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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16. 2021

무서워하지 말고 두 발을 들어 올려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예전부터 나는 까마귀 포즈가 너무나 하고 싶었다. 방송에 나오는 셀럽들 중에서는 유독 까마귀 포즈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 멋진 배경에서 어렵게 보이는 동작은 아주 가뿐하게 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늘 이 포즈를 꿈꿨다. '언젠가 저걸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마음만은 이미 두 다리 번쩍 들고도 남았지

그런데 마침 기회가 왔다. 내가 들었던 클래스에서 4주간 동안 까마귀 포즈를 연습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까마귀 포즈를 시도했다. 맨 처음 이 자세를 하려고 했을 때 내가 느꼈던 것은 '무서움'이었다. 두 팔에 기대 50킬로그램이 넘는 내 몸을 들어 올리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고 또 괜히 안 되는 것을 따라 하다가 다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옆에서 같은 포즈를 연습하는 사람들을 보니 종종 앞으로 꽈당하고 굴렀다. 요가 몸치인 나도 이 포즈를 하다가 앞으로 고꾸라져 다칠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때는 시력 수술을 한지 얼마 안 된 터라 혹여 바닥으로 얼굴을 쾅 내리찍게 되면 눈이라도 다칠까 봐 걱정했다. 이런 나의 감정들이 몸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손과 발, 배까지 덜덜 떨렸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매트 위에 앉아있었을 때 요가 선생님이 다가와 말했다.

"이 자세는 힘을 쓰는 동작이 아니에요. 밸런스를 맞춰 유지하는 동작이에요." 나는 이 동작을 팔에 힘 꽤나 써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터라 밸런스를 맞추라는 말에 조금 놀랐다. 그리고 이어 선생님은 나의 마음을 눈치챈 듯 "무섭다고 생각하지 말아요."라고 덧붙였다.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면 덜 무서워지나? 예전에 나라면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가를 하면서 나는 스스로 마음가짐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쓸 수 있는 힘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집중하면 결국 못하게 되고,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지금보다 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요가를 통해 배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무서움을 내려놓아 보기로 했다.


'무섭지 않아. 할 수 있다.’를 속으로 되뇌면서 천천히 한쪽 발을 번갈아 가며 들었다. 왼쪽 발을 들고, 오른쪽 발을 들어서 마침내 나는 매트 위의 까마귀가 되었다. 사시나무처럼 흔들리던 내 팔목이 높은 나무 위에 앉아 전경을 내려다보는 까마귀의 발처럼 변했다. 그 순간 나는 이 자세가 어째서 밸런스 자세인지 알 수 있었다. 오른쪽, 왼쪽, 앞과 뒤. 어느 한쪽에도 과장된 힘이 실려서는 안 된다. 머릿속의 생각을 다 비우고 최대한 균형을 맞추는데 집중해야 이 자세가 가능하다.


까마귀 자세를 배운 후, 정확히 3주 만에 나는 이 자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매트 위에서 한 번도 의기양양해본 적 없었는데 이 자세를 하니 힘센 까마귀가 된 듯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가장 해보고 싶었던 자세는 무서움을 버린 순간부터 만들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셀럽이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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