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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17. 2021

부정적인 회사 동료와 대화하는 법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부정적인 회사 동료와 대화하는 법을 말하기에 앞서, 먼저 글을 읽는 당신이 긍정적인 사람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하나, 둘, 셋 함과 동시에 긍정적인 생각 한 가지를 떠올려보자.


하나.

둘.

셋.


떠오른 것이 있는가? 내가 맨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너무나 갑작스러웠던 나머지 머릿속에 하얗게 되어 어떤 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런데 옆에서 요가를 오래 했던 분은 자신 있게 '다섯 개 정도'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한국에 살아서 좋고 오늘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서, 집에 가면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말했다. 그분이 말한 것들에는 엄청나게 특별하다고 말할 만한 것들이 없었지만 나는 그렇게 일상에 고마움을 느끼며 몇 초만에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그분에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요가를 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부정적인 생각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좋은 것보다는 그 이외의 것들에 집중하는 이 버릇은 기분을 다운되게 만들기도 하고 컨디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사실 요가를 하기 전, 나는 내가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긍정을 허황된 말이나 달콤한 미사여구 정도로 여겼고 힘든 인생을 살아내기에 부정적이라고 불릴지라도 좀 더 냉철한 편이 맞는 태도라고 여겼다.  


그래서 나는 단 시간에 긍정적인 것을 떠올리라는 질문에 당황했고 그 순간조차 '이 질문이 지금 맞는 질문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긍정의 대답을 너무 쉽게 했던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왜 대답을 못했어요?" 질문을 했던 분이 내게 물었다.

"아, 그냥 멍해져 버렸어요. 아무 생각도 안 났거든요." 나는 이렇게 대답하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자 내게는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건 쉽지 않아요. 연습이 필요한 일이에요. 노력하면 더 쉽게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 긍정적이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연습이 필요하다. 왜냐면 부정적인 생각하는 것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에 비해 너무 쉽기 때문이다. 나쁜 것은 발견하는 것은 좋은 것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쉽다. 지금 이 글을 써 내려가는 순간도 나는 3초 안에 나쁜 것들을 5가지 이상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누군가 '난 그냥 부정적으로 살래. 그래도 상관없잖아.'라고 말한다면 더 이상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부정적으로 살길 원한다면 그래도 된다. 하지만 나의 경우, 더 편안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힘들었던 인간관계, 늘 부족했던 돈, 불면증으로부터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리고 그 방법의 출발점이 긍정이라면 나는 노력과 연습을 통해서라도 긍정적인 인간이 되고 싶었다.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긍정적일 때에야 어떤 일이든 쉽게 할 수 있다는 경험 때문이다. 나는 요가를 배우면서 실제로 이런 경험을 했다. '이 동작이 될 리가 없어'라는 말에는 마치 몸이 반응하듯이 동작이 안되었고 '나는 할 수 있어'라는 말에는 신기하게 동작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노력을 해서라도 긍정에 좀 더 가까워지려 노력했고 지금도 긍정을 연습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 쌀 10kg을 들고 계단 3층을 올라가 달라고 치자. 내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날 것이다. '왜 나한테 이걸 시키지?, 왜 이 집은 엘리베이터도 없지?, 요즘 누가 쌀을 이렇게 많이 먹어?. 오늘은 왜 이렇게 더워?' 등의 부정적인 말들이 머릿속에 너무나 쉽게 떠오른다. 그렇게 되면 쌀 한 가마니 들기도 전에 온 몸에 힘이 쫙 다 빠져버릴 것이다.

이것과 다른 선택지도 있다. '내가 이제 이 정도도 힘들지 않게 할 수 있구나.', '집에서 밥을 해 먹으면 너무 맛있겠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서 좋다.' 등의 생각 등인데 이런 것들은 노력을 해야 떠오르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위의 부정적인 말들보다는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는데 더 힘을 주는 말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내가 부정적인 사람이었던 까닭에 부정적인 사람과 대화를 할 일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의 사고 패턴을 금방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함께 차를 마실 때에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다음 달에 열릴 사내 행사를 두고 신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행사를 말하면서 동료 한 명이 말했다. "인생은 늘 피곤하니까 잠깐이라도 행복한 순간이 있어야지. 안 그래?" 그리고 옆에 있던 또 다른 동료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 원래 즐거운 건 잠깐이야."


그 말을 듣고 나는 예전의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인생은 원래 힘들고 그래서 우리는 고군분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그리고 원래 사회생활은 경쟁이 치열하니까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면 분발해야 하고 필요하면 남들 위에 서야 한다는 것이 내 마음가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다른 누구보다 나 자신이 힘들었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나 스스로를 채찍질할수록 더 맥이 빠졌고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내게 자책, 불안, 초조, 걱정만을 남겼다.


예전에 비해 행복하다. 달라진 건 마음가짐 뿐이다.


인생이 진짜 고통의 연속일까? 우리는 늘 불행하고 행복은 잠깐일까? 하나, 둘, 셋 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다섯 가지나 말했던 그분 역시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걸까? 사실 어느 것에도 정답은 없다. 부정을 선택하는 것, 긍정을 선택하는 것 둘 다 모두 개인의 선택이다. 그렇지만 나는 긍정적으로 삶을 살았던 누군가의 방식이 부정적인 것보다야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동료들과 대화를 하노라면 쉽게 그 말에 흔들리는 나를 발견한다. 부정적인 것들에게 휩쓸리기가 참 쉽다. 요즘 동료와 대화를 하면서 부정을 마주칠 때마다 나는 그것을 넘어 긍정을 선물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말이 틀렸다고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더 좋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더 나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게 긍정적인 대화 소재를 던진다. 그런 나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은 '행복충'이라며 나를 공격하기도 하지만 그럼 어떤가. 나는 부정적인 대화로 온 몸을 휘감는 다른 사람들보다야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다시 하나, 둘, 셋을 세고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려보자.

나는 예전과 달리 아주 빠르게 적어도 한 가지의 긍정을 떠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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