고!

(평소 수업시간에 이렇게 늦게 끝났다면 난리 났을 텐데...)

피곤한 몸이지만 엔돌핀 가득한 마음 안고 금요일 마무리^^


방과 후에 지수법칙을 배우러 가야 하는데 늦어서 걱정하는 00이.
10년 후 이 아이의 삶에서 어떤 것이 더 기억에 남을까. 지수법칙일까 텃밭에서 다 같이 불 피워서 구워 먹은 고구마일까.

우린 때로 현실에 급급하며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있다. 머리보다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나를 성장시켜 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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