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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27. 2021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오늘은 같은 팀 동료와 간단히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최근에 아빠가 된 그는 육아 때문에 정신없어 보였지만 예전보다 더 기쁨이 가득한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나 역시 최근에 요가를 하게 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변화와 성장에 관한 것이 되었다.


나는 요가 동작을 시도하면서 느꼈던 감정인 망설임, 화남에 관한 것과 동작을 해냈을 때 느낀 기쁨에 대해 말했고 그 과정에서 느낀 마음가짐의 변화에 대해서도 얘길 했다. 전과 달리 조금 더 긍정을 붙잡으려 하자 내가 가진 힘이 달라지고 또 세상을 보는 관점도 새로워졌다는 것을 동료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 역시, 새롭게 가족이 생기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며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긍정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경쟁에서 이기려면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게 아닌지, 과거의 자신이 했던 삶의 방식이 현실적으로 더 맞는 게 아닌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나는 과거의 나를 만난 것처럼 예전에 내가 했던 생각과 감정들이 또렷이 기억났다. 나 역시 긍정이 좋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건 자기 계발서를 읽은 뒤의 감상으로나 말할 내용이지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에서 더 인정받으려면 경쟁의 우위에 설 수 있게 똑똑해지고 냉정해져야 한다고 여겼고 당연히 그에 맞게 그야말로 자기 계발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도했던 것이 미라클 모닝, 독서모임, 영어학원, 중국어 배우기, 유튜브 영상 편집 등이었다. 회사 이후의 시간을 꽉 채우면서까지 스스로를 보챘던 것을 나는 '성장'이라고 여겼다.


그 역시도 육아를 하는 시간을 빼고서 직업적인 성장을 위해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 때문에 자신을 계속 부족하다고 여기고 자책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에게 무슨 애길 더 해줄 수 있을까 하다가 최근 '성장'에 대해 느꼈던 감정과 나의 생각을 공유했다.


여행자의 마음

성장의 시작은 여행의 시작과 같다. 큰맘 먹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여행지를 혼자 길게 여행하기로 결심했다고 치자. 그때에 큰 기대감과 설렘이 몰려올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공항에 도착해 입국 심사를 할 때쯤부터 뭔지 모를 불안함과 걱정이 몰려온다. 입국 심사까지 갈 필요도 없다. 공항에 가기 전 날부터 여권을 잘 넣었는지 몇 번 챙기면서 우리는 출발 자체를 불안해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지레 걱정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가지 말아 버릴까?'라는 생각, 그리고 가지 말아야 할 리스트는 머릿속에 재빠르게 자동 생성이 된다.


누군가는 많은 걱정으로 인해 여행을 취소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걱정과 불안해도 여행을 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여행을 하기로 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는 그저 한 발자국에 있다. 성장을 하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한 발자국 더 내딛는 힘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한 발을 디딜 용기가 없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딛지 못했다면 그건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가끔 자신이 만든 온갖 핑계에 의해 여행을 떠나기를 주저하고 결국 돌아가버린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놓는 훼방은 거절하기 어렵다.


나는 동료에게 우리가 성장을 마주할 때 겪는 내면의 갈등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 여행자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그는 그 말에 동감하는 것 같아 보였다. 동료와 나는 대화를 마치고 망설임 없이 성장의 길로 걸어가기로 약속했다. 그는 나에게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고맙다고 얘기해줬다.


대화를 마치고 돌이켜보니 내가 많이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일 년 전부터 우리는 알고 지냈지만 이런 식으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나는 동료와의 인간관계에서 예전과 다른 친밀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내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건 다름 아닌 요가이다. 나는 성장한다는 것을 요가를 통해 배우고 느꼈다.


한쪽 발을 들거나, 양 발을 모두 들어 밸런스를 유지하는 요가 동작을 할 때 나는 늘 망설인다. 어떤 생각에 잡혀 망설이다가 한쪽 발을 내딛지 못하면 결국 동작을 완성시킬 수 없다. 하지만 망설임이지 않고 힘주어 번쩍, 원하는 포즈를 취하고자 한다면 내 몸은 성장의 길로 진입할 수 있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인한 망설임에 기댈 필요 없이 그 방향이 내가 원하는 것이고 그걸로 인해 나아질 것이라는 마음이 든다면 한 걸음 더 내딛으면 된다.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너무나 뻔한 말처럼, 우리는 각자의 여행길 위에 있다. 나는 이 비유에 설명을 조금 더 보태고 싶다.


우리가 여행자가 되어 새로운 길을 걸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그 여행을 시작하는 데에는 내비게이션도, 후기도, 누군가의 평점도  없다. 심지어 동행인 조차 없다. 그래서 비교하고 분석하며 세상의 도움을 많이 받고 살았던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길에 첫 발을 내딛을 때 당연히 망설인다.


하지만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길 위에 살고 있고 그 길 위에 앞으로 가는 발자국을 찍을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 자리에서 제자리걸음을 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내 앞에 또 어떤 변화와 선택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제자리걸음 대신 한 발자국 더 내딛는 여행자가 되고 싶다고 오늘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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