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하려니 심심한데요

by 박모카

하우스 메이트로 같이 살던 캐나다인 친구는, SNS를 덜 사용하기 위해 별의별 노력을 다하는 친구였다.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나 인스타그램 지웠는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살짝 충격을 받았다. 계정은 살려두되, 그냥 어플리케이션 자체를 핸드폰에서 지웠다는 것이다. SNS에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에 그렇게 힘겹게 자신과의 싸움을 할 것인가 싶었다. 사실 나도 어렸을 때에는 매일 건강한 식단을 먹어야지, 매일 신문을 읽어야지, 매일 운동을 해야지 등, 나에게 규칙을 너무 많이 세웠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힘겹게 쌓아올린 만리장성 같은 루틴은, 한 번 깨지면 걷잡을 수 없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조그만 흠이 나면 그것으로 완벽하지 않아지기 때문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그릇은 깨어버리고 다시 쌓아올려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 완벽한 내 모습에 흠이 생기면 자신을 와장창 놓아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야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몸에 좋은 식품이던 안 좋은 식품이던 먹고 싶은대로 먹었고, SNS도 지쳐 떨어질 때 까지 실컷했다. 아무도 이를 말리지 않았고 나 역시 이것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평범하고 소소하게 하루하루를 만족하며 사는 인생은, 누군가에게는 살고 싶은 나날일테니까.


반면, 하우스 메이트는 본인에게 모진,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던 예전 모습의 소유자였다. 나는 이것이 그가 나보다 어려서라고 생각했다. 그도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면 좀 더 완만한 태도로 바뀔거라는 막연한 추측이 따랐다. 그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핸드폰 화면이 흑백이었다. 이유는 '흑백으로 화면을 바꾸면, 핸드폰을 보고싶어하는 욕구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이 때 부터 그가 SNS를 피하기 위해 그렇게 애쓰는 모습을 인상깊게 보게 되었다. 실제로 나도 따라하기 위해 핸드폰 설정을 바꿨는데, 정말로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기도 싫어졌다. 하지만 나의 경우, 많은 정보를 사진으로 저장해놓는데, 정보를 찾으려 할 때마다 빨리 찾을 수 없어서 애를 먹었다. 결국 잠시나마 밋밋해졌던 핸드폰 화면은 다시 컬러풀하게 돌아왔다. 나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핸드폰을 최대한 보지 않기 챌린지는 하루만에 종료가 되었다. 이후에는 SNS 사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채, 하루의 많은 시간을 여기에 썼다. 화면을 많이 보면 눈이 건조해져서 머리까지 아프기도했는데, SNS는 마약같았다. 내 몸이 얼마나 망가지던 상관없이 화면을 쳐다보다가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웃긴 것은, SNS에 내 시간을 쏟는 것에는 관대하면서, 일상생활을 할 때에는 최대한 빨리빨리 하기 위해서 온 노력을 다했다. 예를 들어, 평범한 가족은 차에서 내려서 가족이 다 같이 길을 걸어간다. 나는 차에서 먼저 내려 첫째를 안고 먼저 발걸음을 내딛는다. 빨리 가야하는 상황도 아닌데 나는 항상 뭔가를 빨리 빨리 하고 싶어 했다. 나도 이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했고,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인내심이 짧아지는 것은 점점 심해져서, 엄마와 통화할 때에도 1.5배속으로 속도를 높이고, 필요없는 구간은 스킵하고 싶어했다. 세상을 점점 내 중심적으로 바라보게되었고, 어느 순간에는 나밖에 없었다.



10년 전, 타의로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했던 적이 있다. 자의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실패를 했다.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그 짧은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시간에 아주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또, 너무 심심해서 뭘 해야 할지 몰랐었다. 심심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핸드폰을 들어올렸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5년 전,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구간에 여행을 가는 바람에 억지로 핸드폰 사용을 못했던 적도 있었다. 그 때에도 사람들이 나에게 연락을 했을 텐데, 나는 아무 대처도 못한다며 답답해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찰나였고, 나중에는 마음에 평온과 안정이 깃들었다. 사실 내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는 일은 없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그렇게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던 기간에 매일 새로운 자연을 만나며 심심함은 느끼지 못했다.


하여, 이번에 디지털 디톡스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아웃풋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쁜 결과는 아닐 것 같았다. 그러던 도중 <당신을 소모시키는 것을 모두 차단하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제목이 100% 와닿지는 않아서, 읽을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마땅히 읽을 다른 책이 없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밤에 잠이 안오면 오디오북을 틀어놓고 누워있었는데, 생각보다 신세계였다. 더이상 유튜브를 보며 잠드는 짓을 멈췄던 것이다. 평소에 SNS로 채웠던 내 머릿속에, 더이상 단편 정보가 들어오지 않으니 매일 까먹으며 하지 않았던 것이 하나씩 생각나기 시작했다. 책 내용은 디지털 디톡스를 해라!는 메세지로 가득했다. 자기 전 새로운 정보를 얻는 행위를 하지 않아도 심심할 틈이 없었다. 책에 집중할 때에는 '그래, 나도 디지털 디톡스를 해야지!'라며 동기부여를 했고, 잠시 집중이 흐트러 질때에는 내 삶에 필요했던 아이디어가 하나씩 쏙쏙 들어왔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사실, 처음에는 SNS를 끊으면 심심할까봐 많이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비우는 행위'를 하며 심심함을 달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책장을 정리한다던가, 메일함을 정리한다던가 하는 행위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비우고 정리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서도, 그러니까 머릿속에 찾아오던 정보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는 손님처럼 하나씩 찾아왔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만 단편적으로 눈으로 보다가, 이제는 능동적으로 삶에 가까이 있는 대상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채워졌다. 마음이 안정된 느낌을 받으니 신기하게도 더이상 SNS가 필요 없어졌다. 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지 않았다. 또, 일상 생활에도 조금 더 느슨해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느긋하게 누군가를 기다려주고, 함께하는 행위를 드디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천금을 얻으면 만금이 갖고 싶고, 황제가 되면 신이 되려는게 사람이야.' 자기 중심적인 인간 본성을 기억하고,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계속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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