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밴쿠버, 그리고 다운타운

by 박모카

밤 10시가 갓 넘은 시간대였다. 유튜브에서 보던 좀비거리가 눈 앞에 있었다. 밤에 다운타운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길이었다. 여행을 그렇게 많이하고, 치안이 안좋다고 세계에서 손 꼽히는 동네도 다녀봤지만 여기만큼 공포스러운 곳은 없었다. 매 정류장마다 부랑자들은 두 세명씩 버스에 올라탔고, 무임승차해도 버스기사는 눈감아줬다. 이들이 어떻게 생긴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궁금했지만 눈이 마주치면 괜히 표적이 될까봐 최대한 멀리 응시했다.


부랑자들은 다운타운에서 탔고, 그곳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내렸다. 마치 출퇴근하는데 집이 가까운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들은 그들과 비슷한 부랑자가 몰려있는 곳에 내렸다. 30명 정도는 모여있는데, 모두가 허리가 90도로 꺾여있었다. 그나마 버스에 탄 사람 중, 사지가 멀쩡해보이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부랑자 촌은 꽤 여러군데 있었다. 그만큼 버스가 자주 섰고, 많은 부랑자가 타고 내렸다. 하지만 다들 약에 취해 정신이 없어보이는 공통점이 있었다. 누군가는 '여기가 어디지'라면서 내렸다. 엉덩이가 반 쯤 삐져나와있는 것이 인상깊은 노숙자였다. 저렇게 작은 바지를 어떻게 입었는지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자세히 볼 용기는 없었다. 그녀의 혼잣말에 대답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답을 해봤자 그녀의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에 있기 때문에 소통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랑자 마을이 형성 되어 있는 곳 앞에 내렸다. 그녀는 나름 안전한 곳에 내린 것 같다.


버스에 부랑자들이 타면 굳이 보지 않아도 그들이 탔음을 알 수 있었다. 버스에 타는 순간, 눈길을 주지 않아도 구부정하고 어두운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5초 후에는 밀려 들어오는 냄새로 그들이 맞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제일 무서운 사람은 버스에 탄 채, 혼자 낄낄 웃던 사람이었다. 머릿속에서 그려낸 세계가 꽤 마음에 드는지 힘차게 웃어대는 탓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가 버스에 탔을 때 하필 1인석이 모두 차있었다. 그가 문 근처에 앉을만한 자리는 내 옆자리밖에 없었다. 내 옆에 앉을까봐 초조했다. 냄새가 나고 더러운 것은 둘째치고, 혹시 뾰족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가 나를 찌르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나의 고개는 창 밖으로 더 꺾였다. 눈 마주치면 안돼. 눈 마주치면 안돼. 내 고개가 어색하게 보이지 않기만을 속으로 빌었다.


이런 사람들이 밤이 되면 일반적으로 타는지, 버스 기사 옆에 다른 덩치 큰 버스기사같은 사람이 야광 조끼를 입은 채 동반했다. 처음에는 이 버스기사가 초보라서 길을 가이드해주는 다른 사람이 붙은 줄 알았다. 사실은 버스 안에 소동이 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다시 보니 덩치가 100키로는 거뜬히 넘어 보이는게 가드 역할을 잘 할 것 같았다. 다운타운 범위를 벗어나자, 다소 일반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타기 시작했다. 가드도 좀 안심을 했는지 드디어 자리를 찾아 앉았다. 부랑자들이 많이 타고 내릴 때에는 내내 서서갔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중간에 내려서 사라질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이 내 여정 끝까지는 함께하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버스 운전자들은 이 풍경이 익숙해보일 줄 알았는데, 가드가 버스 운전자에게 물었다. '다음번에도 나올꺼지?' 이들도 이 시간대는 무서운 때인가보다. 하긴, 남편이 내가 봤던 광경을 봤으면 얼른 귀국하자고 했을 것 같았다. 몇 개의 부랑자 마을을 거치고 나니, 일반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많이 탔다. 이제는 귀가하는 일반인만 남았구나하고 안심하는 순간이었다.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버스문이 열렸다. 일반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나 한 정거장만 가면되는데..'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무임승차를 했다. 버스기사는 타라고 했다. 질문과 대답의 순서가 바뀌었으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소동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중요했다. 밤이 되면 일반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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