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생각은 딱 1주일 후에 깨졌다. 일주일 동안 일을 하는데 점점 싸늘해져가는 동료들의 표정이 의아했다. 일한지 2주일이 되었을 때에는 사장님이 나에게 말하셨다. '00씨랑 일하기 싫어하는 동료가 있다. 임산부라고 배려 받고싶어 하는 것을 동료들이 싫어한다.'
이 말을 들었을 때에는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냥 황당함만 있었을 뿐이다. 사유를 자세히 물어보니, 내가 임산부라고 말을 했다는 것이 싫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 자잘한 오해도 쌓였다. 한 번 나를 삐뚤게 보기 시작하니 내가 쉬운 일만 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내 입장은 정 반대였다. 나는 첫 출근하던 날 부터 화장실 청소를 했다. 이후로도 쭉 오후 출근을 하는 날은 퇴근을 얼마니 일찍하던 상관없이 무조건 화장실 청소를 맡았었다. 당시에는 첫 출근을 하는 사람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다니 지독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면 나를 좀 더 예쁘게 봐주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괜찮다고 마음에 위로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굳은 일을 도맡아서 하는 줄 알고 있었다. 이에 반해, 다른 사람들은 내가 임산부여서 배려받기를 원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여초 집단이었고, 그 집단 안에서 왕따를 당하던 나는 괴로워했다. 나에게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내 성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이 집단이 여초집단의 특성이 강하게 있으며, 나는 그 문화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이후 이 집단에서 나오게 되면서 이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게 되었고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이번에 식당에서 서빙을 하면서, 나는 다시 또 다른 여초집단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신랄하게 비난했던 것 같다. 오늘은 처음 보는 사람과 같이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처음부터 나에게 화가 나 있어서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얼떨떨하게 받아들였지만 나에게 화난 말투로 두 번째 명령을 내렸을 때에는 나도 같이 쌀쌀맞게 대응했다. 그렇게 내 할 일만 하면서 있으니 차츰 그녀의 얼굴이 풀어졌다.
하지만 이 뜻이 그녀가 나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와 사장님이 오랫동안 대화를 하고 나서, 사장님은 다시 세모난 눈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눈은 투명해서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다 보였다. 이정도면 피해의식일 수도 있지만 아마 그녀가 나에 대해 좋게 말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사장님의 눈이 처음 세모네진 순간에는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계시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에 대한 감정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도 않았다. 동료들이 '사장님은 기분파에요. 기분이 안 좋아보일 때에는 피하세요.'라고 했기 때문에, 그냥 기분이 안 좋은 날이구나 생각만 할 뿐이었다.
나는 식당에서 일을 정말 쉬지 않고 했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다른 사람들에게 '뭐 도와드릴 것은 없나요?'라고 물으며 계속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에 대해 당연히 좋게 생각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이 나에게 다른 직원들이 불만이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깨달았다. 그 세모난 눈은 '나'를 향한 것 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다시 다짐하게 되었다. 다시 여초 집단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내 진로를 결정할 때에 집단의 특성을 고려해야겠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워킹 비자를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오픈비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은 지정된 이 식당 한 곳에서만 일할 수 있는 클로즈드 비자이기 때문에, 나는 투잡을 뛰거나 이직을 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이전에 여초 집단에 있을 때에는, 집단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도록 애를 썼지만 그럴수록 그들은 더 심하게 내 뒷담화를 했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불만이 있다는 소실을 들었을 때에는, 식당에서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대하거나 더더욱 굳은일을 맡아서 해야하나 (사실 이보다 더 일을 할 수는 없다. 식당 안에서 나는 항상 걷고있었고 무언가를 들고 있었고 닦고 있었다. 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는 오전에 출근하는 날에는 남들보다 15분 일찍 나와서 식당 개시를 직접 했다.) 생각했지만 더 애쓸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식당에서 해고될 경우를 대비하여 다른 곳에서도 일할 수 있는 조건으로 내 비자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음 날, 식당 사람들이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하는 이유는 마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그리고는 오늘은 자기가 화장실 청소를 할 테니 나보고 마감을 해보라고 했다. 해야하는 자잘한 것들을 쭉 읊어줬다. 자기가 40분 후에 올테니 자기가 말했던 것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내가 화장실 청소를 계속 해야한다고 했다. 이유는 내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신데렐라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마감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화장실로 사라지자 마자, 손님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걸어서 들어오는 손님, 우버 테이크 아웃, 전화 손님까지 이전에 보지 못했던 바쁜 풍경이었다. 테이블이 6개, 테이크 아웃 2개, 전화 예약 2통. 이것에 마감할 준비까지 모두 40분 안에 하라는 것이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음료수 제조 파트에서 나에게 화장실에서 청소하고 있는 사람을 부르라고 했다. 너무 억울했다. 평소에 이렇게 바쁜건지 우연히 손님이 많이 온건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오늘은 주말이라서 원래 이렇게 바쁘다고 했다. 그녀는 마음도 얼굴만큼 못생겼다.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주어진 일을 꽤 잘했다. 그녀는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피자 박스 접기'는 하지 않았다며 트집을 잡았다. 그 것 빼고는 다 했던 것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