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상황이 역전되었다

by 박모카

어제 퇴근 때 대충 닦았던 테이블에 클레임이 걸려왔다. 하필 또 내가 없을 때 였기에 아무 잘못도 없는 내 동료는 무참히 당하고만 있었다. 나는 출근을 하며 '이젠 잘리겠구나..' 싶었다.

사장님이 보기에 동료들과 원만히 지내지도 못하고, 청소도 깨끗히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젠 나오지 말라고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 졸이며 식당에 들어갔다.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한다면, 최소 두 달은 지켜보고 자르라고 주장해야지라며 마음을 먹었다.


사장님은 웃고 있었다.

어?

맞다. 사장님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나를 처음 봤을 때 우호적이던 그 얼굴이었다.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나에게 잘해주는 명문대 학생이 나에 대해 잘 말을 해준 느낌이 들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매우 고마웠다. 그리고 당분간 식당에서 잘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안심했다. 명문대 학생과 일하는 시간이 겹치지 않아서, 대화를 길게 나누지는 못했지만 나에 대한 걱정을 해주었다. 괴롭히는 사람은 없냐고 물었다. 그녀도 저번 식당에서 식당 내 텃세로 나온 전적이 있기 때문에, 나를 이해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학생이 매번 4리터짜리 우유를 15개씩 사오는 것을 담당한다고 말했던 것이 자꾸 떠오르더라구요'라고 하니, 학생은 '오늘은 다른 분이 대신 사주셨어요~'라며 빙긋 웃었다. 이런 착한 아이가 나에 대해서 좋게 말해줬다면 사장님은 나에 대한 신뢰를 조금 더 쌓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한 걱정이 지나가고 나니, 새로운 가십거리가 떠올랐다. 그것은 내 하우스 메이트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하우스 메이트는 언덕에서 책을 읽다가 우연히 자기를 친구로 착각한 할아버지와 인사하게 된다. 그 할아버지는 친구에게 밴쿠버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관광시켜주셨고, 맛있는 음식도 사주셨다. 할머니와 동행했기 때문에 의심은 조금 줄었다. 할아버지는 친구를 알게된 지 5일 정도 되는 날에, 자신의 후견인을 찾고 있다는 말을 했다. 친구와 나는 이 부분에서 할아버지를 의심스럽게 보았다.


어쩌다 보니, 할아버지는 친구와 나, 그리고 우리집에 살고있는 A양이라는 또 다른 사람을 모두 알게 된다. (우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였다.) 나중에 A양과 얘기해보니 할아버지는 A양에게도 후견인을 찾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웃긴 것은, 나에게도 똑같은 말을 하셨다. 친구에게는 '평소에 난 이런 말을 잘 안하지. 하지만 3년간 헤매고 있다고.'라고 했는데 말이다. 노부부는 자신의 집에 우리를 데리고 갔고, 베란다에 가서 허밍버드가 자주 찾아오는 장소를 보여주셨다. 그리고 BC주 1위 부자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인맥을 자랑했다. 나에게는 자신의 빌딩이 2개가 있다고 했다. 노부부의 레퍼토리는 똑같았다. 나는 이들과 더이상 친해지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간적으로는 좋은 분들이고, 배울 점도 많았지만 어떤 목적으로 나에게 접근했는지 알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들은 우리 같은 '이민 온지 얼마 안되는', '어리버리 해보이는', '친구가 없는' 사람들을 50명은 두고 연락하며 지내는 것 같았다. 웃긴 점은, 그들도 사람들에게 말을 걸 때 '이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고 알려줬다는 것이다. 나에게 이상한 사람이었던 그들에게도 똑같이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하니 의외였고 인간적으로 보였다. 그들은 이상한 사람을 보면 얼른 도망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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