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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26. 2021

나를 채찍질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요가를 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하는 동작을 동영상으로 찍어봤다. 찍으면서는 별생각 없었는데 막상 영상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니 여기저기 부족한 점만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이 동작을 몇 번을 배웠는데 아직도 이 지경이라니!' 갑자기 그 영상을 보면서 짜증이 확 났다. 아무리 내가 내 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지만 생각보다 못 미치는 모습에 괜히 심술이 났다.


단점이라고 한 번 딱지를 붙여놓은 부분이 계속 눈에 들어왔고 결국 나는 나 스스로가 못마땅했다. 선생님이 보여준 동작의 모습은 지금 나의 몸의 움직임과 사뭇 달랐다. 최선을 다해 내 몸을 움직여왔다 자부했지만 동영상의 내 모습은 뭔가 어설픈 구석이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영상을 돌려보니 내 몸의 콤플렉스만 계속 생각하게 되었고 다른 날보다 기분이 처졌다.


 나는 요가 동작이 보여주는 그대로를 따라 하고 싶었다. 검색하면 나오는 멋진 동작처럼 나도 그런 포즈를 잡고 싶어 땀이 흥건해질 때까지 부단히 애를 썼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나와 실제 내 모습이 다르자 실망감에 사로잡혔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로 나는 선생님의 노련한 몸동작을 따라 하며 낑낑거렸다. 그러나 그럴수록 집중력은 흐트러졌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새로운 동작을 할 때마다 '이거 아닌 거 같은데.'라는 검열의 순간이 생겼고 나는 수학시험을 푸는 학생 마냥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답을 낼까 고민했다.


숨 가쁘게 무엇인가 했지만 점점 더 요가와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몸은 나에게 그만 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런 신호는 곧장 내 표정에 반영되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선생님이 다가와 편안한 기분이 들지 않으면 그 자세에서 벗어나라고 귀띔을 해주셨다. 그 자세에서 벗어나라니. 분명 더 나은 자세를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중인데 그 중간 지점에서 그만두라는 말인가? 기운 빠진 나는 동작을 그만두고 매트에 벌러덩 누웠다.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누워있자니 편했다. 점차 괴로운 마음도 사그라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과거 완벽주의를 고집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요가를 하기 전, 나는 모범 답안이 있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았다. 나에게는 삶의 '좋은 예'와 '나쁜 예'가 있었고 그것대로 나와 남을 평가했다. 나는 내가 정한 좋은 예에 따라 최대한 모범생으로 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었다. 기준이 되었던 좋은 예는 기껏 해봤자 내 생각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나는 그것들을 철저히 믿고 맞출 수 있게 스스로를 괴롭혔다. 그런 나의 버릇은 요가를 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나 동작의 좋은 예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나를 맞추도록 스스로 채찍질하며 밑어불였다.


나는 매트에 바로 앉아 다른 사람들의 동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빛도, 호흡도, 발의 흔들림도 모두 달랐다. 누군가의 동작은 다른 사람보다 빨랐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보다 두 배 가량 느렸다. 어떤 동작을 옆 사람은 거뜬히 했고 뒷사람은 몇 차례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어떤 이의 뒷 목은 뻣뻣했고 그 옆 사람의 피부색은 그 잠깐 사이에도 붉게 변했다. 나는 순간 모두의 몸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도 모두에게 딱 맞는 좋은 예가 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한 동작을 기준으로 모두가 똑같이 그것에 맞추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생각임을 알게 되었다. 완벽한 포즈 대신, 자신의 몸에 맞게 움직이고 거기서 할 수 있는 만큼을 수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그 순간에서 내가 마주하는 콤플렉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나의 지금은 인정하는 것이 나를 위한 운동임을 다시금 느꼈다.


나와 나, 우리가 더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과거와 달리 지금은 어떤 기준에 나를 맞추려 드는 태도가 결국 내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 다는 것을 안다. 기준에 맞추려 할수록 마음과 몸을 괴롭히게 되어 더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도 겪어봤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또다시 이런 패턴은 내 매트 위에, 내 인생 위에 나타난다. 그때마다 끼워 맞추려 들고 잘 안되니 화를 내고, 다시 깨닫는 것이 반복이지만 그럼에도 전보다 나아졌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예를 위한 채찍질 횟수는 줄었고 앞으로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요즘은 요가를 하다가 불편한 마음이 들면 그 자세에서 빠져나와 나에게 휴식을 준다. 다그치던 버릇을 대신해 스스로를 달랜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그리고 내일이 기대된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우리에게 언제나 채찍질이 필요한 건 아니다. 늘 자신한테 냉정해 왔다면 단 한 시간이라도 모든 콤플렉스를 보듬고 잘했다고 얘기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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