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요가를 하기 전, 한마디로 나는 '평화주의자'였다. 사람들과 갈등을 만들거나 논쟁을 하는 것을 극히 꺼려했다. 특히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누군가의 제안에 맞춰주는 편이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는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웬만하면 맞춰주는 편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제안과 상충되는 내용의 주장과 첨예하게 논쟁하며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갈등을 피하고 그 사람의 결정에 맞춰주느라 에너지를 많이 쏟았다.
회사에서 눈치 보느라 진이 빠져 집에 돌아오면 함께 살고 있는 동생에게 도리어 성을 내었다. 당연히 동생과의 관계도 나빠지고 결국 한 집에 있으면서 서로 말도 안 하는 사이가 돼버렸다. 회사, 가족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데 연인이나 친구 사이가 좋을 리 없다. 나의 맞춰주는 버릇은 가족에게만 통하지 않을 뿐, 친구나 연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어디서 만날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할지 모두를 상대방에 맞추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정말 무엇을 위해서 사람을 만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젠가부터는 술 마시면서 회사 욕이나 실컷 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았다. 그러나 그런 만남을 가지고 나면 상대도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술값이 엄청나게 나왔고 다음날 숙취가 있었을 뿐 상황은 바뀐 것 하나 없었으니까.
결국 나는 혼자 있기로 결심했다. 회사 동료들과 따로 점심을 먹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고 연인과도 헤어졌다. 동생과는 여전히 대화 없이 지냈다. 그렇게 혼자 있으니 초반에는 너무 편했다. '난 혼자 살 팔잔가봐.'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혼자의 시간이 오래될 쯤에 부정적인 생각들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불면증이 시작되었고 잠을 잘 자기 위한 방편으로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는 에너지를 채우는 운동이다. 우리는 에너지를 종종 이런 표현으로 쓴다. "저 사람 에너지가 좋네."라든가 "저 사람은 늘 에너지가 없어."처럼 그것은 어떤 힘과 결부되어 사용된다. 나는 요가를 하면서 '에너지'라는 개념을 많이 들었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에서는 에너지의 구성요소를 '힘, 밝기, 질량'으로 보았다. 힘은 말 그래도 몸에 있는 힘을 말하고 밝기는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가늠하는 요소이고 질량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일컫는 지표이다. 나에게 적용해 볼 때, 내 에너지는 꾸준하게 지속하는 질량은 있었지만 힘과 밝기가 없었다.
나는 긍정적이 보다 부정적인 축에 속했고 운동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 힘도 없었다. 꾸준히 무엇을 한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그것도 긍정적인 동기가 아닌 '뒤처지지 싫어서'라는 부정적인 동기였던 것 같다. 우리는 늘 에너지가 큰 쪽을 따라간다. 에너지의 원리에 바탕해 볼 때, 내가 누군가에게 맞춰졌던 이유는 나 스스로 에너지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보다 힘이 있고 밝고 꾸준한 사람의 의견에 따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에게 맞춰 살면서 나는 점점 더 에너지를 잃었다.
요가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운동이라고 한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에너지가 생긴다. 그런데 남들에게 맞춰주는 인생을 살았던 나는 내 마음을 돌보지 않았고, 결국 내 마음과 상관없는 행동만 해왔다. 그리고 그런 결정으로 비롯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내 몸에 쌓여 나를 아프게 했다.
내 몸과 마음이 분리된 지 오래다 보니, 대체 어떻게 둘을 합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방법은 의외로 너무 심플했다. 그저 내가 하고 있는 동작에 최대한 집중하며 몸의 느낌을 느끼면 되었다. 그게 첫 시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요가를 하면서 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 순간을 느끼게 되었다.. 퇴근 후에 나는 늘 무거운 숨을 내쉬고 있었고 하루 종일 긴장한 뒤통수부터 어깨와 목은 뻗뻗했다. 목을 돌릴 때마다 우두 득 소리가 났고 그때마다 아프고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하루 24시간 중에 단 한 시간, 요가를 하면서 내 몸과 마음은 한 곳에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은 요가 클래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최대한 내 마음과 몸을 합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강하게 표현하기까지가 여전히 쉽지 않지만 예전처럼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 나를 희생하진 않는다. 이런 연습을 하면서 예전보다 내 마음이 더 많이 편안해졌음을 느낀다.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보다 '나는 지금 뭘 원하지?"를 먼저 두니 내가 원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나는 혼자 있을 때도,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날마다 요가를 행하면서 나의 몸과 마음을 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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