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살던 집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의 일이다. 집에 관심이 있다고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온 사람이 있었다. 그의 사진을 보니 뭔가 살인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래 있는 일본인 오타쿠 같은 느낌이었다. 왠지 이 사람에게 집을 보여주었다가 해코지 당할 것 같아서, 연락을 하기가 꺼려졌다. 어차피 집을 보고 싶다는 사람은 많으니 굳이 싶었던 것이다. 남편한테, '일본인같은데, 문신이 있어!'라고 하니, '일본에서는 문신 있는 사람은 엄청 안좋은 시선으로 본다던데'라고 했다. 이 사람은 더더욱 만날 건수를 만들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미안.. 너가 들어오고 싶어 하는 날짜랑 내 날짜랑 안 맞는데..'라고 메세지를 보내니 '괜찮아' '기다릴 수 있어' '뷰잉 예약 잡아도 돼?' '이 동네가 좋거든' 이라며 메세지를 다다다 보내는 것이, 집착이 심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동네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그가 이 동네에 스토킹하는 사람이 있는건가 혼자 상상했다. 그가 보낸 메세지에 이전 집주인 연락처는 안 적어 놓고, 자기 직장 상사 연락처만 적어놓은 것으로 보아 이전 집주인이랑은 사이가 안 좋나보다 생각했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그렇게 강화되었다.
한편, 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꽤 많았다. 다른 사람들이 와서 집을 보고, 갔다. 하지만 집은 생각 외로 빨리 나가지 읺았다. 집을 보러왔던 사람들이 모두 나중에 연락을 준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아무도 연락을 주지 않았다. 며칠이 흘렀다. pending(거래 중)이었던 집을 available(거래 가능)로 표시를 바꿔야 하는데 혹시 이 야쿠자가 이걸 보고 화가 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이 마음에 드니, 집을 볼 수 있으면 꼭 연락을 달라고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에게 재차 연락을 해서 집을 한다는 사람이 있었는지 확인을 했던 전적이 있었다. 그한테는 아무 언급도 없이 집 거래 가능이라는 표시를 했다가, 나중에 보복을 당할까 두려웠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집을 available로 바꾸면서, 이 사람한테 연락을 했다. 그는 10분 안에 온다고 했다. 내 메세지를 이렇게 빨리 읽을 줄이야. 깜짝 놀랬다. 그래도 집을 보러 오는 손님이니 집을 어서 치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살인자라서 꺼려졌던 것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에게 집을 치워야하니 20분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는 적당한 시간에 도착했다. 그가 보낸 '도착 했어' 메세지를 보기 전에, 창 너머의 누군가를 보고 먼저 알았다. 집 앞을 서성이는 저 모습이 딱 그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저 우중충한 차림새. 뭔가 불안의 기운이 스믈스믈 올라왔지만 이미 시간은 돌이킬 수 없었다. 남편에게 마중을 부탁했다.
집에 들어온 그는 사진보다 훤칠하고 의외로 잘생긴 편이어서 놀랬다. 캐나다에서 오래 산 사람 답게 간단한 인사를 하려고 하는듯한 그였지만 나는 얼른 집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후다닥 방을 다 보여주고 혹시 질문이 있는지 물었다. 그래도 사람 대 사람으로 직접 얼굴을 보니 두려움이 조금은 옅어졌다. 집주인에 대해 묻기에, 그는 중국계고, 조금 게으르다고 했다. 어쩌다가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는 자기도 중국계라고 했다. '어- 난 너가 일본인인줄 알았는데. 이름 때문인가?' 나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우리는 짧은 대화를 조금 더 주고 받았다. 그에게는 사진에는 안 보였던 문신이 몸 여기저기에 더 있었다.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것이 꽤 중국인 이미지와 잘 어우러져서 스타일리시해보였다.
그를 보내고 난 후, 그의 이름을 봤다. 영락없는 중국인 이름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페이스북 사진을 보고 혼자 말도 안되는 무서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내가 어이 없었다. 그가 처음에 보냈던 자기 소개를 다시 읽어보니, 적어놓았던 것은 직장 상사의 연락처가 아니었다. 그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클리닉 오너였다. 그는 동업자의 연락처를 적었던 것이다. 구글에 클리닉 리뷰를 보니 4.9/5.0으로 아주 좋았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한가지 단면만 보고, 이에 모순되는 다른 단서는 싹 무시할 수 있나 싶었다. 보이스 피싱을 당해도 이정도로 황당하진 않을 것 같다. 그냥 뭐에 홀린 것 같았다.
그는 다른사람보다 매너가 더 좋았다. 우리 집에 들어오는 조건이 맞지 않지만, 좋은 세입자를 찾길 바란다고 연락을 줬다. 다른 사람들은 언제까지 연락을 준다고 해놓고는 모두 잠수를 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