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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23. 2021

다시 태어나도 지금 그 몸을 선택할 거예요?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딱 붙은 레깅스의 차림으로 전신 거울 앞에 서면 마음이 먼저 무너졌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괜히 머리를 풀었다가 다시 묶어 본다. 그리고 다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키가 작다. 어깨가 굽었다. 등이 펴지질 않았다. 피부가 너무 탔다. 다리가 휘어있다.'


그렇게 내 시선은 나의 단점을 하나씩 스캔해 나갔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럼 거울 속에 나도 내게 미소를 보낸다.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이 예전에는 나의 결점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여전히 키가 작고 어깨가 굽고, 등은 펴지지 않고 피부는 탔고 다리는 휘었지만 예전에 비해서 좋다. 예전보다 훨씬 괜찮게 된 건 다 내가 노력한 덕이다. 그렇게 나는 거울 앞에서 나를 칭찬해 본다.


몇 년 전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이런 질문이 오갔다. "너 다시 태어나면 누구 몸으로 태어나고 싶어?"라는 질문에 내 지인 중 한 명이 대답했다. "이영애" 그리고 옆에 있던 또 다른 누군가는 "나는 누구냐보다는 그냥 여배우 몸으로 태어나고 싶어."라고 말했다. 이유는 같았다. "날씬하고 예쁘잖아." 그러면서 살 빼야 한다는 애기와 함께 그간 해봤던 식이요법에 대해 실컷 떠들어댔다. 지인이 내게도 같은 질문을 물었다. 그때 나는 별생각 없이 "그냥 나는 다시 나로 태어날래"라고 답했고 누군가가 내게 갑분싸(갑자기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며)라면서 핀잔을 주었다.


지금도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다시 나로 태어나고 싶다고 답할 것 같다. 왜냐면 나는 또다시 새로운 몸을 겪고 싶지 않을뿐더러 지금 내 몸이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그 술자리에서는 핀잔을 듣자 별안간 내 몸의 결점이 몇 가지가 떠올랐고 그 즉시 마음에 걸렸다. 특히 휜 다리는 나의 큰 컴플렉스였다. '다리만 이영애 다리가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자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다른 부분들과 어울리지 않아 어색한 콜라주처럼 보일 게 뻔했다.


몸에 관해서라면 나는 오프라 윈프리가 쓴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라는 에세이의 한 구절을 참 좋아한다. 검고 큰 몸집에서 봐줄 만한 몸이 된 건 비싼 다이어트와 식이요법 이라기보다 그녀의 감사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숨을 쉴 수 있는 것, 먹을 수 있는 것, 달릴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실천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 역시 내 몸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요가 동작을 하면서 '다리를 붙이세요.'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속으로 '아무리 힘을 줘도 두 무릎이 닿지 않는 것을 나더러 어쩌라고.'라고 말하면서 분을 삼켰다. 하지만 요가를 하면서 마음이 긍정을 향하게 되자 나는 내 몸을 감사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휜 다리가 붙을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노력하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자주 보아야 사랑스럽다


어느 날, 나는 조심스럽게 "제가 다리가 휘어서 그러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선생님께 물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웃으며 나에게 맞는 연습 방법을 알려줬다. 그날 이후 나는 휜 다리를 최대한 감출 수 있는 바지를 입기보다 딱 붙어 내 결점이 더 부각될 수 있는 레깅스로 바꿔 입었다. 그렇게 해야 내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요즘 클래스에서 나는 나의 결점을 더 드러낸다. 내가 다리를 교정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나는 두 다리를 교정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어렵게 무릎을 붙일 때마다 긍정적인 마음을 붙들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자신의 몸에 한 가지 이상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결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정말이지 끝이 없다. 그리고 결국 그 결점으로 가득한 몸을 어떻게든 감추고 싶어 지리라. 그런데 결점은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 커진다. 휜 다리를 감추려고 애썼던 시절에 나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청바지 하나 사는데 일주일을 허비하곤 했다. 그러나 아무리 비싼 청바지라도 내 결점을 가릴 수 없었다. 결점에 집중하면 그건 결국 계속 결점이 될 뿐이다.


그에 비해 딱 붙는 레깅스는 내 휜 다리를 매우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과거보다 나는 그것을 더 받아들이게 되었다. 많은 밸런스 동작 중에 흔들리는 다리를 보며 나는 그것들이 점점 나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3초이던 것이 10초가 되었을 때의 기쁨, 무릎을 붙였을 때 몸에 느껴지는 강한 진동이 나에게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어느샌가 휜 다리는 더 이상 내 결점이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노력한 결과물에 가깝다.


적당한 키, 펴지고 있는 어깨, 근육이 생긴 등, 굴곡이 있지만 강한 두 다리.

이제 나는 내 몸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긍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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