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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Oct 05. 2021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동요되지 않으려면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며칠 전 일이다. 요가 클래스를 시작하기 전,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신경질 적인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자신이 요청한 내용이 잘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데스크에 앉아있던 누군가에게 화를 퍼붓고 있었다. 그분이 하는 말이 복도를 지나 내 매트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나는 그 아주머니가 하는 말을 다 들을 수가 있었다. 심지어는 그분의 화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분이 누군지 짐작이 갔다. 꽤나 까칠한 성격으로 평소 잔소리가 많던 분이다. 클래스가 시작되자 그분이 들어오더니 하필 내 바로 뒤에 앉았다. 단지 착석만으로도  불 같은 화가 나에게 오롯이 전달되었다.


요가를 하면서 내 감정은 자꾸 뒷자리의 아주머니를 향했다. 불편하고 신경 쓰이고 답답한 감정이 나에게 옮겨 붙은 것 같았다. 예전에 서비스직을 했던 경험 때문인지 나는 그분의 화를 어떻게 풀어주는 것이 좋을지, 또 현재 그분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슬슬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클래스가 마무리되자, 아주머니는 릴랙스가 많이 된 듯 보였다. 선생님도 신경을 더 많이 써주신 듯했다. 그 때문인지 그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달랐다. 아쉽게도 내 몸은 전에 했던 클래스처럼 개운하지 않았다. 나는 그 아주머니가 만든 상황에 짜증이 났다. 그 아주머니가 나의 평화로운 시간을 망쳐버린 것 같았다.


화난 감정은 선인장보다 더 따가워


예전의 나라면 이 상황 속에서 감정 해소를 잘하지 못했을 테지만 다행히 지금 어떻게 하면 될지 방법을 알고 있다. 그 아주머니를 쫓아가서 화풀이를 하거나 또 다른 상대에게 하소연하는 것이 아닌, 맥주를 내 몸에 퍼붓는 게 아닌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나를 인정하고 감정을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민감한 편이다. 상대의 감정에 쉽게 반응한다. 그래서 상대가 기뻐하거나 즐거워하면 덩달아 쉽게 흥분하고 상대가 우울하거나 화를 내면 그 감정을 고스란히 내게 투영한다. 긍정적인 감정 신호야 크게 문제 될 것 없지만 부정적인 감정 신호에서 나는 나를 쉽게 잃는다.


그렇다면 사람을 가려 만나야 할까? 사실 그럴 순 없다. 늘 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을 매번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성격 좋은 사람들만 선별해 친해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또 상황에 따라 유순한 사람이 굉장히 신경질 적이 사람이 돼버릴 수도 있다. 내가 가려 만났다고 할지라도 어떤 상황에서는 좋은 사람도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게 될 테니 말이다.


결국 나는 내 감정이 흔들리지 않게 나에게 집중하는 힘을 더 길러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사람이 내뿜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그 방법이 최선이다. 상대의 부정적인 말을 들어줄 수는 있지만 동요되지 않는 것,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필요한 일이다. 그럼 어떻게 집중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을까? 나는 감정 전환을 위한 작은 주문을 외우기로 했다.


'이 감정은 내가 아니다. 이 감정은 내가 아니다. 이 감정은 내가 아니다.'


요가 클래스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몇 차례 심호흡을 하고 화난 감정이 내가 아님을 알아차리려 노력했다. 스트레스도, 답답함도 내가 아니기에 빠르게 해소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즐거운 일들을 상상하며 내 기분을 다시 긍정적으로 바꾸려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자 어두운 기운이 옅어지고 어느새 다시 밝은 감정이 나를 물들였다.


내가 감정에 쉽게 동요되는 사람이란 걸 인정한 뒤부터 부정적인 감정이 마주할 때면, 나는 그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집중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내가 아니란 것을 몇 번이고 되새기면서 스스로 즐거운 감정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비해 부정적인 상황에서 나를 지키기 수월해졌다. 또 감정이 쉽게 전염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내가 더 안전해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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