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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19. 2021

에너지는 아끼는 게 아니라 쓰는 것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지금까지 내가 요가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배에 힘줘'이다. 지금 이 단어를 쓰면서도 내 배가 흐물흐물 풀려있었던 것을 느낀다. 요가를 시작하기 전 나의 몸은 거의 젤라틴과 같았다. 누군가를 향해 손인사를 건넬 때면 팔뚝의 살들이 반가움에 함께 출렁거리던 그런 몸이었다. 배는 두말할 것도 없다. 오랜 기간 탄력이 없이 지내다 보니 배꼽에 힘을 주어 끌어당긴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불편했다.


요가 동작 중에는 유난히 코어를 강화하는 것들이 많다. 그중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동작을 누운 상태에서 두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아래로 내렸다가 올렸다가를 반복하는 것이다. 보통 한 두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동작에서는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10회 이상의 구령을 한다. 어떤 선생님은 10번째에서 '내리지 말고 그 자세에서 10초만 더 유지' 라면서 다 끝난 줄로만 알았던 동작에 호흡을 더하게 만든다.


코어를 강화하면 좋은 것들이 많다. 머릿속으로는 '그래. 당연히 코어 강화는 필수지.'라고 수긍하지만 막상 코어 동작을 하려는 분위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면 내 속마음은 어떻게든 이것을 피하자고 속삭인다. 배에 단단한 힘을 주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자 갑자기 허리춤이 아프다. 목 뒤에 힘이 들어가고 뭔가 속이 뒤틀리는 것 같고 등줄기에 땀이 쫙 난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잠깐 내릴까?'라는 생각이 들 때 멀리 있는 줄 알았던 선생님이 어느새 내 가까이로 와  "배에 힘주고!"라고 한다. 그 말에 깜짝 놀라 다시금 배꼽을 잡아본다. 분명히 선생님은 1분이라고 했지만 내게 이 순간은 10배의 시간에 가깝다.


코어 강화 자세를 마치고서 다시 가부좌로 매트 위에 앉았을 때 선생님이 "이 자세를 해보니까 어때요?"라고 물었다. 나는 호흡 정리 조차 못한 상태로  "힘들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힘든 것인지 단지 숨이 차는 것인지 살펴봐요."라는 사뭇 당황스러운 대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덧붙여서 이 동작은 힘든 것이 아닌 힘을 얻을 수 있는 동작이라고 알려주셨다.


심장박동이 진정되어 호흡이 되니 내 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해졌다. 나를 힘들게 했던 순간의 통증들도 사라졌다. 그제야 나는 선생님의 말처럼 힘든 것인지 숨이 찬 것인지 느껴보려고 했다. 나는 힘들다는 단어로 숨이 차고 허리 통증을 느낀 상태를 대신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내 말에 반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더 이상 코어 강화를 안 시킬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 뱉었지만 코어 강화 후, 힘이 빠지진 않았다. 코어 강화를 한 뒤, 배는 단단했고 머리는 시원했다. 그리고 1분씩 할 수 있었던 코어 강화를 어느 순간엔 2분, 3분, 5분까지 할 수 있게 되면서 나는 연습하면 할수록 몸이 더 좋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비하면 배의 출렁임도 덜 하고 배에 힘주라는 말이 들리면 바로 배꼽을 쏙 넣어 고정시킬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플랭크 자세를 이제 쉽게 한다.


그래, 하는데까지 해보는거야

몸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라는 선생님들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내 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떠올려봤다. 과거의 나는 내 몸이 누워있기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편안하게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에너지 소모를 더는 일이라고 본 것이다. 누워있다가 심심하면 뭔가를 먹었다. 그런데 분명 많이 먹어도 힘이 나질 않았다. 당시 나는 상당한 칼로리의 양을 먹고도 힘이 나질 않는 이유를 체력이 모자라서라고 생각했다. '나는 역시 기초 체력이 없어.'라고 스스로 자책한 뒤 도로 눕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운동과는 멀어져 갔다.


그런데 요즘은 운동을 안 하면 힘이 빠진다는 것을 느낀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한 시간 넘게 시간을 보내면 오히려 머릿속 많은 생각이 기어올라와 그 생각들을 처리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을수록 잡다한 생각들은 더 자주 떠오른다. 과거에는 에너지를 아끼려고 누워있었는데 요즘은 이 방법이 더 소모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코어 강화 동작을 하고 있던 나에게 선생님이 "에너지를 아끼지 말고 쓰세요."라고 했다.  말이 갑자기  뇌리에 꽂혔다. 나는 이전까지 어떻게든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워낙 체력이 없어서 빨리 지치니까 뭐든 적당히 하자는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었다. 이런 논리로 나는 에너지를 아끼려 뭐든 적당히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적당히, 회사 일도 적당히, 집안 일도 적당히 몸을 사려가면서 했다. 그런데 오히려 에너지를 쓰라니 지금까지  행동과는 정반대의 조언이었다.


당시에는 이 말에 뜻을 정확히 몰랐지만 지금은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처럼 내가 에너지를 쓴 만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애써 코어 강화 동작을 1분 하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근육은 빨리 생긴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진심으로 에너지를 담아 마음을 전하면 상대는 그것을 알고 고마워한다.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이 프로젝트가 잘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어떤 식으로라든 보상은 따른다.


사실 이 글을 작성하는 것도 그렇다. 요가만큼이나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예전부터 계속 글을 써왔다. 그런데 예전의 글들에 비해 최근 요가에 관련된 글을 쓴 것들이 사람들에게 더 호응을 얻었다. 글을 쓰는 환경으로 볼 때 바뀐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예전보다 회사 일은 늘었고 요가를 하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밤 10시 정도가 돼서야 글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그런데도 예전에 비해 덜 피곤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예전과 지금을 비교해 볼 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 한 가지,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글을 적당히 써내려 갔다면 지금은 최대한 사람들에게 좋은 글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의 글을 마무리하면서 내 에너지가 또다시 커졌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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