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초롱 Sep 13. 2021

나는 왜 혼자가 더 편할까?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요가를 하기 전, 한마디로 나는 '평화주의자'였다. 사람들과 갈등을 만들거나 논쟁을 하는 것을 극히 꺼려했다. 특히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누군가의 제안에 맞춰주는 편이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는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웬만하면 맞춰주는 편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제안과 상충되는 내용의 주장과 첨예하게 논쟁하며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갈등을 피하고 그 사람의 결정에 맞춰주느라 에너지를 많이 쏟았다.


회사에서 눈치 보느라 진이 빠져 집에 돌아오면 함께 살고 있는 동생에게 도리어 성을 내었다. 당연히 동생과의 관계도 나빠지고 결국 한 집에 있으면서 서로 말도 안 하는 사이가 돼버렸다. 회사, 가족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데 연인이나 친구 사이가 좋을 리 없다. 나의 맞춰주는 버릇은 가족에게만 통하지 않을 뿐, 친구나 연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어디서 만날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할지 모두를 상대방에 맞추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정말 무엇을 위해서 사람을 만나는 건지   없었다. 그래서 어젠가부터는  마시면서 회사 욕이나 실컷   있는 상대를 찾았다. 그러나 그런 만남을 가지고 나면 상대도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술값이 엄청나게 나왔고 다음날 숙취가 있었을 뿐 상황은 바뀐 것 하나 없었으니까.


결국 나는 혼자 있기로 결심했다. 회사 동료들과 따로 점심을 먹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고 연인과도 헤어졌다. 동생과는 여전히 대화 없이 지냈다. 그렇게 혼자 있으니 초반에는 너무 편했다. '난 혼자 살 팔잔가봐.'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혼자의 시간이 오래될 쯤에 부정적인 생각들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불면증이 시작되었고 잠을 잘 자기 위한 방편으로 요가를 시작했다.


'어차피 혼자사는 인생이고, 혼자가 제일 편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었다.


요가는 에너지를 채우는 운동이다. 우리는 에너지를 종종 이런 표현으로 쓴다. "저 사람 에너지가 좋네."라든가 "저 사람은 늘 에너지가 없어."처럼 그것은 어떤 힘과 결부되어 사용된다. 나는 요가를 하면서 '에너지'라는 개념을 많이 들었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에서는 에너지의 구성요소를 '힘, 밝기, 질량'으로 보았다. 힘은 말 그래도 몸에 있는 힘을 말하고 밝기는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가늠하는 요소이고 질량은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일컫는 지표이다. 나에게 적용해 볼 때, 내 에너지는 꾸준하게 지속하는 질량은 있었지만 힘과 밝기가 없었다.


나는 긍정적이 보다 부정적인 축에 속했고 운동은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 힘도 없었다. 꾸준히 무엇을 한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그것도 긍정적인 동기가 아닌 '뒤처지지 싫어서'라는 부정적인 동기였던 것 같다. 우리는 늘 에너지가 큰 쪽을 따라간다. 에너지의 원리에 바탕해 볼 때, 내가 누군가에게 맞춰졌던 이유는 나 스스로 에너지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보다 힘이 있고 밝고 꾸준한 사람의 의견에 따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에게 맞춰 살면서 나는 점점 더 에너지를 잃었다.


요가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운동이라고 한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에너지가 생긴다. 그런데 남들에게 맞춰주는 인생을 살았던 나는 내 마음을 돌보지 않았고, 결국 내 마음과 상관없는 행동만 해왔다. 그리고 그런 결정으로 비롯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내 몸에 쌓여 나를 아프게 했다. 


내 몸과 마음이 분리된 지 오래다 보니, 대체 어떻게 둘을 합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방법은 의외로 너무 심플했다. 그저 내가 하고 있는 동작에 최대한 집중하며 몸의 느낌을 느끼면 되었다. 그게 첫 시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요가를 하면서 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 순간을 느끼게 되었다.. 퇴근 후에 나는 늘 무거운 숨을 내쉬고 있었고 하루 종일 긴장한 뒤통수부터 어깨와 목은 뻗뻗했다. 목을 돌릴 때마다 우두 득 소리가 났고 그때마다 아프고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 하루 24시간 중에 단 한 시간, 요가를 하면서 내 몸과 마음은 한 곳에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은 요가 클래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최대한 내 마음과 몸을 합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강하게 표현하기까지가 여전히 쉽지 않지만 예전처럼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 나를 희생하진 않는다. 이런 연습을 하면서 예전보다 내 마음이 더 많이 편안해졌음을 느낀다.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보다 '나는 지금 뭘 원하지?"를 먼저 두니 내가 원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나는 혼자 있을 때도,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날마다 요가를 행하면서 나의 몸과 마음을 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슴과 다리에 폴더처럼 딱 붙어야 몸과 마음이 합일 되는건 아니다...끄응


이전 09화 에너지는 아끼는 게 아니라 쓰는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