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만 얘기하는 법

by 박모카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내가 대인관계 갈등을 겪는 것을 보았다. 조언을 해주셨다.

어디서든 자기 일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려는 사람은 있다. 식당이던 오피스던 똑같다. 사람 심리는 똑같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양보를 하거나 갈등을 심화시켜서 트라우마를 만들어서 가지 말고, 여기서 이걸 극복한 경험을 만들어서 떠난다면 본인은 더 튼튼한 사람이 될 거라고 해주셨다. 창과 창의 대결은 부러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말싸움 하지 말고 원칙을 종이에 써서 그거대로 지키자고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나에게 화장실 청소를 매일 시키고 싶어 하는 동료의 경우, 말로 정할게 아니라 종이에 스케줄 표를 짜달라고 할 수 있다. 스케줄 표가 규칙이 될 수 있다. 만약 그 표가 부당하다면 그 종이를 본 다른 사람들은 의아함을 가질 수 있다. 이 때 내 억울함은 해소될 수 있다.


'저번에 제가 했으니까 이번엔 다른 사람이 할 차례인데요.'라고 말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논리적으로 얘기를 했기에 상대도 인정을 할 것이라고 상상을 했지만, 상대는 '00씨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아요. 어제도 저와 다른 분 둘 이서만 일했잖아요'라고 받아쳤다. 사실 근무는 셋이 했는데, 내가 전혀 도움이 안되었다는 말이었다. 이 때 부터는 더 이상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종이라는 매개체에 원칙을 적고, 그대로 따르면 된다. 대면으로 부딪히는 것 보다, 종이라는 매개체를 통하면 상황을 보다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완충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상황이 보다 객관화 되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원칙만 얘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나의 경우, 최대한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면이 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내 근무시간보다 일찍 퇴근하라고 명령했던 동료에게는 '제 근무시간인데요'라는 원칙만 얘기하면 된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도 다 그런다'라고 받아쳤다.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그러자 나는 '식당에 할 일이 없으면 저도 유동적으로 근무시간보다 일찍 퇴근을 했겠죠'라며 타협점을 찾으려고 했었다. 사실 이 대화는 잘못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내가 신경 쓸 것은 아니었다. 원칙은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식당에 할 일이 없는 것도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원칙은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이렇게 FM대로 행동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트러블이 생길 일이 적다고 했다. 맥락이라는 것을 얘기하면서 유동적으로 대응을 하다보면, 분명 불만이 있는 직원이 생긴다. 내가 봤을 때 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해도 남이 봤을 때에는 공평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불필요한 정보는 얘기하지 말고, 원칙만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은 원칙이지만, 개인적인 감정으로 상대가 미울 때가 있기도 하다. 이럴 때에 재치 있게 행동하는 법에 대해서도 전수 받았다. 내가 상대한테 못생겼다고 말하고 싶을 때, '못생겼는데 귀엽네요.'라고 말을 한다면 상대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의아해 한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듣기만 했는데도 벌써 마음이 뻥 뚫리고 유쾌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상대를 미워하면 안된다. 왜냐면 나와 마찰이 있는 상대의 경우 본인이랑 성격이 똑같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했다. 본인도 나중이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말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이런 류의 갈등이 있을 때,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사장님을 통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나 역시 사장님께 대화하고 싶다고 내가 일하지 않을 때에 시간을 내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사장님은 내 메세지를 읽고 무시하셨다. 이 때에 나는 이제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다. 내 마음만 불편했던 것이다.


이렇게 까지 에너지를 쓸 필요 없이, 당사자에게 점심을 대접하며 한 차례 숙이고 가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 내가 이 사람에게 뭔가를 양보할 필요는 없지만, 현명하게 굽힐 줄 아는 태도는 또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다. '제가 피해를 입혔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미안해요.'라는 말을 할 줄 아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다만, 상대는 항상 내가 생각했던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명심해야 했다. 내가 굽혔다고 해서, 상대도 같이 굽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또 다른 피해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내가 점심을 살테니 대화를 하자는 요청을 '싫은데요.'라며 거절한다면, 음료수를 사서 그 사람 앞에 탁 가져다 놓으라고 하셨다. 설탕이 듬뿍 들어가서 이 사람의 도파민을 뿜어줄 수 있을 만한 것이 포인트였다. 그 사람은 그것을 마시며 나에 대해 골똘히 생각을 시작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결책이 제시되니, '앞으로 계속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1인칭 걱정이 갑자기 3인칭으로 바뀌었다. 크게 보였던 문제는 더 이상 별 것 아닌 듯 보였고 숲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관망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 사람도 내가 얄미워서 어떻게든 벌을 주려고 그랬던 것이지, 화장실 청소니 근무 시간 전 퇴근이니 문제를 일으킨 것은 근본적인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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