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당근 많이하면 당근 온도가 높아지는 느낌인데, 캐나다에서 당근하면 평점이 매겨지는 느낌이다. 사실 우리나라나, 캐나다나 평점이 큰 의미가 없었다. 오늘까지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4.8이나 5.0정도로 높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평점이 낮은 사람과는 거래 자체를 시도하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4.3점 사람 두 팀이 내가 내놓은 집을 보러오고 싶다고 했다. 내가 물건을 구매하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 평점에 대해서는 평소보다 느슨한 기준을 가지며 이들을 마주했다.
나는 이들을 아무 생각 없이 마주할꺼라고 착각했다. 이들은 다른 5.0 평점의 사람들보다 더 따뜻하기도 했고, 인사를 최대한으로 잘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내 얼굴은 왠지 굳어서, 웃음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들이 보여주지 않는 면모가 있는 것 같아, 경계가 발동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좀 더 마음을 열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카르마. 정말 무시무시한 존재다. 특히 나같이 시시때때로 사람들에게 보이는 태도가 다른 사람에게는 말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불친절하게 대했을 때, 내가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하고 사과를 하지 않았을 때.
그 '때'들이 모여 카르마를 만든다. 이것을 다시 고쳐쓸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다.
실수를 저지르기는 쉽지만, 이를 수습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매사에 마음이 편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본인이 항상 떳떳한 선택만을 하니까, 매사에 마음이 편한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냥 투명한 사람. 앞 뒤가 똑같은 사람.
이와 함께, 더이상 내 '평점'을 '새로고침' 할 수 없는 세계를 떠올려 봤다. 아니,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내 평점에 대해서도 새삼 뒤돌아보니 새로운 걱정거리가 푹푹 늘었다. 지금 5.0점을 기록하고 있어도, 언제 점수를 짜게 주는 사람을 만나서 평점이 떨어질지 걱정이 들었다. 아무 이유 없이 1점을 주면 내 평점이 확 낮아질텐데 생각하니 행동이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러워졌다. 신뢰 사회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인간적으로 살기에는 꽤나 퍽퍽한 삶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사회 구성원 모두의 마음에 들 수 없기 때문이다. '레퍼런스 체크좀 할게요'라는 말은, 꽤나 양날의 검처럼 쓰이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